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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분류

서울의 달 - 7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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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와 헤어진 충격으로 경숙은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다.



꿈같던 진호와의 추억들을 마음 속에서 지워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따지고 보면 젊은 진호에게 사귀는 여자가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가정까지 있는 자신이 그것을 질투하고 섭섭해 할 아무 명분도 없다는 사실을 경숙도 알고있기는 했다.



진호를 만나러 내려가기 불과 며칠 전에 자신과 나한철 사이에 일어났던 일에 비하면



진호의 여자 친구가 진호의 하숙방에 찾아온 것은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진호와 그 여자 친구가 실제로 어떤 사이인지도 모르면서



자신이 너무 성급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돌아오는 길에 너댓 명의 낯모르는 남자와 몸까지 섞은 일까지 생각하면



진호 여자 친구의 일은 모른 체 덮어버려도 좋을 듯 싶었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숙은 진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진호를 이해는 해도 도저히 마음 속에 다시 진호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경숙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그만큼 컸다.



또 한편으로 경숙은 진호가 했던 "따먹는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경숙은 자꾸 진호에게 자신이 따먹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호의 수작에 자신이 놀아난 것 같아 그 말을 곱씹을수록 기분이 개운치가 않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진호를 생각하며 가슴을 설렜던 자신이 한없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어차피 세상 남자는 다 도둑놈이라더니......!"



씁쓸한 입맛을 다시던 경숙은 문득 이제까지 자신을 거쳐간 모든 남자들이



다 자신을 따먹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경숙이 만난 남자들은 어느 누구도 경숙 자신이 선택한 남자들이 아니었다.



하나 같이 남자들이 경숙에게 접근해 왔고 경숙은 그런 남자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남자들의 말대로 따먹혔던 것이었다.



그나마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둔 안씨의 경우는 예외로 치고 싶었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그 또한 다른 남자들의 경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경숙은 기가 막히고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 몸 하나 자기 마음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자신이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천치 같았다.



경숙은 속으로 다시는 남자들에게 따먹히지도 말고 휘둘리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 앞으로 새로 어떤 남자와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절대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왕 벌어질 일이라면 남자가 어떻게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자신이 먼저 그 남자를 유혹해보리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런 생각들로 심란해 있는 경숙에게 또 다른 심란한 일이 생겼다.



어느 날 저녁 정석이 경숙에게 물었다.



"진호네 아이 봤어?"



"네!.......진호엄마 애 낳고 얼마 안돼서 한 번 봤는데.............왜요?"



"요즘엔 못 봤어?............................내일이라도 한 번 가서 봐!"



"왜요?....뭐가 잘 못 됐어요?"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가서 한 번 보라니까!"



정석이 신경질을 내듯 경숙에게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뭣 때문에 나한테 신경질까지 내고 그러나?"



궁금해하던 경숙은 다음날 아침이 되자 정말 간만에 진호네 가게로 진호엄마를 찾아갔다.



갓난애를 안고 젖을 먹이던 진호엄마가 쑥스러운 얼굴로 경숙을 맞았다.



가게 안에는 진호아버지도 같이 있었다.



경숙으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병춘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자리였다.



경숙은 병춘에게 목 인사를 하고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진호엄마에게 다가가



안고 있는 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왜 나한테 가서 보라고 그랬을까?"



처음에는 몰랐는데 들여다볼수록 어딘가 낯이 익은 모습들이 보였다.



"어머나!"



경숙은 그 낯익음의 정체를 깨닫고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영철의 어릴 적 모습이 군데군데 그 아이의 얼굴에 담겨있었다.



경숙은 순간 머리가 하애졌다.



"이 일을 어떡하나?!.....기어코 이 놈이 일을 저질렀구나!"



영철에 대한 분노와 앞일에 대한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경숙이 고개를 들어 진호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자 진호엄마가 고개를 돌려 경숙의 눈을 피했다.



"아이구, 세상에! 도대체 이 여편네가 정신이 있나 없나?



둘이 밤마다 그 짓을 한 것도 모자라서 애까지 낳아?



이 여자가 누구 아들 신세망칠 일이 있나?!"



경숙은 갑자기 진호엄마가 한없이 미워졌다.



요새는 통 못 봤지만 한동안 하루걸러 밤마다 영철이 진호엄마네 집을 들락거리는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나잇살이나 먹은 여자가 어린애를 잘 가르쳐 옳은 길로 들어서게 해줄 생각은 안 하고



영철이 하는 대로 다 받아주나 하는 생각에 진호엄마를 많이 원망했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다른 남자들과 벌린 일을 생각하고



진호엄마도 오죽 굶주렸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에 모른 체 하고 지내왔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영철이 진호엄마의 배 위에 올라가 자신이 보았던 그 물건으로



진호엄마를 찍어누르고 진호엄마가 영철에게 매달려 흥흥거리는 상상을 하며 아래를 적시기도 했었다.



"하이구! 얼마나 좋았으면 애까지 배고 또 그 애까지 났을까?"



경숙이 이런저런 생각에 넋이 나가 물끄러미 애를 쳐다보고 있는데 옆에서 병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때요?.........우리 애 잘 생겼죠?"



"네?..아, 네!.....그렇네요! 정말 잘 생겼네요!...........



좋으시겠어요? 늦게 이렇게 잘 생긴 아들을 보셔서......"



"그럼요! 좋죠!........요새는 이 놈 보는 재미에 산다니까요!.....회사 가기도 싫고.....



회사가도 이 놈 생각만 나고........허허허허!"



"그만 좀 해요!.......이 양반이 별 주책을 다 떨고 그러네!"



진호엄마는 병춘의 호들갑이 마음에 걸리는지 병춘에게 면박을 줬다.



"뭐 어때서 그래?....나이 먹어서 애 낳는 게 뭐 어떻다고? 난 좋기만 한데!.....



못 낳는 놈들이 병신이지!.......안 그래요? 영철엄마?"



"그..그럼요!"



병춘은 꿈에도 그 아들이 어떤 아들인지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기색이 없어 보였다.



경숙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좌불안석이라 경숙은 진호엄마에게 몇 마디 인사치레의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차 이 일을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경숙은 정신 없이 하루를 보냈다.



저녁에 정석이 경숙에게 물었다.



"가서 봤어?"



"네!........"



"보니까 어때?..........맞지?"



"여보! 어떻게 해요?.......이제 앞으로 한 동네에서 어떻게 같이 살아요? 네?"



"진호아버지는 아직 모르는 것 같지?"



"지금은 그렇다 쳐도......나중에 애가 자라면 그 때는 또 모르죠!........



맨날 영철이 얼굴보고 또 애 얼굴보다 보면.........아유, 어떡해?!......



하여튼 영철이 이 놈의 자식 오기만 해봐라!....내가 그냥........."



"지금 와서 영철이 혼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그러다 괜히 동네방네 소문만 나지!.......



애들 단속 제대로 못한 우리 책임도 크지 뭐!........



우리가 처음에 알았을 때 혼쭐을 내놨어야 했는데!......."



"다 당신 때문에 그래요! 어떻게 부자가 한 여자를......하여튼 둘 다 똑 같애!"



"아니, 이 사람이 왜 나는 들먹이고 그래?........



그러는 당신은 상관없고?........



당신이 진호아버지하고 그러다가 영철이한테 들키는 바람에



영철이가 진호아버지한테 복수하느라 그런 거라고 영철이 일기에 써 있었다며?....



따지고 보면 다 당신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 이게 왜 나 때문이야?!"



"아유, 듣기 싫어요! 다 지나간 얘기를 지금 와서 왜 또 꺼내요?.......



하여튼 진호엄마도 칠칠맞지! 그거 하나 제대로 단도리를 못 해서 이렇게 일을 만들어?!"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했다.



"너무 걱정하지마! 이사가야되면 이사가는 거지 뭐!......



그렇지 않아도 요새 이 동네 새로 개발한다고 우리보고 집 팔라는데..........



뭐, 이 참에 집 팔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든지 ......"



"이사 가면 식당은 어떻게 하고요?.....우리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다고?......."



"아이구, 이런!.......그런 걱정일랑 아예 붙들어 매셔!



아무려면 우리가 뭐 먹고 살 길이 없을까봐 걱정이야?.......



.......당신은 지겹지도 않아? 주방일 하는 거?"



"안 지겹긴 왜 안 지겨워요?......당장 내일부터라도 안 하고 싶지!.......



제발 부탁이니까 나 주방 일 좀 안하고 살게 해줘요!......"



"알았다니까! 걱정말고 조금만 기다려봐!........



일 잘 되면 인제는 당신 집에서 편안하게 살림만 하면서 살게 해줄 테니까!...."



정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렇게 경숙에게 큰 소리를 쳤다.







한동안 발걸음이 뜸했던 나한철이 다시 정석을 찾아왔다.



정석과 나한철이 소주잔을 앞에 놓고 마주 앉는 것을 보고



경숙은 괜한 술자리에 붙잡히는 게 싫어서 피곤하다며 먼저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두 사람도 굳이 경숙을 붙들 생각을 않고 선선히 경숙을 들여보내 주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나한철은 사흘이 멀다하고 정석을 찾아왔다.



둘이서 무슨 할 얘기가 많은 건지 아니면 서로 죽이 잘 맞아서 그러는 건지



그 때마다 두 사람은 밤이 늦도록 술자리를 벌렸다.



그러더니 한 날은 정석이 느닷없이 주말에 나한철의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는 말을 꺼냈다.



"아니, 가게는 어떡하구요?"



"그야 뭐........요즘 데모 때문에 장사도 잘 안 되는데 하루쯤 일찍 문을 닫지 뭐!"



"이 양반이?..........아니 그까짓 저녁 먹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가게 문을 닫아요?....



정말 별 일 다 보겠네!"



정석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별 일 이었다.



식당을 시작한 이래 정석이 단 한 번이라도 그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손님이 찾아왔다가 헛걸음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석의 철학이었고



그런 남편 때문에 추석이니 설날이니 하는 명절에도 고향 한 번 제대로 내려가 본 일이 없는 경숙에게



정석이 가게 문 닫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한철이가 자기네 집에 꼭 와달라고 신신부탁을 하는데!...."



"아니, 그러면 나중에 가게 쉬는 날 가도 되잖아요?.......



그 집 가서 저녁한끼 먹는 일이 뭐 사람 숨넘어갈 일이라고?....나 원 정말 알 수가 없네!"



"그게 아니고!....."



정석의 말에 의하면 나한철의 결혼생활이 꽤나 심각한 위기에 처한 모양이었다.



와이프와의 성적인 문제가 계속되면서 나한철은 이혼까지도 마음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디 가서 그런 내막을 상의할 데가 없는 나한철이 정석에게 신세 한탄을 하다가



정석이네가 와서 자기네 사는 모양도 보고 와이프에게 조언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는 것이다.



"아이, 그게 뭐 우리가 가서 뭐라고 한다고 될 일인가?.......



자기네 둘이 알아서 할 일이지!........"



"이 사람이 또 왜 이래?.....아니, 막 말로 얘기하면 한철이 하고 나하고 무슨 관계야?



다 당신 때문에 알게 된 사인데......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얼마 전에도 가게에서 좋아 죽겠다고 숨 넘어 갈 땐 언제고......



아, 그까짓 와서 밥 한끼 먹어 달래는데 그게 뭐 힘든 일이라고 그렇게 토를 달아?



우리가 가서 도와줄 일 있으면 돕는 거고 안 그러면 못 하는 거지!.......



당신 뭐 한철이 결혼한 거 질투하는 거야?"



"에그머니나! 그 일은 또 어떻게 알았지?"



경숙은 나한철과 자신이 가게에서 벌린 일을 정석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속으로 찔끔했다.



"내가 무슨 토를 달아요? 당신이 가게 문 닫고 간다니까 하는 얘기지......



그리고 내가 왜 그 동생 결혼한 걸 질투를 해요? 그 동생 결혼해서 잘 살면 좋지!......



별 이상한 소리를 다하고 그러네!"



결국은 토요일 저녁에 영철과 현희에게 가게를 맡기고 나한철의 집에 가기로 했다.



주말마다 거의 김미자의 집에서 자고 오는 영철이 못 마땅한 얼굴을 했지만



정석의 말 한마디에 끽소리도 못하고 그러겠다고 했다.



토요일 저녁, 근 한 시간이나 걸려서 정석과 경숙은 나한철의 집에 도착을 했다.



나한철의 집은 연립주택 2층이었다.



벨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자 나한철과 그 와이프가 문간에서 정석 내외를 맞는데



나한철의 와이프는 한 눈에 봐도 미모가 출중했다.



키가 늘씬하면서 얼굴이 갸름한 게 소위 말하는 서구형 미인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거실에 차려진 상 위에는 벌써 몇 가지 음식이 놓여있었고



정석과 경숙이 상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자 곧이어 밥과 국이 날라져왔다.



정석과 나한철은 밥은 제쳐놓고 술잔부터 부딪혔다.



경숙이 여전히 주방에 있는 나한철의 와이프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나한철의 와이프는 나중에 먹겠다며 한사코 사양을 했다.



정석과 나한철도 같이 거들고 나선 끝에야 나한철의 와이프가 결국 한 상에 앉았다.



하지만 젓가락으로 몇 번 밥을 깨작이다 말고 이내 자리를 뜨더니



주방으로 가서 과일을 깎고 차를 준비했다.



경숙이 식사를 마친 다음에 같이 하자고 해도 나한철의 와이프는



괜찮다는 소리를 하며 경숙을 쳐다보지도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경숙은 갑자기 밥맛이 달아났다.



겉으로 봐서는 예의바르기 그지없고 나무랄 일을 한 것도 없었지만



경숙은 왠지 모르게 나한철의 와이프가 하는 짓이 마음에 걸렸다.



예의는 있는지 몰라도 손님을 맞는 따듯함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빨리 밥이나 먹고 가줬으면 하는 눈치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누가 밥 못 먹어서 밥 얻어먹으러 왔나?!"



나한철의 와이프가 하는 짓에 경숙은 괜히 그런 자격지심이 들었다.



경숙은 식사를 하다 말고 밥숟갈을 내려놓았다.



두 남자는 술잔을 들고 시국 얘기에 열을 올리느라 경숙이 어떤 기분인지는 헤아릴 겨를도 없었다.



"아유! 술 좀 그만 마시고 얼른 식사들이나 해요!.......



나중에 상 치울 사람 생각도 해야지.....마냥 상만 붙잡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아이구 누님은? 아, 지금 오신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상을 치워요?........



근데 누님은 벌써 식사를 다 하신 거예요?......아니 왜 드시다 말고?......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 제가 신경 써서 잘 좀 준비하라고 했는데도....



워낙 차린 게 변변치 않아서........"



"아유. 무슨 소리야? 이보다 상을 어떻게 더 잘 차려?



공들여 음식 준비한 사람 섭섭하게 괜한 소리를 하고 있네!"



경숙이 손을 내저으며 잘 먹었다는 말을 하다가



주방 한 쪽에 서서 나한철을 노려보는 나한철 와이프의 눈과 마주쳤다.



그러자 나한철의 와이프는 샐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실 나한철의 말이나 경숙의 말은 주인과 손님이 서로 예의상 나누는 얘기이고



이 때쯤이면 나한철의 와이프도 나서서



음식 준비를 별로 못해 죄송하다거나 아니면 자신이 원래 음식 솜씨가 별로 없다든지 하는



겸양의 말을 한 마디쯤 거드는 게 주객간에 서로 예의를 갖추는 도리일 법 한데



나한철의 와이프는 쓰다 달다 말 한마디가 없었다.



경숙은 그런 모습을 보며 앉아있는 자리가 더욱 더 불편해졌다.



심기가 불편하기는 나한철의 와이프 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 집으로 손님이 온다는 소리를 불과 이틀 전에 남편이 꺼낼 때부터 유진은 속으로 짜증이 났었다.



그래도 남편이 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긴 말 않고 가만히 있었다.



두 사람 밖에 안 되는 손님 때문에 친정 엄마를 불러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천상 혼자 손님을 치러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내내 고민을 하다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전에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배웠던 요리를 책까지 뒤적여가며 하루 종일 나름대로 정성껏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정석 부부를 보는 순간 유진은 자신이 괜한 헛고생을 한 기분이 들었다.



사회에서 알게 된 선배, 그것도 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유진은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집안에 들어서는 정석의 모습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촌티가 풀풀 나는 구식 양복을 어색하게 걸친 모습에다 손에 들고 있는 세제 봉다리 몇 개까지



어느 구석에도 정석을 귀하게 봐줄 만한 건덕지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남편과 얘기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어디 변두리에서 조그만 식당이나 하고 있는 모양인 정석을



남편이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됐고 왜 또 그처럼 중하게 생각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그 걱정을 하고 회사까지 빠져가며 고생을 했나?!"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어 유진은 여간 기분이 언짢은 게 아니었다.



음식이야 기왕 차려 놓은 것이고 얼른 밥이나 먹고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리지도 않은 상을 놓아두고 과일을 깎고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랬는데 남편이 자신의 공도 몰라대는 소리를 해대자 섭섭할 뿐만 아니라 화도 났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이유없이 잘 삐치고 후딱 하면 밤늦게 술이 취해 들어와



곯아떨어지는 남편을 보며 내가 뭐하러 이런 결혼을 했나 회의가 들던 참이라



유진은 남편이 더없이 미웠다.



앙칼지게 남편을 노려보다가 경숙에게 들켰지만 그런들 대수냐는 마음이 들었다.



"흥! 지까짓 게 뭘 어쩔 건데?!"



유진은 공연히 경숙까지 미워졌다.



경숙이 뭐 도와줄 일이 없나 하고 주방으로 갔다가



"그냥 놔두세요! 제가 할께요!"



유진의 냉랭한 소리에 만 정이 떨어져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조금 있자 유진이 주섬주섬 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니 왜 벌써 상을 치우고 그래? 형님 아직 식사도 다 안 하셨는데?...."



"술만 드시길래 식사는 안 하시는 줄 알고.."



"그래도 그렇지....물어보고 상을 치우든지 해야지"



"아, 됐어! 됐어!......뭐 술 마시면서 안주 먹었으면 됐지!,,,밥이야 맨날 먹는 건데......



제수씨! 저는 식사 안 할거니까 그냥 상 치우세요!"



밥상이 치워지고 조그맣게 술상이 다시 차려졌다.



유진이 그 술상에다 과일과 찻잔까지 올려놓았다.



"이 여자가 정말?!..."



나한철이 와이프가 하는 짓이 못 마땅해서 인상을 잔뜩 쓰면서 뭐라고 한마디를 하려는데



유진은 그런 나한철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냥 다시 주방으로 휙 가버렸다.



"어이, 동생 왜 그래?.......제수씨도 하루 종일 수고해서 피곤하실텐데.....



우리가 빨리 끝내고 일어나야지!.......제수씨!......수고하셨는데 술이나 한 잔 하시죠?"



"아니에요! 저 술 못해요!"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한 잔만 하세요!......."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와이프가 민망해서 나한철도 옆에서 같이 거들었다.



"아, 형님이 말씀하시는데.......빨리 와서 한 잔 받아!"



그래도 유진은 주방에서 나올 낌새를 보이지 않다가 두 세 번이나 더 재촉을 받고 나서야



마지못한 표정으로 술잔을 받아 입만 살짝 대고는 다시 상위에 잔을 내려놓았다.



"형님이 주신 잔이니까 빨리 마시고 형님 한 잔 따라 드려!"



유진은 남편의 그 소리에 다시 속에서 열불이 났다.



촌티가 주르르 흐르는 정석이 아까부터 자신을 제수씨라고 불러대는 것도 싫은 판에



그 남자가 마시던 술잔을 받아 입을 댄 것도 모자라서 술까지 따르라는 남편이 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더욱이 자신이 평소에 술을 거의 입에도 못 대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남편이 아닌가?



"그래! 마시라면 마셔주지!.......



뭐가 그렇게 대단한 형님인지는 몰라도 하루 종일 고생시킨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나를 이런 사람 술시중까지 시켜?!"



유진은 오기로 독한 양주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아으으윽!"



독한 기운에 몸서리가 쳐지면서 저절로 비명 같은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정석에게 돌려준 잔은 금새 빈 잔이 되어 다시 유진에게로 돌아 왔다.



"제수씨! 술 잘 하시는데 뭘 못한다고 그렇게 빼세요?......



한 잔 더 하세요!..."



정석이 억지로 술을 자꾸 권하는 바람에 결국 유진은 세 잔이나 받아 마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진은 머리가 핑핑 돌고 어지러웠다.



정석이 결혼생활이 어떻고 부부라는 게 뭐고 하며 무슨 얘긴가를 끝없이 늘어놓는데



유진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유진은 술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밖에서 정석과 남편이 두런대는 소리를 들으며 술과 잠에 곯아떨어졌다.



신경이 쓰이던 유진이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술자리는 오히려 더 길어졌다.



양주병이 바닥을 드러내자 그만 집에 가겠다는 정석을 나한철이 기어코 붙잡아 앉히더니



새 술병을 꺼내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방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경숙을 향해 손짓을 했다.



"누님!.....잠깐만 이리 좀 와보세요!"



"나?... 왜?"



경숙은 무슨 영문인가 하고 나한철이 불러대던 방으로 가 안으로 고개를 디밀었다.



"어머낫!........동생, 이게 뭐하는 짓이야? 왜 그래? 응?"



침대에 누워있는 유진의 치마는 허리까지 들쳐져 있었고



나한철이 와이프의 팬티를 벗겨내느라 한참 애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쉬잇!.....누님, 이리 들어와 보세요!"



"왜 그래?.....뭐 하려고?"



경숙은 느닷없는 상황에 영문을 모른 채 가만가만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섰다.



나한철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유진의 은색 실크 팬티를 미끈한 다리를 따라 끌어내렸다.



유진은 술에 곯아떨어져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유!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응?.......자는 색시 팬티는 왜 벗기고 그래?



그러다 깨면 어떡할려고?"



"우리 와이프는 술 좀 먹으면 완전 시체예요!......



그러니까 걱정 마시고 가까이 좀 와보세요!"



나한철이 와이프의 팬티를 다리 사이에서 빼내고는 와이프의 두 다리를 잡아 양쪽으로 벌렸다.



뽀얀 우윳빛 허벅지 사이로 거무스름한 유진의 아래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나한철이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 차는지 다시 유진의 발목을 잡아 무릎이 접히게 해서



다리를 유진의 배 쪽으로 밀어 부쳤다.



"누님! 우리 와이프 여기 좀 봐주세요!....."



"아유, 흉측하게 어딜 보라고 그래? 하지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누님! 우리 와이프 여기가 뭐 이상하게 생겼어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나한철이 손가락으로 유진의 사타구니 사이를 가리키며 경숙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휴! 내가 무슨 의사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난 나갈래!"



돌아서 나가려는 경숙의 손목을 나한철이 낚아챘다.



"누님! 그러지 마시고 좀 봐달라니까요!.......



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그제야 경숙도 나한철이 신세한탄을 하던 생각이 나서 나한철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갔다.



그렇지만 같은 여자끼리라도 다른 여자의 아래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었다.



경숙은 한 두 번 더 빼다가 곁눈질로 유진의 사타구니를 쳐다보았다.



가지런히 손질이 된 음모 밑으로 드러난 유진의 아래는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예쁘다거나 단정해 보인다거나 하는 표현과는 아예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까무잡잡한 대음순이 복잡하게 눌러 붙어있는 모양은 어딘가 모르게 난잡하여 상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긴 게 다 제각각인 걸 갖고 경숙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건덕지는 없었다.



"뭐?......뭘 봐달라는 거야?"



"우리 와이프.....뭐 이상한 거 없어요?"



"이상해? 뭐가?.......난 모르겠는데!"



"허이 참!.......그런데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지?........참 미치겠네!"



그 때 두 사람이 방에 들어가서 한동안이나 감감 무소식이자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던 정석이



방안으로 고개를 슬쩍 디밀었다가 방안의 광경을 보고 놀라 작은 비명을 질렀다.



"어엇! 이거 뭐야?"



"어? 형님!....."



갑작스런 정석의 출현으로 방안에는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 사이에도 정석은 고개를 디민 채 연신 유진의 가랑이 사이에다 눈길을 주고 있었다.



나한철은 민망한 생각이 들어 잡고 있던 와이프의 다리를 내리고



허리께 까지 들쳐져 있는 치마를 끌어내리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



경숙과의 일로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정석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수도 없이 와이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던 정석이었다.



어쩌면 정석은 와이프가 왜 그러는지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형님도 와서 좀 봐주실래요?"



"응?......뭘?"



"우리 와이프요......"



나한철이 끌어내리던 치마를 다시 올리고 다리도 도로 들어올려 유진의 가랑이를 벌렸다.



"미쳤나봐? 누구보고 뭘 보라고 그래?.......아유, 당신은 왜 들어오고 그래요? 빨리 나가요!"



어느새 방안으로 들어서는 정석을 경숙이 떠밀어내려고 했다.



"이 사람이 왜 이래?....가만히 좀 있어봐!..."



정석이 되레 경숙을 밀쳐내고 나한철의 곁으로 다가섰다.



"어디? 뭘 봐달라고?"



"형님! 우리 와이프 여기 뭐 이상한 거 없어요?"



"글쎄!...뭐 금방 보고 알 수 있나?......"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갸우뚱대던 정석이 아예 유진의 가랑이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유진의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아, 당신이 뭘 안다고 거기를 그렇게 들여다봐요?......"



경숙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석은 유진의 아래를 뚫어져라 들여다보더니 한 마디를 했다.



"여기 점이 있네?!......"



"어디요? 어디?...."



"여기!........"



"아! 그렇네요!"



나한철과 정석은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 듯 머리를 맞대고 유진의 아래를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까짓 점 있는 게 무슨 대수라고?.....하여튼 주책들이야!"



두 사람이 하는 양을 뒤에서 경숙이 내려다보면서 못마땅해하며 혀를 찼다.



정석이 유진의 나머지 한쪽 발마저 나한철이 하는 대로 무릎을 굽혀 위로 밀어 올리자



유진의 가랑이 사이가 활짝 벌어지며 항문까지 훤히 드러났다.



정석은 있는 대로 흥분이 된 나머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조차 판단이 안됐다.



정석이 유진의 아래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히야! 제수씨는 여기에다 뭘 뿌리나? 냄새도 기가 막히는데!"



"그래요? 무슨 냄새가 나요?&qu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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