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분류
PC방시트콤 - 4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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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1장 : 작은사기꾼
몇 달째 물도 바르지 않았던 찌뿌등한 몸도 그렇지만 살살 풍기는 퀴퀴한 냄새 때문에 품에 안겨든 여자가 줄행랑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먼저 샤워 좀 할께요."
거울을 보며 샤워기를 틀었다. 기름 듬북 발라진 듯 머리카락이 떡처럼 엉켜있다. 비누로 벅벅 머리를 감았다. 온 몸에 갑옷처럼 딱딱하게 붙어있던 때들도 하얀 포말에 바사지고 있다. 하얀 속살이 점점 넓어진다. 가슴을 옭아매던 암울한 흔적도 뜨거운 물줄기를 따라 발아래로 흩어졌다. 살아있다는 의미는 무책임한 시간들의 연속이 아니다. 까발라지듯 흩어지는 땟국물처럼 끊임없이 샤워기의 물로 자극하며 나를 벗겨야만 그 의미가 있다. 털복숭이 원숭이처럼 길게 늘어진 수염이 면도기에 밀렸다. 반쯤 가려진 얼굴이 환하게 거울에 비친다. 이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구나 싶어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중국 어디서 왔어요?" 이강호는 콧노래를 부르며 여자에 대한 궁금증에 물었다.
"연길."
"아, 연변의 연길?"
"네."
"한국사람 많죠?"
"길거리 채일 정도로 많아요."
"거기서 일하지 뭐하러 와서 고생하죠?"
"일년내 일해두 먹고 살기 힘든 곳이니까요."
"연길 물가 얼마나 하죠? 예전엔 엄청 싸던데."
이강호는 개운해진 몸에 타올을 걸치고 샤워실을 나서며 물었지만 여자는 테이블 위에 준비된 커피와 녹차 중에서 녹차를 종이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죠?"
"우선 녹차 드세요."
테이블을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앉는 대신 이강호는 침대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며 여자를 자세히 바라봤다. 아침나절에 봤을 때는 중년쯤 되리라 생각했는데 환한 불빛에 드러난 여자는 젊고 뽀얀 피부를 하고 있었다. 옆모습을 통해 가슴이 약간 볼록하고 등이 좀체 굽지 않은 것이 상당한 가정교육이 된 여자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한국에 들어오기가 싶지 않았을텐데."
"브로커한테 돈 쓰고 왔어요."
"만만치 않은 투자를 했었군."
"일년내내 일해두 여깃돈 이십만원밖에 안되잖아요."
"형제가 많아요?"
"꿈이 많았죠."
"그런데 겨우 식당일로 연명한데서야."
"젤 정직한 일자리래요."
"하긴, 좋은 사람만 만나면 식당만큼 속 편한데도 없겠지."
"불법취업하다 쫒겨난 사람 많이 봤어요. 그런 사람들 쫒겨가서 평생 벌어도 빚 못갚아요."
"얼마 들었는데요?"
"한국돈 팔백만원. 중국돈으로 6만원 들었어요."
"헉, 엄청난 돈을 투자했군요."
"택시비가 15원, 4명먹을 만두가 25원, 호텔방 50원, 버스비 1원인걸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죠."
"6만원 만들려면 평생 벌어도 모자랄텐데 어떻게 마련한거죠?"
"희망때문이죠. 식구들이랑 친척들까지 발 벗고 나서서 돈을 구해줬으니까요."
"그런 투자를 받아서 들어왔다 추방되면 억장이 무너지겠군."
"악질 고용주들이 그런 점을 악용한데요. 쫒아내겠다고 얼르면서요."
"식당 일해서 언제 본전 뽑죠?"
"여긴 좋아요. 벌써 본전 다 뽑고 연길에 아파트까지 한 채 샀으니까요."
"그럼 후딱 들어가지 뭐하러 더 고생하며 남아있죠?"
"못들어가요. 여기 생활에 익숙해져서 들어갈 수 없어요."
"음, 그렇겠네. 국적취득 방법을 찾아야겠어."
"방법은 많아요. 한국남자랑 결혼사진만 있으면 대사관에서 금방 해주거든요."
"알아. 결혼해서 국적만 취득되면 시집살이 팽개치고 날라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으니까."
"안그런 사람이 더 많아요."
"그렇겠지. 사랑하던 사람도 헤어지는 마당에 목적이 뚜렷한 두 사람이 만났으면 헤어짐도 당연할테니까."
"중국엔 시집살이라는게 없어요. 모두 평등하죠. 남편도 아내도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같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여긴 달라요. 남편의 폭력에 무너지고 시어머니의 시집살이에 눈물을 흘려가며 살 사람은 없으니까요."
"전통이 달라서 생긴문제였군."
"아무튼 조선족이 무조건 잘못한 것은 아니에요. 다른 문화에서 살던 사람을 데려왔으면 그 문화도 한동안 이해해주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옳아요. 내가 당신에게 뭔가 배울점이 있겠어."
"아뇨. 우린 처음 만났고 따뜻한 느낌이 다가와서 이렇게 있을 뿐이죠."
상당한 이성적 사고를 갖고 있는 듯 하면서도 낯선 이강호와 한 방을 쓰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단순한 감정에 의해 결정됐음을 시인하는 여자를 이강호는 따뜻하게 느꼈다.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난 이강호라고 하고 예전엔 무역을 했수."
"전 이영자라고 해요. 예전엔 학교 선생이었죠."
"우선 몸을 씻고 와요."
"여기 오기 전 다 씻고 왔는걸요."
"그럼 밤도 깊었는데 눈 좀 붙힙시다."
"강호씨, 정말 혼잔가요?"
"그래요. 애가 한명 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이 잘 돌보고 있수."
"부인은요?"
"그 남자랑 재혼해서 애까지 기른다니까요."
"저랑 결혼할 수 있어요?"
"어차피 그럴 생각으로 합방한거잖소."
"너무 당돌한 여자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거죠?"
"고향을 버리면서까지 왔을 정도라면 국적취득 방편을 찾고 있었을텐데, 내가 그 타킷이 됐을 뿐인걸 어찌 부인하겠소."
"그런말 말아요. 식당일 하면서 기웃거리는 남자는 많았지만 한번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럼 영자씨는 왜 거렁뱅이같은 나를 찜한거요?"
"눈 빛이죠. 텁수룩한 수염 속에 가려진 진지한 눈 빛을 봤어요."
"내가 한 때는 거지였다는걸 모른단말이요?"
"잃은 희망 앞에 사는 모양이 무슨 대수였을까요. 그냥 당신의 눈 빛 속에 재기의 뜻이 보였는데 이젠 달라지겠죠."
"그럼 영자씨가 평강공주라도 해 보겠다는겁니까?"
"맞아요. 강호씨가 바닥이라면 더 이상 추락할 것도 없죠. 내겐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아야 할 명분이 필요한데 당신을 멋지게 변신시키면서 살고 싶어요."
이강호는 알고 있었다. 무역을 하며 중국에 자주 돌아다녀봤지만 조선족여자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말만 들어도 어떻게 돈 냄새를 잘 맡았던지 졸졸졸 무리지며 자신의 주변을 떠나지 않았었다. 연길까지는 겨우 두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주말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노라면 금방 자신에게 마치 간택이라도 당하려는 처녀들이 득실거리는 거리에 설 수 있었다. 그녀들은 발랄하고 귀엽고 예뻐서 누굴 상대로 하룻밤을 보낼까 고민하는것도 즐거운 일상일 뿐이었다. 다만 점차 빤질거리며 삶의 얼룩에 노출된 조선족들은 허름한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노련함도 함께 갖추게 되었을 뿐이다. 중국에서 실패한 사업가는 사업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실패한 것이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그들이지만 절망감을 느꼈을 때 복수하는 마음은 독한 공산주의자의 응징과 같은 것이다.
이영자라는 여자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한국 땅을 밟았고 몇 년에 걸친 서울 생활을 통해 자신이 얻어야 할 모든 것을 얻었을 것이다. 한참 벌어진 문화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었던 마당에 또 다시 연길로 돌아가기는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람을 내 여자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남자와 여자를 평등하게 대해주고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할 꿈을 대신 멋지게 실천해 봄으로써 오랫동안 열등하게 살았던 삶을 보상 받을 수 있으면 그 뿐이라는 것을 이강호는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간다. 이영자는 한국에서 상처받은 일들을 생각하는지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강호는 그런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안아들였다. 여자의 어깨가 둥글게 가슴에 닿았다. 향긋한 머리냄새가 코 끝에 닿았다. 살짝 팔에 힘을 주며 그런 여자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여자는 힘없이 그런 강호의 가슴에 무너졌다. 어깨와 허리에 팔을 넣어 그런 여자를 침대위로 안아 뉘였다. 거칠게 살면서 츄리닝같이 단조롭게 옷깃을 여미는 옷가지로 몸이 가려진 이영자의 옷은 위에서 아래로 자크가 내려지자 하얀 속내의를 드러냈다. 검은 브레지어가 내의에 비쳐졌다. 꽃무늬 브레지어를 자랑삼아 걸치고 패션모델처럼 자신의 앞에서 휘릭 한바퀴 돌던 경우 엄마가 떠 올랐다.
이영자의 겉옷을 풀어 침대 밑으로 떨어 뜨렸다. 몸베처럼 허리를 감싸며 조여주던 끈이 풀리자 바지도 침대 아래로 흘러내렸다. 뽀얀 속살이 추위에 얼마나 떨었을까. 하얀 팬티가 눈 앞에 가득하고 시큼한 보지 냄새가 감춰진 듯 피어나며 호흡을 멈추게 한다. 이강호는 바들떨 듯 허벅지가 꼬여드는 이영자의 무릎위에 손을 얹었다. 낯선 남자에게 몸을 풀어줄 용기있는 여자라지만 처녀의 몸으로 더 용감하게 자신을 부숴낼 수 있는 여자를 기대할 수는 없는터라 부드럽게 아래에서부터 위로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쓸어올리며 하얀 속옷자락을 들췄다. 보드라운 뱃살이 느껴진다. 그 곳을 지나 검은 브레지어에 감춰진 터질듯한 유방을 향해 손길을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이영자의 등이 살짝 들렸다. 이강호는 그 틈으로 손을 넣어 호크를 풀렀다. 조이듯 누르던 브레지어가 풀리면서 팽팽하게 긴장된 가슴이 톡 소리를 내듯 이강호의 손바닥에 들어왔다. 살짝 누르듯 돌리듯 찾아헤메듯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넣어 본다. 아흑,,, 약한 비음과 함께 여자의 몸이 옆으로 뒤틀렸다. 이강호는 여자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덮듯 올라타며 부드러운 손끝을 머리카락 사이에 넣었다. 이발소에서 느꼈던 부드러운 손길을 생각하며 여자의 모공을 하나 하나 자극하고 싶은 욕망에 머릿결을 따라 이강호의 손끝이 떨리고 있다.
반쯤 뒤로 젖켜진 목선을 따라 이강호의 숨결이 흐를 때 여자는 두 손으로 이강호의 허리를 힘있게 감았다. 부드러운 선이 이어졌다. 귓 볼부터 목을 타고 흐르는 둥근선이 어깨위에 닿았다. 이강호의 혀끝이 그 선을 따라 여자의 가슴살까지 파고든다. 탄력지고 부드러운 여자의 속살이 혀 끝에 녹아지며 아랫배가 자꾸 부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손으로 가슴 하나를 잡았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 유두를 쥐어짜듯 눌러보듯 살짝이듯 거칠 듯 헤메고 있을 때 또 한손이 젖가슴 아래를 감싸쥐며 더러는 조이고 더러는 놓으며 집중적인 공략이 시작되자 여자의 두 허벅지가 활짝 열리더니 그런 이강호의 허리를 꼬옥 끌어 당겼다.
이강호는 농락하기 시작한 젖가슴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쥐듯 놓듯 핥듯 빨 듯 한쪽 젖가슴에 집중적인 손놀림이 시작되자 여자는 못 참겠는지 이강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끌며 딱딱하게 굳어진 유두를 입술에 물렸다. 이강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유두를 입술로 앙앙 물고 빨며 더러는 혀바닥으로 핥고 더러는 입술에 힘을 주어 물고 돌리고 또 빨아대며 몸이 열릴 때까지 두 몸을 붙혀 나갔다.
몇 달째 물도 바르지 않았던 찌뿌등한 몸도 그렇지만 살살 풍기는 퀴퀴한 냄새 때문에 품에 안겨든 여자가 줄행랑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먼저 샤워 좀 할께요."
거울을 보며 샤워기를 틀었다. 기름 듬북 발라진 듯 머리카락이 떡처럼 엉켜있다. 비누로 벅벅 머리를 감았다. 온 몸에 갑옷처럼 딱딱하게 붙어있던 때들도 하얀 포말에 바사지고 있다. 하얀 속살이 점점 넓어진다. 가슴을 옭아매던 암울한 흔적도 뜨거운 물줄기를 따라 발아래로 흩어졌다. 살아있다는 의미는 무책임한 시간들의 연속이 아니다. 까발라지듯 흩어지는 땟국물처럼 끊임없이 샤워기의 물로 자극하며 나를 벗겨야만 그 의미가 있다. 털복숭이 원숭이처럼 길게 늘어진 수염이 면도기에 밀렸다. 반쯤 가려진 얼굴이 환하게 거울에 비친다. 이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구나 싶어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중국 어디서 왔어요?" 이강호는 콧노래를 부르며 여자에 대한 궁금증에 물었다.
"연길."
"아, 연변의 연길?"
"네."
"한국사람 많죠?"
"길거리 채일 정도로 많아요."
"거기서 일하지 뭐하러 와서 고생하죠?"
"일년내 일해두 먹고 살기 힘든 곳이니까요."
"연길 물가 얼마나 하죠? 예전엔 엄청 싸던데."
이강호는 개운해진 몸에 타올을 걸치고 샤워실을 나서며 물었지만 여자는 테이블 위에 준비된 커피와 녹차 중에서 녹차를 종이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죠?"
"우선 녹차 드세요."
테이블을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앉는 대신 이강호는 침대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며 여자를 자세히 바라봤다. 아침나절에 봤을 때는 중년쯤 되리라 생각했는데 환한 불빛에 드러난 여자는 젊고 뽀얀 피부를 하고 있었다. 옆모습을 통해 가슴이 약간 볼록하고 등이 좀체 굽지 않은 것이 상당한 가정교육이 된 여자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한국에 들어오기가 싶지 않았을텐데."
"브로커한테 돈 쓰고 왔어요."
"만만치 않은 투자를 했었군."
"일년내내 일해두 여깃돈 이십만원밖에 안되잖아요."
"형제가 많아요?"
"꿈이 많았죠."
"그런데 겨우 식당일로 연명한데서야."
"젤 정직한 일자리래요."
"하긴, 좋은 사람만 만나면 식당만큼 속 편한데도 없겠지."
"불법취업하다 쫒겨난 사람 많이 봤어요. 그런 사람들 쫒겨가서 평생 벌어도 빚 못갚아요."
"얼마 들었는데요?"
"한국돈 팔백만원. 중국돈으로 6만원 들었어요."
"헉, 엄청난 돈을 투자했군요."
"택시비가 15원, 4명먹을 만두가 25원, 호텔방 50원, 버스비 1원인걸 생각하면 엄청난 돈이죠."
"6만원 만들려면 평생 벌어도 모자랄텐데 어떻게 마련한거죠?"
"희망때문이죠. 식구들이랑 친척들까지 발 벗고 나서서 돈을 구해줬으니까요."
"그런 투자를 받아서 들어왔다 추방되면 억장이 무너지겠군."
"악질 고용주들이 그런 점을 악용한데요. 쫒아내겠다고 얼르면서요."
"식당 일해서 언제 본전 뽑죠?"
"여긴 좋아요. 벌써 본전 다 뽑고 연길에 아파트까지 한 채 샀으니까요."
"그럼 후딱 들어가지 뭐하러 더 고생하며 남아있죠?"
"못들어가요. 여기 생활에 익숙해져서 들어갈 수 없어요."
"음, 그렇겠네. 국적취득 방법을 찾아야겠어."
"방법은 많아요. 한국남자랑 결혼사진만 있으면 대사관에서 금방 해주거든요."
"알아. 결혼해서 국적만 취득되면 시집살이 팽개치고 날라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으니까."
"안그런 사람이 더 많아요."
"그렇겠지. 사랑하던 사람도 헤어지는 마당에 목적이 뚜렷한 두 사람이 만났으면 헤어짐도 당연할테니까."
"중국엔 시집살이라는게 없어요. 모두 평등하죠. 남편도 아내도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같은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여긴 달라요. 남편의 폭력에 무너지고 시어머니의 시집살이에 눈물을 흘려가며 살 사람은 없으니까요."
"전통이 달라서 생긴문제였군."
"아무튼 조선족이 무조건 잘못한 것은 아니에요. 다른 문화에서 살던 사람을 데려왔으면 그 문화도 한동안 이해해주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옳아요. 내가 당신에게 뭔가 배울점이 있겠어."
"아뇨. 우린 처음 만났고 따뜻한 느낌이 다가와서 이렇게 있을 뿐이죠."
상당한 이성적 사고를 갖고 있는 듯 하면서도 낯선 이강호와 한 방을 쓰게 된 연유에 대해서는 단순한 감정에 의해 결정됐음을 시인하는 여자를 이강호는 따뜻하게 느꼈다.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난 이강호라고 하고 예전엔 무역을 했수."
"전 이영자라고 해요. 예전엔 학교 선생이었죠."
"우선 몸을 씻고 와요."
"여기 오기 전 다 씻고 왔는걸요."
"그럼 밤도 깊었는데 눈 좀 붙힙시다."
"강호씨, 정말 혼잔가요?"
"그래요. 애가 한명 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이 잘 돌보고 있수."
"부인은요?"
"그 남자랑 재혼해서 애까지 기른다니까요."
"저랑 결혼할 수 있어요?"
"어차피 그럴 생각으로 합방한거잖소."
"너무 당돌한 여자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거죠?"
"고향을 버리면서까지 왔을 정도라면 국적취득 방편을 찾고 있었을텐데, 내가 그 타킷이 됐을 뿐인걸 어찌 부인하겠소."
"그런말 말아요. 식당일 하면서 기웃거리는 남자는 많았지만 한번도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럼 영자씨는 왜 거렁뱅이같은 나를 찜한거요?"
"눈 빛이죠. 텁수룩한 수염 속에 가려진 진지한 눈 빛을 봤어요."
"내가 한 때는 거지였다는걸 모른단말이요?"
"잃은 희망 앞에 사는 모양이 무슨 대수였을까요. 그냥 당신의 눈 빛 속에 재기의 뜻이 보였는데 이젠 달라지겠죠."
"그럼 영자씨가 평강공주라도 해 보겠다는겁니까?"
"맞아요. 강호씨가 바닥이라면 더 이상 추락할 것도 없죠. 내겐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아야 할 명분이 필요한데 당신을 멋지게 변신시키면서 살고 싶어요."
이강호는 알고 있었다. 무역을 하며 중국에 자주 돌아다녀봤지만 조선족여자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말만 들어도 어떻게 돈 냄새를 잘 맡았던지 졸졸졸 무리지며 자신의 주변을 떠나지 않았었다. 연길까지는 겨우 두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주말에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노라면 금방 자신에게 마치 간택이라도 당하려는 처녀들이 득실거리는 거리에 설 수 있었다. 그녀들은 발랄하고 귀엽고 예뻐서 누굴 상대로 하룻밤을 보낼까 고민하는것도 즐거운 일상일 뿐이었다. 다만 점차 빤질거리며 삶의 얼룩에 노출된 조선족들은 허름한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노련함도 함께 갖추게 되었을 뿐이다. 중국에서 실패한 사업가는 사업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실패한 것이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그들이지만 절망감을 느꼈을 때 복수하는 마음은 독한 공산주의자의 응징과 같은 것이다.
이영자라는 여자는 스스로 몸을 움직여 한국 땅을 밟았고 몇 년에 걸친 서울 생활을 통해 자신이 얻어야 할 모든 것을 얻었을 것이다. 한참 벌어진 문화차이를 극복하기 힘들었던 마당에 또 다시 연길로 돌아가기는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람을 내 여자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남자와 여자를 평등하게 대해주고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할 꿈을 대신 멋지게 실천해 봄으로써 오랫동안 열등하게 살았던 삶을 보상 받을 수 있으면 그 뿐이라는 것을 이강호는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간다. 이영자는 한국에서 상처받은 일들을 생각하는지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강호는 그런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안아들였다. 여자의 어깨가 둥글게 가슴에 닿았다. 향긋한 머리냄새가 코 끝에 닿았다. 살짝 팔에 힘을 주며 그런 여자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여자는 힘없이 그런 강호의 가슴에 무너졌다. 어깨와 허리에 팔을 넣어 그런 여자를 침대위로 안아 뉘였다. 거칠게 살면서 츄리닝같이 단조롭게 옷깃을 여미는 옷가지로 몸이 가려진 이영자의 옷은 위에서 아래로 자크가 내려지자 하얀 속내의를 드러냈다. 검은 브레지어가 내의에 비쳐졌다. 꽃무늬 브레지어를 자랑삼아 걸치고 패션모델처럼 자신의 앞에서 휘릭 한바퀴 돌던 경우 엄마가 떠 올랐다.
이영자의 겉옷을 풀어 침대 밑으로 떨어 뜨렸다. 몸베처럼 허리를 감싸며 조여주던 끈이 풀리자 바지도 침대 아래로 흘러내렸다. 뽀얀 속살이 추위에 얼마나 떨었을까. 하얀 팬티가 눈 앞에 가득하고 시큼한 보지 냄새가 감춰진 듯 피어나며 호흡을 멈추게 한다. 이강호는 바들떨 듯 허벅지가 꼬여드는 이영자의 무릎위에 손을 얹었다. 낯선 남자에게 몸을 풀어줄 용기있는 여자라지만 처녀의 몸으로 더 용감하게 자신을 부숴낼 수 있는 여자를 기대할 수는 없는터라 부드럽게 아래에서부터 위로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쓸어올리며 하얀 속옷자락을 들췄다. 보드라운 뱃살이 느껴진다. 그 곳을 지나 검은 브레지어에 감춰진 터질듯한 유방을 향해 손길을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이영자의 등이 살짝 들렸다. 이강호는 그 틈으로 손을 넣어 호크를 풀렀다. 조이듯 누르던 브레지어가 풀리면서 팽팽하게 긴장된 가슴이 톡 소리를 내듯 이강호의 손바닥에 들어왔다. 살짝 누르듯 돌리듯 찾아헤메듯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넣어 본다. 아흑,,, 약한 비음과 함께 여자의 몸이 옆으로 뒤틀렸다. 이강호는 여자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덮듯 올라타며 부드러운 손끝을 머리카락 사이에 넣었다. 이발소에서 느꼈던 부드러운 손길을 생각하며 여자의 모공을 하나 하나 자극하고 싶은 욕망에 머릿결을 따라 이강호의 손끝이 떨리고 있다.
반쯤 뒤로 젖켜진 목선을 따라 이강호의 숨결이 흐를 때 여자는 두 손으로 이강호의 허리를 힘있게 감았다. 부드러운 선이 이어졌다. 귓 볼부터 목을 타고 흐르는 둥근선이 어깨위에 닿았다. 이강호의 혀끝이 그 선을 따라 여자의 가슴살까지 파고든다. 탄력지고 부드러운 여자의 속살이 혀 끝에 녹아지며 아랫배가 자꾸 부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손으로 가슴 하나를 잡았다. 엄지와 검지로 살짝 유두를 쥐어짜듯 눌러보듯 살짝이듯 거칠 듯 헤메고 있을 때 또 한손이 젖가슴 아래를 감싸쥐며 더러는 조이고 더러는 놓으며 집중적인 공략이 시작되자 여자의 두 허벅지가 활짝 열리더니 그런 이강호의 허리를 꼬옥 끌어 당겼다.
이강호는 농락하기 시작한 젖가슴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쥐듯 놓듯 핥듯 빨 듯 한쪽 젖가슴에 집중적인 손놀림이 시작되자 여자는 못 참겠는지 이강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끌며 딱딱하게 굳어진 유두를 입술에 물렸다. 이강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유두를 입술로 앙앙 물고 빨며 더러는 혀바닥으로 핥고 더러는 입술에 힘을 주어 물고 돌리고 또 빨아대며 몸이 열릴 때까지 두 몸을 붙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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