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혈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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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산나물과 보리밥에 고추장 물 뿐이다. 그래도 허기가 잔뜩져서인지 미친듯이 먹어치웠다. 노인이 밥상을 치우고 다시 내 옆으로 왔다. 어깨의 상처를
보면서 얘기를 꺼낸다.
"파편은 어느정도 뽑아낸다고는 했는데... 그래도 모르니 시내 나가면 큰 병원은 꼭 가보게나........................"
"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래... 아까... 하던 얘기... 그거 마저 함세.................................."
"사실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혈자리에 쇠말뚝을 박았습니다.................................."
"으음... 그랬었군............................................."
"제가 돈에 눈이멀어... 아는 형과 그 몹쓸짓을 저질렀고... 결국 이 일을 사주한 놈들이 우리 입을 막기위해... 아는 형을 죽이고... 저까지... 흑흑흑................."
"그런데... 자네... 이상한점 있단 말이야................................"
"네??.........................................."
"이... 혈자리를 보면 말이야... 일본놈들이 과거 저질러온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그런 자리가 절대 아니란 말이야....................."
"네?????.................................."
"이것은 호랑이의 척추뼈인 백두대간을 치료하기 위한 혈침이야................................"
"아니..... 이거는 일본놈들이... 사주를 했다던... 데요???...................................."
"그리고... 자네가 가지고 있던 부적들도 말이야..... 그 내용들이 한민족의 막힌 혈맥을 뚫어 기와 혈이 통하게 해달라는 내용들이야...................."
"!!!!!!!..... 이럴수가.................................."
"단지... 이 부적들이 일본에서 작성되었던거 뿐이지... 내용은 저주의 내용이 아니야................................"
"그렇다면... 윤선생의 말이 다 사실이었구나....!!!!............................."
"하여간에... 내가 봤을때는 자네가 박은 말뚝의 이 혈자리들은 오래전 막혀 있던 혈위를 대신하기 위한 혈자리네.........................."
"혈위요???....................................."
"그렇다네... 혈위(穴位)라고 하는 것은 인체의 특정부위에 기가 응집되는 곳이라네... 우리나라에도 그런 중요한 혈위가 지류과 산맥을 따라 대략 세 군데가 있지................"
".............................................."
"그런데 말이야... 그 중요한 혈위가 두군데가 지금 막혀있어... 하나는 금강산 또하나는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이 곳 어딘가에 말이야... 난 한평생을 그 혈위를 찾아 다녔었지......."
"네??????...................................."
"북쪽에 있는 혈위는 조선시대 초기에 막혀버리게 된거네... 조선초기... 명과 조선은 전쟁직전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데... 아직 국가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명나라로서는 강한 고려군의
후예인 조선군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름대로의 비책을 연구하기 시작했지... 그래서 명나라의 [주원장]과 그의 책사 [이선장]에 의해 은밀이 금강산 지류의 혈위가
은밀히 막혀버리게 되는데... 그일로 조선건국 초기의 이성계와 정도전의 20만 대군에 의한 요동정벌 계획이 이방원의 왕자의 난으로 물거품이 되어 그후로 영원히 북벌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것일세... 지금의 중국의 동북3성... 그 옛 고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인 게지................................."
"....................................................."
"또 하나의 혈위는 지금 대한민국의 백두대간에 있는 곳으로서...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일본군의 제1선봉장인 [고니시유키나와]와 그놈의 수하장수인 [마쓰무라 시케노부]에 의해 아주
처참하게 막혀버리게 된거지........................................."
"네??... 임진왜란때요??................................................."
"그렇네... 이미 전세는 기울고 퇴각하는 일본군들이 가장 겁냈던건 조선의 보복공격이었다네... 이순신장군이 이끄는 강력한 수군함대로 해안을 봉쇄당하고 조선의 일본본토 상륙을
막기위해... 호랑이의 가장 치명적인 명치부의 [혈위] 그곳에 쇠말뚝을 박아 호랑이를 영원히 웅크리게 만들어 두었다는게 알려진 바로는 전설이라네........................"
"아.............................................."
"그 혈위는 결국... 조선과 일본의 운명까지 바꿔놓았다네... 7년간의 긴 전쟁이 끝나고 피폐된 일본의 국운이 기우는가 싶더니 조선에서 잡아간 수많은 도공들로 하여금 엄청난 가치의
질좋은 도자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유럽과의 무역에서 큰 돈을 벌어들여 일본 근대화의 기반이 잡혀져 갔던게야.............................."
".........................................."
"반면... 조선은 그 혈위의 막힘이 있은 후 이순신장군이 전사하게 되고... 전쟁 이후에 병자호란이라는 또 한번의 외침을 받아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 신세가
된것일세... 이 영원한 웅크림은 발빠른 일본과는 근대화의 기틀을 갖추기는 커녕... 당파싸움과 사회혼란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강대국들에 의한 간섭과 지배...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결국은 남북분단이라는 처참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거야..........................."
".................................................."
"나는 여지껏... 그 한국에 있는 [고니시유키나와]가 남기고 간 그 혈위의 쇠말뚝을 찾고 있었던 거라네................................."
"그러셨군뇨................................................."
"그 명치에 해당하는 혈위의 쇠말뚝만 뽑아버리고... 장차 이 나라가 통일이 되어 금강산 어딘가에 있는 혈위의 쇠말뚝을 뽑아버린다면... 웅크리던 호랑이가 두 다리를 힘차게 일본을
힘껏 밟아 중국 대륙으로 뛰어 오를걸세......................................"
"!!!!!!!!!!!!!!!!!!!!!!!!!!!!!!!!!!!!!..........................................."
벌써 이곳에서 지낸지 3일이 지났다. 아직 어깨는 여전히 아프지만 팔은 움직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노인네의 병수발에 무의도식하며 지낸다는게 미안해서 설겆이나 소일거리를
찾으며 도우려 한다. 최노인.. 나이는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 임에도 30년을 한 평생 산을 타고 다니며 살아온 체구라 다부져 보인다. 다음날도 최노인과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최노인에게 어느날 아침밥을 먹다가 이상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혈위]를 찾다가 누군가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위해 박아놓았다는 악의적인 쇠말뚝도 30여개를 넘게 찾았다고
한다. 그 때 문득 떠오르는게 있었다. 치악산의 오래되고 그 무식한 쇠말뚝이였다.
"저... 어르신... 거... 치악산 쪽에요................................"
"말하게......................................"
"여기... 지도에서 보면 요기... 요쪽에 말뚝박으러 갔다가 지름이 손목만한 오래된 쇠말뚝을 봤거든요?????............................."
"음... 그래???????... 어디 자세히 말좀 해보게나....................................."
"그... 바위들이 형상이 마치... 투구를 쓴 장군형상이랄까???... 하하하... 뭐... 제가 솔직히 풍수지리는 꽝이니까... 하하........................."
"이사람!!!... 웃지말고... 어서 차근차근 하게 말해보게!!!!!......................................"
[최노인]의 눈빛이 번뜩거리며 내 두 눈을 응시하고 있다. 아주 심각한 표정이다.
"하여간 제가 봤을때... 그런 형상인데... 그러니까... 이쪽어깨죠... 여기쪽에... 그게 박혀있더라구요..................................."
"거기... 자네... 어딘지... 확실히... 아는가???????................................................."
[최노인]이 놀라 두 눈이 휘동그레지면서 말을 더듬기까지 한다.
"그럼요... 알죠... 쇠말뚝이 어찌나 오래됐는지... 손으로 만지니까... 녹이 부서지더 라구요..................................."
"이럴수가...... 치악산이라.............................................."
다시한번 [최노인]이 지도를 이리저리 살핀다.
"그래... 여기가 어쩌면... 혈위일 수도 있겠어..... 내가 그동안............................"
"네???... 혈위요????......................................"
"어쩌면... 이곳... 그래... 여기가 호랑이의 혈위야... 제문혈(臍門穴)의 위치였던게야................................."
"...................................................."
"자네... 왜... 그걸 이제야 얘기하나!!!!!!...................................."
"아니... 뭐... 어르신이... 단양쪽에서 찾는 그 혈위가 있다고 해서... 하하... 사실... 갑자기 생각나더라구요......................."
"이사람... 이거..... 안돼겠네... 지금 당장 거길 가야겠네... 어서 앞장서시게..........................."
"네????... 아직 몸도 좀 그렇고................................"
"잔말말고 채비하게!!!!..................................."
"네... 그러죠...................................................."
그렇게 [최노인]과 함께 버스를 타고 원주로 향하고 있다. 문득 핸드폰의 밧데리를 갈아끼우고 전원버튼을 누른다. 그동안 산속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가 않아 금방 방전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켤수가 없었다. 또한 [최노인]의 집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았던 곳이었다. 핸드폰이 켜지자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떳다. [요오꼬]번호외에 못보던 번호가 여러개 있다. 같은
핸드폰번호 [윤선생]일 것이다. 서둘러 전화를 했다.
[띠리리리....]
"오... 희준이 자넨가??................................................."
"네... 선생님..............................................."
"그래... 무사한가???....................................."
"종필이 형이... 흑흑... 죽었어요... 총 맞구요................................"
"오호... 이런..... 이럴수가......................................"
"말뚝은 다 박았구요... 누군가가 우릴 죽이려 해요..........................."
"저번에 술집으로 들이닥친 놈들일게야... 친일 단체 중 한군데라네............................"
"말뚝지도를 빼앗으려 했어요........................................"
"음... 아마 그랬을꺼야... 자네... 지금 어딘가????.................................."
"지금은 솔직히 말씀 못드려요... 내일즈음 이 번호로 연락드리죠..............................."
"그래... 그래... 알겠네... 무사하길 바라네.............................................."
전화를 끊고 버스의 창 밖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다. 옆에 있던 [최노인]이 한마디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게 큰 죄야............................."
".........................................."
"그 후손들이 지금 영광을 누리면서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게지..............................."
"........................................"
"그런데 자네... 그 친일 후손들이 왜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지 아는가??................................."
"훗... 몰라요.........................................."
"우리나라... 이 대한민국이 말이야... 못 살아야... 그놈들이 잘살게 되는 이유야........................................"
"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못살고 굶주리고 고생을 해야 그 위에서 군림하는 그놈들이 더욱더 살을 찌울 수 있는 특이한 구조라는거야... 그놈들이 그렇게 만들어놨지......................"
"보통 자본주의가 그런거 아닌가요???........................................."
"그건 절대 아니네... 자네가 박아놓은 열두군데의 혈침을 도로 뽑으려고 했던 놈들 역시... 그놈들일께야... 과거 친일파의 후손 또는 그쪽계통의 기득권유지를 위한 단체들........."
"참... 이상한 나라야... 일제시대가 끝나고 친일청산을 못했다는게 한백년 동안이나 이나라의 꼴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거야..............................."
"그렇군요..................................."
"아마...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망친다던지... 하는 일에는 지금의 일본인들은 전혀... 관심이 없을게야... 우리 내부의 반민족 행위자들... 그 과거의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이 지금...
문제라는 거야..............................................."
"명심할께요................................................ "
일이 점점 꼬여간다는게 느껴진다. 친일파의 후손들에 의해 [종필]이 형이 죽었고 내가 죽을뻔 했다. [종필]이 형을 죽인 놈들이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더러운 조센징들... 지금 이대로 사는것도 감지덕지 고마워 할일이지.................................."
[창식]이 형네 술집에 들이닥친 머리에 하얀띠를 두른 정체모를 패거리들 [창식]이 형 말로는 [민족지킴이연대]라고 했다. 그래 그놈들이 바로 과거 친일파의 찌꺼기 들인것이다.
"저... 어르신................................................."
"말해보게.................................................."
"아까... 말한 과거의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 있잖아요......................................."
"음............................................"
"그놈들은 세력이 어떻게 되는건가요??..............................."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의료계 과학계 예술계등... 다방면의 모든 실권들을 다 장악하고 있어... 거의 대한민국 자체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얘기야....................."
"!!!!!!!..........................................."
"자네의 중요한 혈침도 좋았지만... 지금 내가 찾는 혈위... 그 제문혈(臍門穴)의 쇠말뚝 만 뽑아진다면.. 그 친일파들은 멸족당하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국운은 다시 뒤바뀌게 될꺼야....."
험한 산세를 지나 기억을 더듬으며 치악산에서의 마지막 말뚝을 박았던 곳을 찾아 몇시간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한참 후 저멀리 그 영엄해 보이는 범상치 않은 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최노인]은 뭔가에 한방 맞은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앞질러 그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최노인]은 그 오래된 쇠말뚝 앞에 무릅을 꿇고 손으로 바위와 녹슨
쇠말뚝을 어루 만지며 굵은 눈물을 소리없이 흘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찾았다는 감격의 눈물인지 망가진 국운에 대한 비탄의 눈물인지 알수가 없었다.
"이것이... 내가 찾던 [고니시 유키나와]의 쇠말뚝이 맞네... 흑흑흑흑......................................."
"드디어... 찾은거로군요........................................."
"일본군들이 퇴각하면서 호랑이의 명치에 해당되는 곳에 기가막히게 꽂아둔게야....................................."
"네....................................."
"이 장군형상의 바위... 오른쪽 어깨... 깊숙히 혈을 눌러 이순신장군이 전사하고 조선군의 다른장수들의 보복공격의 의지를 원천봉쇄할 수 있었던게야......................."
"이제... 이걸 어쩌실꺼죠???... 오래되어서 뽑기도 쉽지가 않을꺼 같은데................................"
"그냥은 안뽑힐게야... 이 오래된 철을 산화시킬 방법을 연구해야 하겠지........................................."
손으로 만져도 부서져 나가는 녹덩어리의 쇠말뚝은 아무리봐도 쉽게 뽑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최노인]의 말처럼 산화시킨다는 것도 쉬운일만은 아니다. 깊이가 얼마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두꺼운 쇳덩어리를 도대체 무얼로 녹여버린다는 것일까? 그날 [최노인]과 그 주변시세를 면밀히 관찰을 한 후 하산을 했다. 정확히 3일 후 다시 만나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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