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혈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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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원주로 향하는데 때아닌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차안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전국적으로 돌풍이 몰아치며 때아닌 기상이변에 농작물의 피해와 각종 재해가
예상된다는 기상주의보가 발령이란다.
"형... 내가 괜히 걱정하는건 아니겠지??................................."
"신경꺼... 임마................................"
그렇게 원주에 도착해서 비바람에 등반을 포기하고 숙소를 잡고 그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숙소 바깥으로 하루종일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번쩍][콰르릉] 번개와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TV를 켰다. 때아닌 기상이변이 계속적으로 속보이다. [종필]이 형은 방 한구석에 팔배게를 하고 누워 아까부터 무슨생각인지 한마디 말도 없다. 종필이형도 나처럼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거구나. 초저녁이 되자 날씨가 아까보다는 온순해 졌다. 하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는 여전했다.
"씨발... 야... 비도 오는데... 오늘은 그냥... 삼겹살에 쇠주나 한잔하고 자자..............................."
"좋지... 까짓꺼................................."
숙소 근처의 정육점에서 삼겹살과 양념장, 상추, 마늘을 사들고 와서 방안에서 휴대용 버너와 후라이팬에 대충 구워 소주를 마셔댄다.
[띠리리리...]
"여보세요............................"
"희준씨... 요오꼬에요................................"
"하하... 어쩐일이에요...................................."
"거기... 비 많이와요???..............................."
"네... 이빠이 데쓰에요... 엄청와요..........................."
"아하... 네에................................."
"요오꼬씨... 안심심해요??...................................."
"안심???... 아하... 심심하므니다... 저... 내이루... 바깥에 나가야할꺼 같아요...................."
"아... 연락됐어요???............................."
"하이... 내이루에... 사람들 만나기로요.............................."
"잘됐네요... 키는 잠그고 가요... 제가 키 하나 가지고 있으니까..........................."
"다시 올꺼에요... 잠깐만 보기로 했스므니다................................."
"그래요... 그럼... 식사하구요... 며칠있다 뵈요........................"
"하이... 조심하세요... 희준상................................... "
전화를 끊자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던 [종필]이 형이 한마디 한다.
"야... 요새끼... 아주 제대로 니가 좃맛을 보여줬구나???.............................."
"하하... 뭐... 그렇지... 뭐............................"
술이 한잔 두잔 취해만 간다. 바깥은 비가 완전 그쳤지만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함 그 자체이다.
"씨발... 존나게 뒷치기 하는데... 문신이 똥꼬 위에까지 있더래니까??..........................."
"야... 요오꼬... 그거 문신하려면 존나게 아팠을텐데................................"
"하여간에... 옆으로 눞혀서 다리 하나 들고... 씨발... 조온나게..................."
"아하... 하하하................................."
그렇게 치악산 자락에서의 밤은 깊어만 갔다. 치악산에서의 쇠말뚝 박기가 한창이다. 이제 이곳에서 남아있는 하나의 말뚝만 더 박으면 된다. [종필]이 형과 마지막 말뚝을 찾기 위해
GPS 좌표의 위치에서 또다시 지형지물을 수색을 한다. 그때 였다. 한 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바위의 깊은 골에 책상다리 굵기 만한 엄청난 지름의 쇠말뚝을 발견했다. 손으로 살짝
문지르니 녹이 껍질채 벗겨져 버렸다. 100년 이상은 되어 보인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
엄청난 굵기의 쇠말뚝 저걸 그 오래전에 누가 왜 박았을까?? 이런 야심한 곳에 왠지 이 범상치 않은 바위가 이 말뚝으로 굉장히 힘들어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주변을 더 찾다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기존에 말뚝이 박힌 바위와 그 주변의 암반들이 다시 내 눈에 들어온다. 비전문가인 내가봐도 왠지 영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바위임에는 틀림없다.
"찾았다..... 희준아..... 여기....................................."
".................................."
"야... 임마!!... 뭐해???................................."
"응.....???... 알았어... 갈께....................................."
[쩡!!!!....쩡!!!!....쩡!!!!....쩡!!!!....쩡!!!!....쩡!!!!....]
드디어 서울로 다시 컴백이다. 아까 그 바위 지금 생각해보니 꼭 무슨 장군의 흉상 같아 보이기도 했다. 투구를 쓴 머리와 양쪽 어깨 따지고 보면 그 말뚝은 오른쪽 어깨쪽에 깊숙히
박혀 있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아냐... 아무것도................................ "
"한 이틀 푹... 쉬고... 단양 넘어가서 시마이 때리자............................."
"그래... 이번에는 3개 형이 다 찾았네??............................."
"그럼... 니가 술쏴야 한다는것도 알겠네???..............................."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 한잔해..............................."
"니가 그말 하니까... 운전하는 내가 괜히 피곤하다... 휴게소에서 체인지???............................"
"그래... 알았어..............................."
자정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터덜터덜 천근만근 무거운 몸으로 집에 도착하니 빈집이다. 집안이 깨끗하다. [요오꼬] 이 기집애 아예 가버렸구나. 장비를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했다. 벌써 며칠째 꺼져있던 휴대폰을 서둘러 꺼내 충전을 시켰다. 치악산에서 첫날만 숙소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텐트생활을 했기 때문에 수신상태가 안좋은 그곳에서 밧데리가
금방 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전화기가 켜지자 그동안 [요오꼬]에게 몇번의 전화가 찍혀있다.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내일은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
[창식]이 형은 경찰서에 끌려가지 않았다면 분명히 만날 수 있을것이다. 지금하는 일은 하는거지만 제대로 알고 해야 신변안전의 위협으로 부터 대책을 세울 수 있을꺼 같아서 이다.
다음날 [창식]이네 형의 가게를 갔다. 여전히 폴리스라인이 그어져 있고 경찰 하나가 떡 하니 정문앞에 지키고 있을 뿐이다. 남대문을 빠져나오는데 서너명의 건달들이 보인다. 분명히
[창식]이 형 동생들이 확실하다.
"저기요... 혹시... 창식이형 동생들 아니에요??.............................."
"뭐여????.............................."
"저... 제가 창식이 형좀 만나야 되는데요................................"
"씨벌......???... 야!!... 델코 가...................................."
"예... 형님.................................."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아... 쪼까... 기냥... 따라오는기 좋은틴디??................................."
순간 옆구리 섬뜻하다.
"네... 가요... 가자구요....................................."
사람좀 찾는다고 했을 뿐인데 다짜고짜 무식한 사시미를 들이대고 그렇게 잔뜩 쫄아서 남대문의 어느 상가 지하 으슥한 곳까지 끌려 왔다.
"니... 뭐여???...................................."
"저... 창식이 형 교도소에서 수감생활 같이 했어요................................."
"그래서??................................"
"그냥... 인사도 좀 드리고 하려구요......................................."
건달 하나가 전화를 건다.
"예... 행님... 행님 학교계실때 같이 출감했다고 하던디요... 행님..........................."
"아... 그냥요... 행님... 알겄습니다... 행님.................................."
전화가 끊어지는 분위기다.
"잠깐... 만요!!!... 엊그제 일본놈들하고 함께 있었어요... 제가... 요..!!!.................................."
전화를 받던 놈이 눈이 휘동그레지더니 나를 쳐다본다. 수화기 너머의 [창식]이 형이 내 말을 똑똑히 들은것 같다.
"네... 행님... 알겄습니다... 행님... 바로 데리고 가겄습니다... 행님..............................."
"..................................."
그렇게 [창식]이 형을 만나게 되었다. 서울시 외곽의 어느 아파트였다.
"니가 누구지??................................"
"B동 3사에서 뵙기만 했지... 제가 가까이 모신적은 없어서요.........................."
"그라고 보니... 눈에 익는거 겄기도 하고... 아닌거 겄기도 하고... 그란디... 야쿠자들 얘긴 뭐여??........................"
"사건 일어나는 날 제가 마지막에 들어갔는데.............................."
"아아... 그래... 그게 니였냐???... 이제야 쪼까... 기억난다................................"
"네... 형님이 그냥 못알아보시길래요... 그냥... 저도 들어갔어요............................."
"내가... 아그들이 어디 한둘이냐??... 내가 못알아보믄 니라도 먼저 인사도 허고 그래야제??.................................."
"네... 하여간 그렇게 되었어요...................................."
"그럼... 겐조상하고 다카키상하고... 요우꼬상... 다 아는 사이여???................................"
"자세히는 모르구요... 인사동에 [윤선생]이라고 소개를 받아서 그날 처음 본거에요... 사실... 그래서 그날 그런일도 당하고... 해서... 그사람들 좀 제가... 알고싶어서 왔어요........"
"그냥... 야쿠자들이여... 동경지부 건달들이제... 세가 아주 막강혀................................"
"네... 창식이형도 잘 아시나봐요......................................"
"고럼... 그나저나... 민족지킴인지 지랄인지 하던 샹녀르 놈들이 들이닥쳐 중간보쓰급인 겐조오야가 뒈져버려서... 지금 일이 복잡하게 되어뿌렀제... 니도 그건 알제???............."
"네... 뉴스에서 봤어요....................................."
슬슬 [창식]이 형 눈치를 살피면서 다시 질문을 했다.
"그... 사람들은 대체 왜 왔어요??... 윤선생이랑 어떤관계인지... 혹시... 형님 아시나요??.........................."
"몰러...... 무신... 한국에서 침을 맞고 고쳐야 할께 있다던디... 그런거 같지도 않고..............................."
"침이요????...................................."
"왜???... 뭐가... 켕기는데가 있냐???................................."
"아뇨... 하하............................."
"그 야쿠자들 보통 야쿠자 아녀... 니도 일본 우익단첸지 머시긴지 알제??....................................."
"네.........................."
"그... 야쿠자들이 우익단체 지부장들에다가 정치판도 좌지우지 하는 놈들이여......................................"
"그... 요오꼬인지 그 여자도 야쿠자인가요???................................."
"고럼... 고년이 제일 무서운 년이제... 동경지부장 오야붕이랑 같이 왔다가 오야붕 보내고 며칠 더 머물다 일 당한거제... 지금은 나도 잘 몰러........................"
"하여간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뭐... 별다른거 궁금한건 없고???................................"
"네...................................."
"그려... 쪼까 조용해지면... 그때나 한번 와라........................."
"네................................."
창식이 형과 헤어져서 서둘러 PC방으로 갔다. [민족지킴이 연대] [쇠말뚝] [일본우익단체] 그렇게 오후 내내 PC방의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했다. 나같이 무식한 놈도 민족정기가 뭔지
쇠말뚝의 혈자리가 뭔지 이제야 알것만 같았다. 이제야 슬슬 그림이 나오는것 같다. 일본 우익 쓰레기들이 우리 민족 정기를 끊어놓으려는 수작에 일본 야쿠자와 그 돈줄이 이용되었고
나처럼 멍청한 놈이 매수되어 지금 그짓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민족지킴이 연대인지 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막으려고 하는거고 그놈들에게 잡히면 난 아마 처참하게
맞아 죽을 것이 분명하다. 벌써 10개의 혈을 눌러놓았다.
윤선생 같은 매국노에게 이용당한거다. 그 더러운 돈에 내가 아무리 무덤이나 해치고 문화재나 도굴하던 쓰레기같은 놈이지만 왠지 모르는 애국심에 나도 모르게 치를 떨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동네 앞 싸구려 호프집에서 초저녁 부터 술을 퍼 마시고 있다. 여지껏 저질러 왔는데 나머지 2개의 쇠말뚝만 박으면 7억이다 라는 것과 그래도 한민족의 핏줄이라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라는 고민 때문이다.
고아로 태어나서 내가 이 땅에서 누린 혜택이 도대체 뭔가??? 그래도 월드컵때 빨간 옷을 입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려가며 열광하지 않았었나???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오고
소년원이나 들락거리고 그덕에 군대도 못가보고 교도소만 네섯번째 들락 거렸고 누가 봐도 난 쓰레기다. 묵직한 조폭도 아니고 그냥 양아치 잡범이다. 나같은 놈이 애국심을 운운하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거다. 맞아 그럴꺼야 그러니까 쓰레기처럼 살아야 해 민족?? 애국심??? 돈이 최고야. 진짜 모르겠다.
[띠리리~] [종필]이 형에게 전화가 온다.
"어.........................................."
"희준이 너 어디냐??................................"
"그냥... 집 앞에........................................"
"오늘 한잔 안해???................................"
"그냥... 혼자 있을래.................................."
"왜???... 요오꼬랑 같이 있을꺼 아냐..........................."
"없어........................"
"그래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구나??..........................."
"씨발... 아냐.............................."
"뭐가 아냐??... 맞구만??... 짜아식... 하여간 알았어... 끊어........................"
[툭]!!
"후우... 씨발................................."
"에이... 씨발 좃같은 새끼.............................."
"에이... 좃도... 씨부랄놈의 나라...................................."
[벌컥..벌컥...벌컥...] [탁!!!!]
"여기요!!!... 씨발... 500 한잔 더 줘바요....................................."
자정이 넘어 집으로 향한다.
"아... 름다운... 강산...... 씨발... 딸꾹!!!... 너의마음 나의 마음... 딸꾹!!!.............................."
반지하의 내 방 창에 불이 들어와있다. 키를 따고 안으로 들어가니 [요오꼬]상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희준상... 보고싶었스므니다.........................."
"헤헤... 요오꼬... 어디 간줄 알았지... 딸꾹!!... 오랜만이에요................................."
"좃또마테... 사람좀 만났스므니다................................."
"씨발... 흑흑흑......................................"
"희준상???.........................."
"흑흑... 씨발... 이 좆같은 쪽빠리년..............................."
"희준상???.............................."
"요오꼬... 씨발... 니년 야쿠자지????... 우리 민족 혈 끊으러 온 우익야쿠자... 그치???......................."
"희준상............................"
"흑흑..... 씨발... 내가 지금 무슨 짓 한거야... 여지껏... 흑흑..........................."
"희준상... 울지 마세요... 나 야쿠자 맞스므니다... 하지만 우익?... 그런거 아니므니다......................."
"좃까!!... 씨발년아!!... 흑흑... 내가 쓰레기야... 니들 돈 받아쳐먹고... 내가... 흑흑..........................."
"희준상... 흑흑... 울지 마세요... 나중에 다 얘기 할꺼므니다..............................."
"씨발... 나같은 쓰레기가... 좃같이... 흑흑....................................."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요오꼬]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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