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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연인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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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들어왔어요?”
“안녕하세요. 예,어제 들어왔어요.잠시만요”
서점 사장이 책을 가지러 간다.
난 문 앞의 잡지 코너에서 월간지들의 제목들을 훑어본다.
그만그만한 소재들이 지루하게 중복되어있다.
“푸코, [성의 역사] 맞지요?”
사장이 책을 들고 나오며 묻는데 누군가 고개를 번쩍 들고 사장과 나를 바라본다.
“예. 맞아요”
대답하면서 화들짝 놀란 듯한 상대를 바라본다.
30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문학 코너에서 화들짝 놀란 시선을 거두느라 황망하다.
이런 제길, 제목이 [성의 역사]라니 귀가 놀랐나보다.
뭐라고 말을 해도 아직 성은 타부인 사회다.
“이만칠천원 입니다.”
사장의 말에 나는 카드를 건네준다.
카드를 받은 사장이 카드를 긁고 봉투에 책을 담았다.
접속이 원활하지 않는지 취소하고 다시 긁고 부산하다.
“다른 걸로 드릴까요?”
“아니요, 지금은 다 이럴 거예요. 점심시간엔 잘 안 될 때가 많더라구요”
고개를 들어 서점 안을 살펴본다.
만화책을 펴고 앉아있는 꼬마가 보이고 건너에는 참고서를 고르는 학생이 두 명 정도,
그리고 아까 화들짝 놀란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손에 들고 펼친 것은 시집처럼 보인다.
그런데 유난히 손톱이 눈에 들어온다.
길고 잘 갈무리 된 손톱의 색깔이 어두운 자줏빛, 그로테스크하다.
순간 가슴이 확하니 데워져 온다.
이런, 또 시작이군. 내 병을 내가 안다.
내 집착의 문이 빗장을 열고 스르륵 하고 열린다.
가꾸지 않는 화초는 제 멋대로 자란다.
조금 더 빛이 더 드는 방향으로만 자라나 나중에는 볼품이 나지 않는다.
방향도 바꾸어주고 이리 저리 손도 보아주는 화초는 더 단아하다.
스스로에 대해 너무 관대한 여자는 이미 여자가 아니다.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는 이유를 깨우친 여자의 성감이 더 높더라.
후훗, 우스운 일이다.
그냥 지나치는 여자일 뿐인데, 손톱 하나에 내 세포가 반응한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데 여자가 책을 손에 들고 다가선다.
순간 이래선 안 되는데, 두 번 째 폭발이다.
여자의 향수가 전하는 성감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성욕의 ABC 중에서 A와 B가 이미 여자에게서 터져 나왔다.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이젠 촉감만 남은 것인가.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침을 삼키는 나를 들킬 까봐 짐짓 주인의 손을 바라본다.
“다 됐습니다. 서명 해주세요”
나는 서명을 마친다.
그러면서 여자가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책을 살핀다.
파란 테두리에 시인의 얼굴이 그려진 표지를 보니 문지시인선이다.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이라고 쓰여져 있다.
제목은 처음 본다.
그러다가 허수경의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였던가를 떠올린다.
우습지만 그 사람이 고른 책 하나로 그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면, 적어도 겉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 보다는 넓은 범위의 추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런 오만한 시선으로 여자를 읽는다.
여자가 여자의 시집을 읽는 사람이 있다.
문학에 대한 폭 넓은 집착과 애증이 아니라면 강한 자의식을 지닌 여자일수록 동질의식에 집착한다.
시집을 고르는 여자는 또 소설을 집어 드는 여자보다 교양이 깊다.
원 머시기라 그러던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집이 아닌 바에야 그 깊이는 때로는 스스로를 침잠시킬 정도로 깊을 수 있다.
책을 들고 영수증을 받아 서점을 나선다.
이렇게 혼자만의 여행을 마친다.
훔쳐본다는 것은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가능하다.
한 사람의 한 사람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확장하면 모든 사람은 훔쳐보기의 대상이 된다.
문득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커피를 빼 오는 것을 잊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대의 유혹이 중추신경을 자극한다.
눈에 뜨이는 카페가 있다.
<나무와 시>, 카페의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핸폰을 열어 시간을 보니 바쁜 점심 시간은 지났다.
안심하고 카페 문에 들어선다.
역시 카페 안은 한 테이블만 손님들이 있다.
난 될 수 있으면 그 테이블과 떨어진 문 앞에 자릴 잡고 앉는다.
들어서면서 주인의 인사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인 여자가 유리 물 컵을 쟁반에 받쳐들고 와서 내려 놓는다.
“담배 펴도 되나요?”
“네, 바쁘지 않은 시간이라, 괜찮습니다. 재떨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커피 주세요”
“어떤 커피로 드릴까요? 원두하고 맥심하고 있는데…”
“원두 주세요”
“예”
그 말을 하고 여자가 돌아서는데 카페 문이 열린다.
주인과 내가 동시에 문 앞을 살피는데 들어선 여자는 서점에서 그 여자다.
“빨리 왔네”
주인 여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응, 시간 때우려고 책 하나 사서 왔어”
여자의 눈이 나와 만났다.
흠칫 놀랬나 아니면 그러지 않았나 잘 모르겠다.
주인 여자가 재떨이를 가져다 놓고 커피를 내린다.
주인 여자와 아는 사람이었나 보다.
이러면 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언제 가는데?”
여자가 주인 여자에게 묻는다.
“원래 3 시인데, 너 빨리 왔으니깐, 나도 빨리 일보고 올게. 지금 바로 갈게”
“그래 그럼”
“자꾸 이런 부탁해서 미안하다 얘”
문 앞에 앉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여자들의 얘기가 하나도 빠지지 않고 귀에 들어온다.
“커피만 내리고 갈게”
“아냐, 내가 할게, 다녀와”
“그럴까 그럼?”
“그래 천천히 일 보고 와”
“고마워 자기~”
여자는 백과 코트를 걸치고 기어이 밖으로 나간다.
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서점에서 산 책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쳤다.
"성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는 1권에서의 푸코가 떠오른다.
‘쾌락과 권력은 서로 상쇄되지도 서로 등을 지지도 않는다. 쾌락과 권력은 서로 뒤쫓고 서로 겹치며 서로 재활성화 한다’는 통찰은 이 과정에서 통사적인 성의 역사를 직관하는 시선을 제공했었으리라.
“커피 가져왔습니다”
눈을 드니 여자가 아까의 그 향수냄새와 함께 쟁반에 받쳐든 커피를 내려 놓고 있다.
찰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원래 말 건네는 재주가 없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아마 적어도 내 말이 씹히는 일 따위는 없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나 보다.
난 손님이고 여자는 임시지만 주인일 테니깐 싶은 영악함이랄까.
“네, 안녕하세요”
여자가 웃으며, 가볍게 목례 하며 찻잔을 내려 놓는다.
다시 여자의 엄지 손톱이 눈에 들어온다.
잘 관리된 손이다.
길고 또 뇌쇄적이다.
“허수경 시집 사셨죠?”
“네, 푸코 책 사셨죠?”
“네, 서로 무슨 책을 샀는지 다 아네요. 하하”
“네, 저도 읽었던 책이라…”
“전 그 시집은 안 본 거던데…”
“네……”
대화가 끊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의 어색함이 나를 견디지 못하게 할런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럴 때는 정공법이 나을까?
“차 한 잔 같이 할래요?”
“네?”
“제가 처음 다방에 가니깐 다방 언니가 저한테 차 사달라고 그러던데,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무료하니깐?”
이크 싶었다.
잠깐 여자의 시선에 황당함이 겹친다.
비유할 데가 없어서 다방 언니한테 비율 하다니.
치명적인 실수다.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요, 그냥 얘기 하고 싶은 분이라 생각해서요”
“……”
“차 안 마셔도 좋으니깐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네……”
마신다는 건지, 안 마신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그냥 한 번 60년대 식 ‘커피 한 잔 할래요?’가 나와버렸다.
돌아선 여자가 카운터를 향했다.
조금 있다가 안 쪽에서 앉아있던 여자들이 나와서 계산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커피와, 푸코에 코를 박고 있었고 아마 담배는 다 피웠을 것이다.
카페 안에 음악 소리가 이제야 들린다.
방금 나간 여자들의 소음에 묻혔던 음악 소리가 그 소음을 걷어내는 순간 오롯이 귀 안으로 들어온다.
어차피 여기서 다 읽을 책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책을 덮고 봉투에 집어 넣었다.
그냥 일어나기 아쉬워 두 번째 담배를 꺼내 무는 순간 여자가 커피를 받쳐들고 내 자리로 온다.
“엇!”
나는 나도 모르게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 놓은 여자가 건너편 의자에 앉는다.
난 그렇게 이 여자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예,어제 들어왔어요.잠시만요”
서점 사장이 책을 가지러 간다.
난 문 앞의 잡지 코너에서 월간지들의 제목들을 훑어본다.
그만그만한 소재들이 지루하게 중복되어있다.
“푸코, [성의 역사] 맞지요?”
사장이 책을 들고 나오며 묻는데 누군가 고개를 번쩍 들고 사장과 나를 바라본다.
“예. 맞아요”
대답하면서 화들짝 놀란 듯한 상대를 바라본다.
30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문학 코너에서 화들짝 놀란 시선을 거두느라 황망하다.
이런 제길, 제목이 [성의 역사]라니 귀가 놀랐나보다.
뭐라고 말을 해도 아직 성은 타부인 사회다.
“이만칠천원 입니다.”
사장의 말에 나는 카드를 건네준다.
카드를 받은 사장이 카드를 긁고 봉투에 책을 담았다.
접속이 원활하지 않는지 취소하고 다시 긁고 부산하다.
“다른 걸로 드릴까요?”
“아니요, 지금은 다 이럴 거예요. 점심시간엔 잘 안 될 때가 많더라구요”
고개를 들어 서점 안을 살펴본다.
만화책을 펴고 앉아있는 꼬마가 보이고 건너에는 참고서를 고르는 학생이 두 명 정도,
그리고 아까 화들짝 놀란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손에 들고 펼친 것은 시집처럼 보인다.
그런데 유난히 손톱이 눈에 들어온다.
길고 잘 갈무리 된 손톱의 색깔이 어두운 자줏빛, 그로테스크하다.
순간 가슴이 확하니 데워져 온다.
이런, 또 시작이군. 내 병을 내가 안다.
내 집착의 문이 빗장을 열고 스르륵 하고 열린다.
가꾸지 않는 화초는 제 멋대로 자란다.
조금 더 빛이 더 드는 방향으로만 자라나 나중에는 볼품이 나지 않는다.
방향도 바꾸어주고 이리 저리 손도 보아주는 화초는 더 단아하다.
스스로에 대해 너무 관대한 여자는 이미 여자가 아니다.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는 이유를 깨우친 여자의 성감이 더 높더라.
후훗, 우스운 일이다.
그냥 지나치는 여자일 뿐인데, 손톱 하나에 내 세포가 반응한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데 여자가 책을 손에 들고 다가선다.
순간 이래선 안 되는데, 두 번 째 폭발이다.
여자의 향수가 전하는 성감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성욕의 ABC 중에서 A와 B가 이미 여자에게서 터져 나왔다.
눈으로 보고 코로 맡고 이젠 촉감만 남은 것인가.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침을 삼키는 나를 들킬 까봐 짐짓 주인의 손을 바라본다.
“다 됐습니다. 서명 해주세요”
나는 서명을 마친다.
그러면서 여자가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책을 살핀다.
파란 테두리에 시인의 얼굴이 그려진 표지를 보니 문지시인선이다.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이라고 쓰여져 있다.
제목은 처음 본다.
그러다가 허수경의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였던가를 떠올린다.
우습지만 그 사람이 고른 책 하나로 그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면, 적어도 겉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 보다는 넓은 범위의 추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런 오만한 시선으로 여자를 읽는다.
여자가 여자의 시집을 읽는 사람이 있다.
문학에 대한 폭 넓은 집착과 애증이 아니라면 강한 자의식을 지닌 여자일수록 동질의식에 집착한다.
시집을 고르는 여자는 또 소설을 집어 드는 여자보다 교양이 깊다.
원 머시기라 그러던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집이 아닌 바에야 그 깊이는 때로는 스스로를 침잠시킬 정도로 깊을 수 있다.
책을 들고 영수증을 받아 서점을 나선다.
이렇게 혼자만의 여행을 마친다.
훔쳐본다는 것은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가능하다.
한 사람의 한 사람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확장하면 모든 사람은 훔쳐보기의 대상이 된다.
문득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커피를 빼 오는 것을 잊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대의 유혹이 중추신경을 자극한다.
눈에 뜨이는 카페가 있다.
<나무와 시>, 카페의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핸폰을 열어 시간을 보니 바쁜 점심 시간은 지났다.
안심하고 카페 문에 들어선다.
역시 카페 안은 한 테이블만 손님들이 있다.
난 될 수 있으면 그 테이블과 떨어진 문 앞에 자릴 잡고 앉는다.
들어서면서 주인의 인사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인 여자가 유리 물 컵을 쟁반에 받쳐들고 와서 내려 놓는다.
“담배 펴도 되나요?”
“네, 바쁘지 않은 시간이라, 괜찮습니다. 재떨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커피 주세요”
“어떤 커피로 드릴까요? 원두하고 맥심하고 있는데…”
“원두 주세요”
“예”
그 말을 하고 여자가 돌아서는데 카페 문이 열린다.
주인과 내가 동시에 문 앞을 살피는데 들어선 여자는 서점에서 그 여자다.
“빨리 왔네”
주인 여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응, 시간 때우려고 책 하나 사서 왔어”
여자의 눈이 나와 만났다.
흠칫 놀랬나 아니면 그러지 않았나 잘 모르겠다.
주인 여자가 재떨이를 가져다 놓고 커피를 내린다.
주인 여자와 아는 사람이었나 보다.
이러면 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언제 가는데?”
여자가 주인 여자에게 묻는다.
“원래 3 시인데, 너 빨리 왔으니깐, 나도 빨리 일보고 올게. 지금 바로 갈게”
“그래 그럼”
“자꾸 이런 부탁해서 미안하다 얘”
문 앞에 앉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여자들의 얘기가 하나도 빠지지 않고 귀에 들어온다.
“커피만 내리고 갈게”
“아냐, 내가 할게, 다녀와”
“그럴까 그럼?”
“그래 천천히 일 보고 와”
“고마워 자기~”
여자는 백과 코트를 걸치고 기어이 밖으로 나간다.
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서점에서 산 책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쳤다.
"성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는 1권에서의 푸코가 떠오른다.
‘쾌락과 권력은 서로 상쇄되지도 서로 등을 지지도 않는다. 쾌락과 권력은 서로 뒤쫓고 서로 겹치며 서로 재활성화 한다’는 통찰은 이 과정에서 통사적인 성의 역사를 직관하는 시선을 제공했었으리라.
“커피 가져왔습니다”
눈을 드니 여자가 아까의 그 향수냄새와 함께 쟁반에 받쳐든 커피를 내려 놓고 있다.
찰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원래 말 건네는 재주가 없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아마 적어도 내 말이 씹히는 일 따위는 없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나 보다.
난 손님이고 여자는 임시지만 주인일 테니깐 싶은 영악함이랄까.
“네, 안녕하세요”
여자가 웃으며, 가볍게 목례 하며 찻잔을 내려 놓는다.
다시 여자의 엄지 손톱이 눈에 들어온다.
잘 관리된 손이다.
길고 또 뇌쇄적이다.
“허수경 시집 사셨죠?”
“네, 푸코 책 사셨죠?”
“네, 서로 무슨 책을 샀는지 다 아네요. 하하”
“네, 저도 읽었던 책이라…”
“전 그 시집은 안 본 거던데…”
“네……”
대화가 끊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의 어색함이 나를 견디지 못하게 할런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럴 때는 정공법이 나을까?
“차 한 잔 같이 할래요?”
“네?”
“제가 처음 다방에 가니깐 다방 언니가 저한테 차 사달라고 그러던데,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무료하니깐?”
이크 싶었다.
잠깐 여자의 시선에 황당함이 겹친다.
비유할 데가 없어서 다방 언니한테 비율 하다니.
치명적인 실수다.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요, 그냥 얘기 하고 싶은 분이라 생각해서요”
“……”
“차 안 마셔도 좋으니깐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네……”
마신다는 건지, 안 마신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그냥 한 번 60년대 식 ‘커피 한 잔 할래요?’가 나와버렸다.
돌아선 여자가 카운터를 향했다.
조금 있다가 안 쪽에서 앉아있던 여자들이 나와서 계산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커피와, 푸코에 코를 박고 있었고 아마 담배는 다 피웠을 것이다.
카페 안에 음악 소리가 이제야 들린다.
방금 나간 여자들의 소음에 묻혔던 음악 소리가 그 소음을 걷어내는 순간 오롯이 귀 안으로 들어온다.
어차피 여기서 다 읽을 책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책을 덮고 봉투에 집어 넣었다.
그냥 일어나기 아쉬워 두 번째 담배를 꺼내 무는 순간 여자가 커피를 받쳐들고 내 자리로 온다.
“엇!”
나는 나도 모르게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테이블 위에 찻잔을 내려 놓은 여자가 건너편 의자에 앉는다.
난 그렇게 이 여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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