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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버스.......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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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의 추석 때였지 싶다.



"결혼"하라는 잔소리 귀찮아, 어떻게든 느지막이 내려갔다 빨리 올라오려는 요량으로

3일 연휴 중 첫째날 저녁 무렵 시간의 버스를 예매해뒀다.



그렇게 늦게 내려갈 수밖에 없는 핑계로 무엇을 갖다 붙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실 갖다 붙이기로 하면 부모님 속일 핑계쯤이야 백가지도 넘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만만한 게 바쁜 회사 일이구, 명절 연휴라 차표가 없을 수도 있으며,

도로 안막히는 시간으로 택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무언가를 핑계로 부득이 늦게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성공적으로 만들었기에,

이제 저녁 9시쯤 집에 도착해 늦은 저녁식사를 혼자 마친 뒤, TV를 안주로 어른들과 맥주 몇잔 마시고

피곤을 빌미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 분주한 명절 오전 끝의 점심식사만 마치면

다시, 포근하진 않지만 그저 편안한 서울의 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 불효자를 용서하소서....-_-;





이미 내려갈 사람 다 내려간 것처럼 방송에서는 연신 떠들어대고 있었는데도,

막상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서울 사람은 터미널에 다 모여있는 양 대합실이 북적대고 있었고,

장거리 일부 노선의 연착을 알리는 안내방송 등으로 혼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예매해 둔 버스는 다행히 큰 연착없이 거의 제 시간에 승객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나는 도착하는 버스를 향해 우루루 달려드는 사람들로부터 한걸음 떨어져 서서

마시던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저 다 비우고 거의 제일 마지막으로 버스에 올랐다.



앞에서 서너번째 줄 통로측 좌석이었고, 옆자리에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몇해 전 우연한 버스에서의 터치를 경험한 후, 사실 나는 고속버스, 좌석버스, 시내버스를 가리지 않고

때로는 무모할 정도의 접촉을 무수히 시도했던 시절이 있었다.

- 지금 생각해보면 꼭 발정난 수캐 같았다고나 할까?

시도의 횟수에 비례하여 성공의 횟수도 증가되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좌절과 쩍팔림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연륜^^;이 쌓여서인지, 터치를 못해 안달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을 수 있을 수준에는 이르렀지만,

마음 한켠, 아직 다 해소되지 못한 "제대로 된 터치"에 대한 열망마저 사라진 것이 아님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어쨌든!! 꼭 특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비좁은 버스의 옆자리에는

아무래도 젊은 아가씨가 같이 앉아 가는 것이 기분 좋다^^;





좌석을 모두 채운 버스는 출발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서둘러 출발했고,

터미널의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TV만 남기고 모든 실내등은 소등됐다.





옆자리의 아가씨는 명절을 맞아 집에 내려가는 서울 유학생의 모습이 역력했다.

꾸역꾸역 끌어안고 있는 큰 짐가방에는 필시 빨래며 철 지난 옷가지 등이 들어있을 것이다.





불 꺼진 버스, 젊은 아가씨, 무릎에 얹은 짐보따리로 인한 부득이한 신체 접촉 등등의 환경이

터치의 시도에 대한 솔깃한 유혹을 부채질하고 있었지만,

무슨 심각한 고민이라도 있었던 겐지, 딴 생각 속에 한참을 헤매이다

"이제 슬슬 만져볼까!"하는 나의 눈에 들어온 건, 창틀을 베개 삼아 곤히 잠들어 있는 그 아가씨의 옆모습이었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터치의 시도와 이에 따른 성공, 좌절, 쩍팔림 등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 가운데 한가지는 "절대 몰래 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몰래 만져짐을 당하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

많이 당황하고 불쾌해하며, 심하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몰래"를 가장한 의식적인 터치에는 의외로 관대한 경우가 많다.



즉, 그녀가 내 손길을 느끼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터치를 시작하는 것이

서로에게 기분 좋을 수 있는 그런 "터치"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경험을 통한 결론 가운데 하나다.





말이 많이 벗어났는데, 하여튼 그녀는 정말 곤히 잠들어 있었고 그래서 나는 그녀를 건들 수 없었다는 얘기다 -_-;





계속 혼잣 생각에 빠져 있었는지, 티비를 봤는지, 아니면 꾸벅꾸벅 졸기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명절 연휴의 첫날이었지만, 버스전용차선 덕분에 그리 막히지 않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던 버스가 휴게소에 들어섰다.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였으며, 그녀가 깨어났다.





나도 그녀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무슨 심보였을까? 그녀를 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시간 가까운 시간을 참아낸 인내심의 한계였을까? 아니면 이제 30여분 밖에 남지 않은 도착지로 인한 조급함이었을까?

나는 불이 환히 켜지고 사람들도 분주히 오가는 휴게소의 버스 안에서,

외투로 팔만 살짝 가린 채 그녀의 무릎에 놓인 짐가방과 그녀의 가슴 사이로 슬쩍 손을 밀어넣었다.

니트 재질의 스웨터를 사이에 두고 만져지는 그녀의 가슴 감촉이 손가락 끝을 통해 전달되어 왔다.



손가락 끝에 슬쩍 힘을 준 채 서서히 손을 전진시켰다.



손바닥의 정중앙이 그녀의 가슴 제일 높은 곳에 도달하도록 그녀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



나는 느릿느릿한 손바닥의 전진 후퇴만을 반복했고, 그녀는 계속 멍하니 있었으며,

잠시 후 사람들이 모두 버스에 올라탔고,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하지만 도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까? 버스기사는 버스의 실내등을 켜둔 채 운전을 했고,

나는 환한 버스 안에서 눈뜨고 앉아있는 옆자리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 대고 있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녀는 한때 자는 척 눈을 감기도 했었지만, 나중에는, 눈 빤히 뜨고 앉아있기가 쑥스러웠던 겐지, 아니면

눈감고 잠들었다고 믿어주길 바랐던 겐지,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려 멍하니 어두운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웃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눈초리도 있고 해서 차마 그 이상의 시도를 할 수 없었던 나는,

한쪽 가슴만을 열심히 주물거리다가 스웨터 위에서 브래지어의 상단을 헤집어 손가락 하나를 브래지어 속으로 집어넣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손가락을 한참이나 전진 시켰다고 생각했는데도 만져지지 않을 만큼,

브래지어 상단으로부터 젖꼭지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



이미 처음부터 그녀가 내 손길을 눈치채고 있었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더 노골적으로 눈치챌 수밖에 없도록 손가락을 억지로 밀어넣어,

결국 그녀의 단단해진 젖꼭지에 한개의 손가락을 도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한두개의 손가락을 더 밀어넣어, 결국,

단단해진 젖꼭지를 비록 스웨터에 가려진 상태지만, 쪼물딱 거릴 수까지 있게 되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갑자기 그녀가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젖꼭지 만지기에 몰두해 있던 나는 그녀의 기습적인 바른 자세에 미처 손도 빼지 못하고

엉거주춤 그녀쪽으로 틀어앉은 상태에서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세를 바로 한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그녀를 향해 바짝 당겨 앉은 나는

본의 아니게 그녀의 통화 내용을, 상대방의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상대방은 그녀의 아버지인 듯했고, 그녀는 상대방에게 버스를 타고 들어갈테니 차 가지고 나올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

상대방이 몇번이고 "그래도 나가겠다"고 우겼으나, 기어코 나올 필요가 없다는 그녀가 결국은 이겼다.





환한 버스, 주물럭 대는 젖가슴, 모른 척하는 그녀, 마중나오지 않을 그녀의 아버지..........



몇몇개의 떠오르는 단어들의 조합으로부터 무언가가 잡힐 듯, 잡힐 듯 혼란스러웠다.





여전히 모른 척 하고 있는 그녀의 가슴을 여전히 주물거리는 사이,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큰 길가의 간이 터미널이었지만 사람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거기에서 내렸고,

나는 그녀보다 몇 걸음 앞서 내릴 수 있었다.

몇 발치 떨어져 버스 출구쪽을 바라보는 내 눈에, 짐가방을 바리바리 챙겨 들고 내리는 그녀가 보였다.

그녀도 두리번거림으로 나를 찾는 듯 했다.



그녀가 느릿느릿 버스 뒷편 횡단보도 쪽으로 걸었다. 두어번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따라가야 할까? 잠시 시간 좀 내달라고 해볼까? 아니면 올라가는 시간을 약속해볼까?

아니, 하다못해 연락처라도 교환하고 서울에서 만나기로 할까?



그렇게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사이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불로 변했고,

그녀는 다시 한번 나를 쳐다보더니 여전히 느릿한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녀가 긴 횡단보도를 다 지나 도로 건너편 시내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도록 나는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고,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그녀도 계속 나만 바라보고 섰는 걸, 어둠 속이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아쉽지만 아름다운 추석 전야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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