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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회원투고] 고추밭 이야기 3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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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요즘 군대가 많이 좋아졌지..


나 때만하더라도 장난 아니 었거 든.. 하하"매형들이 서로 자기 군대이야기를 하며 떠들었고..옆에 앉아 있던 누나들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난 매형들과 이야기하며 누나들의 대화를 엿들었다."그래서 병원에서 뭐래?" "남편도 나도 아무 문제없데..."


"그래?.. 잘됐네..""잘되긴 뭘...요즘 시부모님 눈치 보느라 아주 죽겠는데..""원래 다 그런 거야...그나저나 이번에 시골 내려가면 엄마한테 잘 말해...


걱정하시니까""알아 나도... 근데 언니 범 바위 알지?""범 바위?...우리 시골에 있는 거?""응... 엄마가 그 얘기 하더라고... 범 바위 전설이 어쨌다나 뭐래나...""호호.. 엄마도 참 순수하셔... 아직까지 그런 미신을 믿고 계시니.."


"그러게 말 야...""암튼 이번에 내려가서 머리 좀 식히고 와...네 남편한테도 잘 좀하고""알았어."범 바위라니...범 바위는 우리 집 뒷산 계곡에 있는 바위였고.. 그 모습이 마치 두 마리의 호랑이가 짝짓기 하는 형상이어서 범 바위라고 불리었다.범 바위 전설은 이러했다.옛날 옛적.. 딸만 주구장창 낳았던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구박에 집을 나오게 되었다.



사내아이가 귀하던 시골이라 동네에서도 손가락질을 받던 며느리였다.며느리는 죽을 생각으로 계곡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다.


범 바위에 올라서 물로 뛰어든 며느리...그런 며느리를 구한 건 아내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남편이었고.. 둘은 젖은 옷을 말리려 홀딱 벗었다.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둘은 범 바위에 기대어 사랑을 나누었고.. 몇 달 뒤 며느리는 사내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다는 전설이었다.하도 오래전 마을 어르신들한테 전해들은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어렸을 적 동네에 결혼잔치가 있으면 그날 밤 범 바위에 애들은 가면 안 된다고 했던 것도 생각났다.요즘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입산이 통제되어 있었지만 예전에 범 바위 계곡은 우리또래들만의 수영장이었다.우리또래들 사이에서는 여자애들이 같이 멱을 감다가 범 바위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면 애기가 생긴다고 겁을 주기도 했고...


사내놈들은 전설을 서로 각자 다르게 해석하며 놀기도 했다.며느리를 범 한게 남편이 아니라 호랑이탈을 쓴 사냥꾼 이었다 라던가 아니면 진짜 호랑이였다던가 하는 말도 안 되는 해석들이 난무했다.그중에서도 용재 형이 말했던 해석이 충격적이었다."야.. 씨 발 그게 말이 되냐.. 남편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와?...""그럼 뭔데?""뭐긴 임 마.. 아마 지나가던 땡 중 이었을 거다...""땡 중? 어째서?" "잘 봐 임 마..저기 산꼭대기에 절이 하나 있었다.



마을에서 시주를 받고 올라가던 땡 중이 며느리를 구해준거였다."그래서?""물에 흠뻑 젖은 며느리를 보고 땡 중이 가만히 있었겠어?... 좆 달린 놈들은 다 똑같아..며느리의 딱한 사정을 듣기도 전에 범한거지..""뭐야 그게..""아직 안 끝났어... 임 마...땡 중한테 공양한 며느리가 발정이 난거지...


지 남편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고.." "ㅋㅋ 그래서?""마을로 돌아온 발정 난 며느리는 온 동네 청년들을 밤마다...



범 바위로 불러서 그 짓거리를 했던 거지..


그래서 여기가 범 바위 인거야..나를 범 해줘 라는 뜻으로""ㅋㅋㅋ... 호랑이범자가 아니고?""그래 임 마..."그때당시 용재 형이 포르노비디오에 심취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술자리가 끝나고 작은누나가 취한 매형을 부축하며 집으로 향했다."윽.. 형님 들어가세요... 처남 내일모레 데릴 러 올게.. 끅""네.."


"조심히 들어가"큰 누나 집으로 온 나는 씻고 거실에 누웠다."누나 나 내일 어디 좀 다녀올게..""어디?""군대 동기 좀 만나러""알았어..피곤 할 텐데 빨리자""응...매형은 괜찮아?" "아주 골아 떨어졌다.. 잘 자"


다음날 아침.새벽에 조카 녀석이 울어 일찍 눈을 떴다.누나가 해준 아침을 먹고 현수네 집으로 향했다.주소지를 적은 종이를 한번 확인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띠 리 리 리 링.모르는 번호였다."여보세요""광호야 엄마야"


"어..엄마...잘 놀고 있어?..어디서 전화하는 거야?""숙소 공중전화야..아침은 먹었고?""응.. 누나 네서 아침 먹고 나오는 중이야.."


"어디 가게?.. 아참 친구 만나러 간다고 했지?""응... 아 그리고, 내일 작은 누나 네랑 같이 내려가기로 했어.. 엄만 낼 몇 시에 와?" "글쎄..아마 저녁때쯤 갈 것 같은데.."



"그래?..알았어.. 빨리 와 보고 싶어""알았어. 녀석아""아..그리고 큰누나가 엄마 핸드폰 사놨더라고..


엄마 오면 내가 알려줄게.." "핸드폰?..그거 필요 없다 말했는데 참...""아무튼 잘 노시고 빨리 오셔..""응.." 엄마도 나를 보고 싶어 하실까? 전화를 끊었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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