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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눈물을 흘린다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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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의 외침은 공허한 빈집만을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아무리 소리를 내질러도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기철의 눈은 곧 튀어나올 것처럼 TV 화면 속의 가면 쓴 사내를 쏘아보고 있었지만, 역시 그 뿐이었다. 오히려 가면 쓴 사내가 실실 웃으며 기철의 이런 모습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안 돼... 제발....”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비웃음을 보고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식했다. 엄청난 무력감이 온 몸을 지배하긴 했지만,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침착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인 기철은 그제야 가면 쓴 사내를 쏘아보던 눈에서 힘을 풀었다.



[크크.]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웃음소리가 거슬렸다. 아니, 그보다 가면 쓴 사내 옆에서 원피스가 찢겨진 채, 매끈한 몸을 드러내어 정신을 잃은 아내가 있다는 사실이 거슬렸다. 비록 아내가 브래지어와 팬티라는 속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에게 몸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기철로서는 큰 수치로 다가왔다. 더구나 가면 쓴 사내는 자신의 아내를 음흉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지 아니한가. 가면 쓴 사내의 행동 때문에 기철은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표정으로는 큰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크크. 아주 좋은 몸이야. 살결도 매우 부드러울 것 같군.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빨아보고 싶은... 얼마나 맛있을까?. 친구는 많이 맛을 봤겠지?.]



“...........”



[표정관리 할 필요 없다네. 내가 친구라도 같은 마음이었을 테니까. 크크.]



“... 그만.”



[아내 이름이 차연희라고 하지?. 자네보다 3살 어린 34살... 아직 애를 낳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단 말이야. 아랫도리가 불끈 거리는군.]



“... 그만하라니까.”



[크크크. 친구가 화를 내니, 참 무섭단 말이야. 그래, 이만 해주지. 하지만, 나도 언제까지 참을 수는 없다네. 이런 멋진 여자를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남자란 세상에 몇 되지 않으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을... 셈인가?.”



[아니야. 약속은 지킬 것이네. 비록 첫 번째 게임은 친구가 패배했지만, 언제라도 기회가 있다네. 내가 게임에 패배하면, 자네의 아내를 그대로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두 번째 게임에 들어가 볼까 하는데, 어떤가?. 계속 하겠나?.]



가면 쓴 사내의 말을 듣고 기철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더 이상 돌아갈 곳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아내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만이 기철의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었다.



[좋아. 좋아. 이번에도 자네의 흥미로운 고백을 들어볼 것인데... 이번에도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면...]



채 말을 마치지도 않고 가면 쓴 사내는 자신의 오른 손에 들고 있는 칼로 정신을 잃고 의자에 앉아 있는 기철의 아내인 연희의 브래지어를 살짝 터치했다. 즉, 기철이 이번에도 가면 쓴 사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면, 연희의 브래지어를 잘라서 벗겨버리겠다는 가면 쓴 사내의 경고였다.



“... 휴.”



[긴장되나 보군.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면, 정말 아내를 사랑한다는 진심이 느껴지네. 아내를 얼마만큼 사랑하는가?.]



“... 내 목숨만큼, 아니, 아내를 위해서는 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



[크크. 그러한가?. 그런데 왜 솔직하지 못하나?. 아내를 구하고 싶지 않은가?.]



기철은 가면 쓴 사내에게 ‘솔직 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그런데 그가 말한 ‘솔직’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도 가면 쓴 사내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솔직’에 대한 뜻도 물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 게임이 성립이 되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게임을 할 생각이 없었다면 가면 쓴 사내가 이렇게 번잡한 방법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철이 생각하기에는 분명 가면 쓴 사내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듣고 싶어 하는 것보다 확인 받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당연히 구하고 싶지 않겠나.”



[그러면 두 번째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친구에게 또 다른 힌트를 주도록 하지. 어떤가?. 배려 깊은 나의 행동이... 크크.]



“... 힌트가 무엇인가?.”



[첫 번째 고백... 아직 흥미롭게 들었다네. 하지만, 그 고백을 누군가에게 한 적이 있던가?.]



“... 당연히... 나 밖에...”



그러했다. 첫 번째 고백만 하더라도 기철에게 있어서는 그가 무덤까지 안고 가야 할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알았다면 현재의 기철은 이 자리에 있을 수조차 없었다. 비록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고백을 하긴 했지만,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기철은 가면 쓴 사내에게 약점을 하나 더 잡힌 꼴이었다. 앞으로 몇 번의 더 고백이 있어야 할지 모르는 기철이지만, 이것이 설령 늪이라도 들어갈 수 밖 에 없었다. 자폭이 되더라도 아내만은 구해야 했기에.



[자네의 눈빛을 보아하니, 걱정이 참 많나 보군. 일단 걱정하지 말게. 어디 가서 친구의 고백을 발설할 내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이것을 가지고 향후에 협박을 할 생각도 없다네. 난 단지 나에게 피해를 준 친구의 고백을 듣고 싶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세. 첫 번째 고백에서 자네는 지연이라는 여자를 강간하고 성 노예로 삼았지. 17년 전에 말이야.]



“..........”



[참 재밌었겠어. 친구의 이야기만 듣는 것만으로도 내 아랫도리가 불끈 거렸다네. 크크.]



가면 쓴 사내의 말을 들으면서 기철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가면 쓴 사내의 행동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기철은 비록 그가 자신의 아내를 납치하면서 협박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악인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행동은 과거의 자신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가면 쓴 사내는 선이가, 악인가.



[나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지연이라는 여자를 맛있게 먹었을 텐데 말이야. 아쉽군. 크크. 아참 이게 친구에게 중요한 건 아니지. 정리하세. 지연은 친구에게 당한 사실을 세상에 밝히지도 않고 자살을 했다네. 그리고 그 후 17년간 친구는 아무 탈 없이 살았단 말이야. 이봐, 친구. 친구는 지연의 애인이라는 김민우라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



“... 본적이 없지.”



[그런데 왜 날 김민우라고 생각을 했지?. 김민우라는 사람은 친구와 어떤 연결점이 있었나?.]



가면 쓴 사내의 말을 듣고 기철은 그제야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왜 자신은 가면 쓴 사내를 지연의 애인이라고 생각을 했단 말인가. 지연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전혀 알리지도 않았고, 그 때문에 자신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17년이 지났다. 세상에 묻혀 진 이야기였는데, 이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만약에 지연의 애인인 김민우라는 사람이 알아서 자신에게 복수를 한다고 해도 17년이라는 세월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때, 나에게 고마움을 느끼겠는가. 세상에 묻혀 진 이야기가 아닌, 이 세상의 그 누구라도 한 명쯤은 친구의 잘못을 알고 있어야 하는 사건... 그게 핵심일세. 누군가는 친구의 잘못을 알고 있어야... 지금의 나처럼 복수를 할 것 아닌가.]



“.........”



[그러나 이런 나의 조언도 어떻게 보면 부질없는 짓이네. 친구만 솔직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인데... 과연... 두 번째 게임에서 자네는 솔직해 질 수 있을까.]



“..........”



가면 쓴 사내의 말은 더 이상 기철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미 기철은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려고 애를 썼다. 분명, 자신은 많은 잘못을 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대다수가 사회에서 말하는 범죄였고, 범죄 중에서도 여자에게 몹쓸 짓을 한 강간이 전부였다.



기철은 자신이 했던 수많은 강간들을 떠올렸다. 대부분 경찰이 전혀 꼬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강간을 해왔지만, 분명 생각해 보면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수를 했을 강간, 그러나 좀처럼 기철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강간이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에 강간을 하면서 실수를 했다면, 이미 자신은 교도소에 있어야 했지만, 단 한 번도 경찰이 자신을 찾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실수가 아니란 말인가. 실수가 아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철의 뇌리에 하나의 사건이 떠올랐다.



“설마....”



[크크. 이제야 기억을 했는가?.]



기철은 가면 쓴 사내를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 녀석?.’



그러나 기철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가면 쓴 사내의 얼굴도 전체적으로 볼 수 없기도 했지만,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무려 19년 전의 이야기였다.



“질문을 할 수 있나?.”



[무언가?. 때에 따라서는 대답을 해주지. 물론, 이름이나 출신 등은 곤란하다네. 크크]



“음... 가면에 가려 잘 알 수 없지만...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데...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크크크크. 정확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친구와 비슷하다고는 해두지.]



가면 쓴 사내의 대답에 기철은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 분명 그 녀석이었다.



[준비가 되었나?.]



끄덕.



[친구... 자네 와이프의 가슴이 달린 일일세... 크크. 이번에도 패배하면 자네의 아내 가슴은 내가 가질 것이니...]



“............”



가면 쓴 사내의 말을 들으며 기철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나 그 앞에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시작하지. 친구.]



가면 쓴 사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철은 다시 한 번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



(두 번째 고백)



기철은 어릴 적 인생은 한마디로 기구한 운명 그 자체였다.



5살이 될 무렵,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셨고, 그 후에는 7살 때까지 친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그 친할머니마저 기철을 놔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다. 일가친척이 없던 기철은 어쩔 수 없이 J 고아원으로 보내지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J 고아원에서 살아야 했다.



고아원에서 자란 모든 어린이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부모가 없다는 것에 큰 상처를 받으면서 자라나고, 학교에서는 알게 모르게 위축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인 편견들이 고아들을 더욱 더 힘들게 했는데, 이런 것들은 결국에 고아들에게 사회적 결여라는 심한 정신적 병을 안겨주었다.



기철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갓 학교에 다녔을 무렵부터 반 친구들에게 부모 없는 자식이라고 놀림을 받았고, 소풍이나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에서도 언제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철이었다. 이건 어린 기철의 잘못이 분명 아니었지만, 기철의 환경을 반영하는 안타까운 일이기도 했다.



더구나 이런 기철을 두고 학교 친구들이 왕따를 시키면서 기철은 마음속으로 모든 것을 포기했다. 대신에 머리가 커질수록 공부만은 포기하지를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도 주위의 시선은 부모 없는 자식이었지만, 공부만큼은 그 누구도 자신에게 아무 말 할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굴곡진 인생과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 자란 기철, 그래도 자신의 버팀목이었던 공부만으로 세상과 싸워보려던 기철, 이런 기철도 분명 기회가 있었다. 그래도 그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기철을 올바른 길로 인도를 했다면 그는 분명 마음의 상처도 치유를 받으며 이 사회의 올바른 성인으로 태어났을 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런 기철을 악마로 만든 사람이 있었다. 바로 J 고아원의 원장이었다.



기철이 15살이 되었을 때, J 고아원의 원장이 바뀌었다. 원래 처음에 기철이 J 고아원에 들어왔을 때에는 당시에 60대 중반의 인자한 할아버지 원장이었는데, 8년 뒤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었다. 그 후에 J 고아원을 운영하는 J 재단에서는, 한 때 J 재단의 사외 이사를 맡았고 사회적으로도 ‘봉사’에 관해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김명숙이라는 여자를 J 고아원의 새 원장으로 선임했다.



김명숙, 그녀가 J 고아원에 원장으로 선임 되었을 때의 나이는 45세였고 그때까지 미혼이었다. 사회적으로는 신문에도 몇 차례 실렸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을 정도로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으로 알려졌고, 그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꽤 많은 존경심을 받고 있던 여자였다. 더구나 잘 어울리는 단발머리의 외모와 함께 단아한 이미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따뜻해질 수 밖 에 없을 정도로 인상이 좋았다.



명숙이 J 고아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고아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좀 더 활기차게 변해갔다. 명숙은 고아원의 모든 아이들을 자신의 친자식처럼 대했고, 아이들이 불편한 점이 있으면 재단 혹은 사회에 발품을 풀면서 해결을 하려고 애를 썼다. 이런 진심이 통했기 때문일까. 고아원의 모든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명숙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기철도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살아 있다면 어머니가 명숙과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다.



그렇게 J 고아원은 명숙의 등장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기철은 고아원 변화와는 상관없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틈만 나면 공부에 열중을 하였다. 고아원에는 공부방이 작게 있었는데, 언제나 자정이 넘을 때까지 공부방을 지키는 아이는 15살 소년이었던 기철 뿐 이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명숙은 기철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있으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격려를 해주었고, 때에 따라서는 간식거리를 가져다 준 적도 있었다. 그런 명숙의 배려를 받으며 기철은 점점 더 그녀가 자신의 진짜 어머니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의 품을 채 느끼기도 전에 고아가 된 기철은 어쩌면 이런 생각이 당연할 지도 몰랐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느껴 본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 5살 때까지는 어머니 품에서 자랐지만, 기철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



그러던 어느 여름날 밤이었다. 그날도 공부방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던 기철을 명숙이 찾았다.



“기철이는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네. 쉬어가면서 하렴.”



“아... 어머니.”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기철은 공부를 하다말고 뒤를 돌아봤고, 자신의 바로 등 뒤에는 인자하게 웃고 있는 명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벌써 1시가 넘었구나.”



“아... 그래요?. 집중하다 보니까...”



“그렇구나. 그래도 몸 생각도 하면서 해야지.”



“네.”



기철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명숙이 너무 고마웠다. 학교에서는 왕따라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았고, 고아원에 돌아오더라도 이미 커버린 자신을 챙겨주는 이는 드물었다. 그런데 명숙은 항상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줬고,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언제나 용기를 낼 수 있는 격려를 해주었다. 그래서 기철은 명숙이 너무나 좋았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 힘들지 않니?.”



“괜찮아요. 어머니.”



“기특하구나.”



명숙이 기특하다며 기철의 머리를 쓰다듬자, 부끄러웠는지 기철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제 잘 거니?.”



“네.”



“아참, 기철아. 원장실에 같이 좀 갈까?. 빵이랑 우유가 조금 있는데...”



“괜찮아요. 어머니.”



“괜찮긴... 공부하느라 출출 했을 텐데... 먹고 자.”



“네... 그러시면...”



기철은 이런 명숙의 배려가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아 본 기억이 없는 기철이었다. 그런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친 자식처럼 대해주니, 이 얼마나 고맙고 기쁜 일인가. 눈물 한 방울을 흘릴 뻔 했던 기철은 명숙의 뒤를 따라 원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앞서가던 명숙이 발을 헛디디며 넘어져버렸다.



쿵.



“아얏.”



“아... 어머니 괜찮으세요?.”



기철이 깜짝 놀라 명숙에게 달려갔고, 명숙은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기철이 놀라서 명숙의 팔 한쪽을 잡고 부축을 했고, 명숙은 힘겹게 기철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으세요?. 발목을 삐신 건 아니신지?.”



“아...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은데... 아... 미안한데 기철아. 원장실까지 좀 나를 데려가 주지 않을래?.”



“당연히 그래야죠.”



기철은 명숙을 부축해서 원장실로 데려갔고, 원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구석에 있던 침대에 명숙을 눕혔다. 그리고 기철이 자세를 낮춘 후, 명숙의 발목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크게 부은 모습은 없었다.



“다행이네요. 부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 나 때문에 기철이 고생이 많네.”



“고생은요. 어머니... 그래도 모르니... 수건이라도 찬물에 적셔 올까요?.”



“아니... 그건 됐고... 기철아.”



수건에 찬물을 적셔 가져오기 위해 원장실을 나가려던 기철은 명숙이 부르는 소리에 다시 뒤를 돌아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나 아주 짧은 순간 명숙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던, 그녀의 야릇한 미소를 기철은 보지 못했다.



“저기 미안한데....”



“네, 말씀하세요. 어머니.”



“조금만 다리 좀 주물러 주면 안 될까?. 그러면 좀 괜찮아 질 것 같은데...”



얼굴 표정만 봐서는 명숙이 기철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철 입장에서는 이건 명숙이 자신에게 미안할 일이 절대 아니었다. 당연히 명숙이 아프지만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철이었다.



“제가 당연히 해드려야죠.”



이때까지는 그 누구보다 순수한 기철이었다. 기철은 이내 곧 침대 옆으로 다가가서 자세를 낮춘 후, 명숙의 한쪽 발목을 두 손으로 잡았다.



“어머니, 어느 쪽이에요?.”



“오른쪽.”



명숙의 대답을 들은 기철은 그녀의 오른쪽 발목을 두 손으로 정성들여 주물렀다. 혹여나 명숙이 아파할까봐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힘을 적당히 조절을 하는 기철이었다.



“괜찮으세요?.”



“응. 기철이 주물러서 그런지... 통증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기철은 명숙의 대답에 신이 났다. 항상 명숙에게 받기만 하다가, 자신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기철아... 조금만 더 위로...”



“아... 네.”



기철은 명숙의 말을 따라 조금 더 두 손을 위로 올려서 주무르기 시작했다. 명숙이 입고 있던 긴 월남치마가 조금 말아 올라가 그녀의 흰 종아리가 드러났지만, 기철의 눈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오로지 명숙의 통증이 줄어들길 바랄 뿐이었다.



“아... 좋다. 기철아... 아까... 근육이 놀란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위로...”



“아... 네.”



이때의 기철은 우직했다. 명숙이 시키는 대로, 그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아무 흑심 없이 다리 안마에만 집중했을 뿐이었다. 어느새 명숙의 월남치마는 무릎까지 말아 올라가 있었고, 기철은 그녀의 무릎부터 발목까지 열심히 정성들여 주물렀다. 기철은 자신이 난생 처음으로 여자의 신체를 만지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위로...”



명숙의 입에서 ‘위로’라는 말이 다시 한 번 흘러나왔고, 기철은 순간 멈칫했다. 무릎에서 더 위로 가면 명숙의 허벅지까지 손을 대야 했고, 치마도 그만큼 위로 말아 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성에 대해 무지한 기철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느껴지는 기철이었다.



“왜 그러니?. 아까... 넘어지면서 허벅지 쪽도 근육이 놀라서... 조금만 주물러 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기철이 조금만 머리가 컸다면 명숙의 이 말이 얼토당토 않는 말이라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기철에게 친구라도 있었으면 성적으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졌을 것이기에 명숙의 의도를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기철은 오로지 공부만 하고 아직 성적인 부분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듣지도 못한 순수한 15살 소년이었다. - 이 때의 기철은 자위행위라는 말도 무엇인지 몰랐다 - 그래서 기철은 명숙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서 자신의 두 손을 좀 더 위로 올렸다. 자연스레 명숙의 월남치마가 위로 말아 올라갔고, 그녀의 허벅지 절반 정도가 기철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기철은 여전히 안마에만 열중을 할 뿐이었다.



“아... 아...”



명숙이 야릇한 소리를 냈지만, 기철은 단지 그녀가 시원해서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안마하고 있던 기철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 구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만큼 기철은 진지하고 정성을 다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명숙이 두 다리를 살짝 벌렸고, 기철의 눈은 의도하지 않게 그녀의 다리 사이를 볼 수 있었다.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팬티가 기철의 눈에 들어왔다.



“아......”



기철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지만, 이건 왠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명숙의 두 다리 사이를 훔쳐보는 것이 죄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기철은 애써 명숙이 얼굴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명숙이 묘한 미소를 띠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그만 됐어. 기철아. 고마워.”



“... 네. 어머니.”



“아이구.. 나 때문에 기철이가 고생을 했네. 이마에 땀 좀 봐.”



“이제... 괜찮으세요?.”



“응. 많이 좋아진 것 같아.”



“그럼 전 이만 가서 잘게요. 어머니. 편히 주무세요.”



“아... 잠깐... 저기 냉장고에 빵이랑 우유 있으니까... 가져가서 먹어.”



“네.”



기철은 인사를 마치고 냉장고에서 빵과 우유 하나를 들고, 재빨리 자신의 침실로 들어왔다. 기철은 그제야 자신의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장 뛰는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어둠 속에서 편히 자고 있는 동생들이 깰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휴.”



빵과 우유는 자신의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리에 누운 기철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자꾸만 명숙의 다리 사이로 보였던 레이스 달린 분홍색 팬티가 생각이 났다. 자신도 왜 그런지 몰랐지만 이것은 분명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명숙에게 이런 자신의 생각을 들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절레절레. 쿵.



기철은 스스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쳤다. 이런 나쁜 생각은 떨쳐버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철은 이날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게 기철이 잠 못 이룬 밤이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 밤늦게까지 공부방에서 기철은 공부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정이 넘은 시간 기철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명숙이었다.



“역시 기철이야.”



“아, 어머니.”



“역시 기특해.”



“뭘요. 그건 그렇고 다리는 괜찮으세요?.”



“아... 사실 기철이에게 부탁이 있는데...”



“부탁이요?.”



“내가 알아보니까... 다리를 삐끗 하면... 안마를 받는 게 제일 좋다고 해서... 기철이가 며칠만 수고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기철이가 어제 안마를 해주기도 했고.... 사실 여기서 부탁할 사람도 없고... 기철이 밖에 없는데...”



자신 밖에 없다는 말, 그 말이 순진한 기철을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아, 네. 당연히... 어머니 안마는 제가 만 번이라도 해드려야죠.”



“고마워. 그러면 원장실로 갈까?.”



“여기 정리 좀 하고요.”



“그래.”



기철은 그날도 원장실에 가서 명숙에게 다리 안마를 해줬다. 발목부터 명숙의 허벅지까지 열성을 다해 안마를 했고, 안마가 끝날 때 쯤 에는 다시 한 번 그녀의 다리 사이를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흰색 팬티였다.



“오늘도 고마워.”



“뭘요.”



“그러면 내일도... 이 시간에 부탁할게.”



“아... 아... 네.”



명숙은 이제 자연스럽게 기철을 원장실로 유혹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철은 며칠 간 자정이 넘은 시간에 원장실로 가서 명숙의 다리를 주무르며 그녀의 다리 사이를 구경하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 때까지도 혼란스러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기철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철이 원장실에 있는 명숙을 일곱 번째로 찾아간 날, 이날 기철은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날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명숙의 다리를 안마해주고 있었다.



“아아... 아....”



기철이 명숙의 허벅지로 손을 옮겨가자, 명숙이 야릇한 소리를 냈고, 기철은 이제 곧 그녀의 다리 사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명숙이 꼭 이 순간에 아주 살짝 다리를 벌렸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기철이 명숙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주무르자 그녀의 다리 사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아... 아...”



다리 사이를 훔쳐보는 것이 죄악이라고 생각했던 기철이었지만, 매일같이 반복이 되자 어느새 조금씩 훔쳐보는 것을 즐기게 되었고, 이틀 전부터는 오늘은 어떤 색깔의 팬티를 입었을까라는 기대마저 가지고 있었다.



“아아...”



명숙의 소리가 점점 더 야릇해져갔고, 그만큼 그녀는 의도적으로 두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숙의 다리를 안마하면서도 기철은 힐끔 그 다리 사이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검은색?. 흰색?. 노란색?.



그러나 기철의 이런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신에 기철의 동공은 엄청나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를 훔쳐보던 그의 눈에는 다른 때와는 달리 명숙의 팬티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6부에서 계속 됩니다.



#



1.4부가 드디어 추천수가 100을 넘었네요. 사실 나름 야심작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크지 않아서 약간 실망을 했거든요.



반대로 진심 같은 경우는 별 기대 안했는데... 대박을 터뜨렸고 -_-;



2.재밌게 보셨으면 한 글자씩이라도 써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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