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열전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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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박첨지가 하는 모든 일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협조를 하고 있다가 보니 정 경화네 집이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느 누구 한 사람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비단옷을 휘감고
거만한 웃음을 띠우며 박첨지와 그의 아들 박대수가 신부들을 맞이하기 위해 화려하게 꾸며진 혼인(婚姻) 잔치 자리로 나왔다.
꼭두각시 처럼 동네 이장(里長)을 맞아서 보는 곽 용태(郭龍泰)가 오늘 이들의 결혼 주례를 맞아서 진행을 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넓은 마당에 차일(遮日)이 쳐서 있고 병풍(屛風)과
결혼 예식상이 차려져 있는 앞에는 수탉과 암탉이 나란히 묶여져 있었다.
“신랑들은 입장을 하십시오!..............................”
그러자 박첨지와 그의 아들 박대수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결혼예식 상(床) 앞으로 걸어서 나왔다.
“이제는... 신부들이 나란히 입장을 하시오!.............................”
그러자 박첨지 댁 하녀들에게 이끌려 청주 댁과 그녀의 딸 경화가 신부의 예복을 입고 입장을 하자 모두들 가까이로 몰려서 들었다. 사람들이 청주댁의 얼굴을 쳐다보니 그 예쁜 얼굴이
오늘따라 창백하게 굳어져 있었다.
“자... 이제... 신랑들과 신부들은 서로 마주 보고서 절을 올리도록 하시오!...........................”
마을 이장인 곽 용태가 막 이 말을 하는 순간에 이 말을 들은 청주댁과 그녀의 딸 경화는 마음속으로 행여나 하고 기다리던 일이 지금까지 전혀 일어나지를 않자 그만 낙심천만한 마음이
되어 차라리 일찍 자결을 하지 못한 후회스러움이 불현 듯 일어났다. ‘왜... 일찍 자결을 하지 못하고... 이런 수치와 수모를 당하는 가..................’
‘정말 어제 숲속에서 만난 그 아가씨는 그저 말로만 나를 위로를 하고 가 버렸는가?’ 그러고 보니 자기 집에 따라왔던 두 여자도 아침 일찍 자기 모녀를 가마에 태워서 보내고 바람같이
사라진 것이 정말로 이상하였다. 두 모녀는 순간 똑 같이 비참한 현실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박첨지댁 하녀들이 억지로 두 여자를 박첨지와 그의 아들 박대수와 마주 보게
하고 절을 막 시키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디에서 아름다운 피리소리가 들려서 왔다.
갑자기 들려오는 피리 소리에 사람들이 놀라서 멍하게 있는데 갑자기 지붕 위에서 시커먼 옷을 입은 한 여자가 큰 창(槍)을 잡은 채 사뿐히 날아서 내려왔다. 이런 모습을 보자 마을
사람들은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갑자기 일어났다. 누가 보아도 검은 옷을 입고 긴 창을 꼬나 든 채 살기(殺氣)가 등등한 모습으로 마을 사람들 앞에 나타난 여자는 틀림이 없는 저승의
사자였다. 결혼 주례를 보던 마을 이장 곽 용태는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오줌이 마렵고 금방이라도 뒤로 자빠질 것만 같았다.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정신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마당가에 서 있는 큰 대추나무 위에서 붉은 옷을 입은 한 여자가 큰 칼을 들고는 서 있다가 사뿐히 뛰어서 내렸다.
이건 누가 보아도 사람이라고는 할 수가 없는 형용이었다. 모두들 두 눈을 비비며 믿지 못할 광경에 정신이 빠져서 있는데 이번에는 높은 지붕위에서 오색찬란한 옷을 입은 여섯 명의
여자들이 제 각기 칼을 들고서 사뿐 사뿐 날아서 마당으로 내려왔다. 이런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오금이 저리고 혼비백산하여 모두들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이러는 동안에 또 지붕위에서 피리소리가 들려서 오더니 하얀 옷을 입은 두 여자가 피리를 불고 있는 그 가운데 이 땅에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선녀(仙女)가 부채를
든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리를 불던 두 여자가 피리 불기를 멈추자 아름다운 선녀는 조금 전에 마당으로 내려선 여덟 명의 여자들에게 명령을 하였다.
“나는... 지금... 옥황상제(玉皇上帝)의 명을 받고 이 땅에 내려 온 옥녀(玉女)이다... 지금까지 박첨지의 온갖 추악한 행위가 하늘에까지 치솟아 내 오늘 너를 징치(懲治) 하러 왔노라!...
거기에 서 있는 여덟 명의 사자(使者)들은... 저 악한... 박첨지와 그의 아들을 죽이도록 해라!... 그리고... 박첨지를 도와 지금까지... 온갖 나쁜 짓을 저질러... 온 불량배들도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다 죽이도록 하여라!..............................”
이 엄청난 말이 아름다운 선녀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검은 옷을 입은 여자의 아주 날카로운 창이 번개같이 번뜩하더니 박첨지의 목이 뎅강 잘라져 나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겁에 잔뜩
질려서 떨고 있던 박대수도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바람같이 큰 칼을 휘두르니 목이 잘라져 나갔다. 그리고 오늘 잔치에 기분이 좋게 술을 마시며 취해 있던 불량 건달패들도 정신이
혼미하여 여섯 명의 여자들에게 감히 덤벼들지를 못하고 이리저리 피하고 도망을 치려다가 모조리 그녀들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결혼식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 혼비백산하여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제각기 도망을 쳤다. 그리고 각자 자기 집으로 도망을 가서 문을 꼭꼭 걸어서 잠그고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를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도망을 치는 가운데 청주 댁과 그의 딸 경화도 덜컥 겁이나 재빨리 자기 집으로 달려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가 자기 집 방문 앞에 서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 문 좀 열어 주세요!... 저... 경수입니다..........................”
놀란 마음에 선뜻 잠근 방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계속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아들 경수입니다... 놀라지 말고 문 좀 열어 주십시오!.....................................”
“엄마!... 오빠의 음성이 틀림이 없는데... 문을 열어 볼까요?...............................”
부르는 소리에 자세히 귀를 대고 듣고 있던 경화가 자기 엄마를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자기 아들인 경수의 목소리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마음을 굳게 먹은 경화가 방문을 열어서
보니 정말 자기 오빠가 마루 끝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죽고 없는 박첨지 댁 며느리도 자기 오빠와 함께 서 있었다.
“아이고!... 정말 경수 네가 살아서 돌아 왔구나!.......................................”
비로소 청주 댁은 정신을 차리고 달려 나가서 자기의 아들을 끌어안고 엉엉 울어댔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온 동네에 화광(火光)이 충천(衝天)하더니 집이 불타는 소리가 났다. 또 다시
놀란 마음에 경화네 식구들이 겁에 질려서 있다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와 보니 박첨지의 고래등 같이 큰 기와집이 벌건 불기둥에 쌓여 불에 타고 있었다. 아주 활활 타오르는
박첨지의 집은 밤이 늦도록 불에 타고 있었다. 그러나 마을사람 어느 누구하나 박첨지의 집으로 불을 끄러 가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홀로 외톨이가 된 박첨지의 며느리를 자기의 아내를
삼겠다고 경수가 말을 하자 청주 댁은 아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가 저 불쌍한 여자를 네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하니 나는 허락을 할 수 밖에 없구나!... 그 동안 둘이서 곳간에 갇혀서 이루 말 못할 고생을 했으니 이것도 너희들의 팔자라면 팔자지...”
그러자 박첨지의 며느리는 청주 댁에게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어머니!... 절 받으세요.....................................”
“그래... 오냐.................................”
청주 댁도 이제는 자기의 며느리가 된 박첨지 며느리의 절을 반가운 마음으로 받았다. 얼마 뒤에 관가에서 사람들이 나와 마을 사람들을 불러다 놓고 죽은 박첨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날
사건의 현장에서 결혼식 주례를 보았던 이장인 곽 용태의 말이 가관 (可觀)이었다.
“그날은 정말 생각조차도 하기 싫은 무서운 날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옥녀(玉女)라는 선녀(仙女)가 내려와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온 천상(天上)의
사자(使者)들에게 명령하여... 박첨지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들을 도와서 지금까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던 불량배들을 인정사정 두지 않고 모조리 다 죽였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다 박첨지의 집에서 몰아내고 불을 질러서 깨끗이 태우고는 홀연히 하늘로 다 올라갔습니다........................”
이장인 곽 용태의 말에 관가에서 조사를 하러 나온 관원(官員)들은 불타버린 박첨지의 집터를 둘러보고는 관아로 돌아가 이장인 곽 용태에게 들은 말대로 그대로 보고를 하였다. 고을
사또도 이런 놀라운 보고를 받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앞으로 모두가 바르게 살고 박첨지의 집과 같이 화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리하여 박첨지 며느리와
결혼을 한 정 경화의 오빠인 경수는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며 경화도 모처럼 아무 염려가 없는 행복한 처녀의 시절을 다시 보내게 되었다. 그 동안 많은 근심에 쌓여있던 청주 댁도 좋은
며느리의 정성스런 섬김에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 후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정 경화네 집을 가리켜서 하늘에 계시는 옥황상제(玉皇上帝)님께서 특별히 보호하시는 집이라고 하여서 해 마다 쌀과 보리를 거두어 갖다 바쳤다. 그리고
정 경화가 나무에 목을 매었던 그 숲을 가리켜 선녀의 숲이라고 하였으며 선아 아가씨가 부채를 들고 기대어 생각에 잠겨서 있던 큰 소나무는 선녀의 나무라고 온 동네 사람들이 감히
가까이 가지를 못했다. 그리고 선아 아가씨와 여덟 명의 여자들이 솥을 걸고 밥을 지어서 먹었던 자리는 선녀들이 이 땅에 내려와 밥을 지어서 먹었던 성스러운 자리라고 하여 여자들이
그곳에 가서 밥을 지어서 먹으면 애를 잘 낳는다고 전국에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나갔다.
그러자 전국 각지에서 여자들이 몰려들어 그곳에서 밥을 지어서 먹고 가서 정말로 애를 쑥쑥 잘 나았다. 하도 그곳에 여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서 들자 혹시나 선녀의 숲에 불이 날까 봐
고을 사또는 그 곳에 관리원을 두어 잘 지키게 하고 산불 조심을 철저하게 하게 하였다. 박첨지의 많은 논과 밭을 집안 문중 사람들이 하늘에 계시는 옥황상제님께 벌을 받은 집안의
땅이라고 아무도 겁이 나서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지라 할 수 없이 문중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의논을 한 끝에 경수의 아내가 된 박첨지 며느리에게 모두 주기로 하였다.
이리하여 졸지에 정경화의 집은 그 지역에서 제일 논과 밭을 많이 가진 부자가 되었다. 그 전에 박첨지에게 붙어서 살던 머슴들과 하녀들이 경화네 집으로 다시 와서 함께 살게 되었다.
부잣집 마나님이 된 경화의 어머니 청주 댁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한참 동안을 분별을 못하다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자기의 며느리와 함께 지혜롭게 집안 살림을 잘 꾸려서 나갔다.
“맹녀님!... 이제 완전히 충청도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선아 아가씨를 가까이 모시고 가던 정희(貞喜)가 말했다.
“그렇구나!... 이제 개성도 얼마 남지를 않은 것 같네............................”
선아 아가씨가 고운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이제... 경화네 집도 아무 걱정이 없이 잘 살겠지요?..........................”
함께 걸어가던 문숙 낭자가 선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그렇겠지... 이제 경화도 행복하게 잘 살겠지..................................”
선아 아가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날 박첨지의 지붕에서 검은 옷을 입고 뛰어내린 여자는 바로 미주였고 큰 대추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옥자였다.
이들이 두 모녀를 가마에 태워서 보내고 숲으로 달려오자 짐 속에 가지고 다니는 검은 옷과 붉은 옷을 입게 하고 나머지 여자들도 오색찬란한 옷을 입게 하였다. 그리고 선아 아가씨의
앞에서 피리를 불던 여자들은 바로 순례와 정순 이였다. 또한 미리 수빈(樹彬)이와 서진이를 인근 마을로 몰래 보내어 그 동안 이곳에 일어난 박첨지의 추악한 행동에 대하여 낱낱이
알아오게 하였다. 그리하여 선아 아가씨는 박첨지야말로 정말 이 마을에서 없어져야 할 인간이라고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무능한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는 박첨지의 그 엄청난 세도를 절대로 꺾을 수가 없다는 것을 선아 아가씨는 자각을 하고 정말로 하늘에서 박첨지와 그의 아들을 징계를 한 것처럼 마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하여 모처럼 그런 연극(演劇)을 하였던 것이다.
“순례와 정순이 두 사람 정말 피리를 잘 불던데..........................”
미주가 두 사람을 향하여 말을 하자 순례가 미주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번에는 미주 언니가 피리를 한 번 불어 봐... 힘이 세어서 피리 소리가 한양(漢陽)까지 들릴 테니까........................”
“정말... 그럴까나?...................................”
미주도 이 말을 하고는 깔깔 웃었다. 충북 제천의 송학산(松鶴山)은 참으로 아름다운 소나무의 산이다. 아름드리 노송은 많지 않지만 간간이 진달래 등 잡목이 섞여 있을 뿐 산 전체가
거의 소나무 일색인 소나무의 산이다. 솔향기 가득한 싱그러운 산길 푹신한 솔잎을 밟아가며 청산의 푸른 대기에 찌든 삶을 헹궈내는 상쾌함은 송학산을 지나는 이들에게 생기를 준다.
송학산 자락은 주변에 주막집이 여덟 개나 들어설 만큼 길목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막상 멀리서 보는 산세는 부드러운 육산으로, 내면의 단단함을 감추고 있다.
말 그대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산이다. 제천에서 영월로 뻗은 방향으로 올려다 보이는 송학산은 의젓한 산세지만 세속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진산이다. 들머리 마을인 시곡리
원마루에서 올라 바라보는 송학면 일대의 전망이 아름답다. 남쪽으로 무등산, 왕박산, 갑산, 가창산이 첩첩으로 포개지며 파도치듯 밀려가고 있다. 산 아래 주막에서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잠시 머무는 동안 그 곳에 머물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로 모여들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출발을 하면 송학산을 넘어갈 수 있으려나?.....................................”
“가다가... 날이 저물면... 산속에서 하룻밤을 자야지..............................”
미주의 말에 옥자가 태평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들의 말을 들은 장사꾼 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아이구!... 그러면 큰일이 납니다...............................”
“네?... 큰일이 나다니요?......................................”
옥자가 큰일이 난다고 말을 하는 장사꾼에게 물었다.
“송학산은... 아무나 넘어가는 산이 아닙니다... 산속에는 산적들이 항상 웅거를 하고 있어서 예사로 생각을 하고... 그 산을 넘어서 가던 사람들은 산적들에게 가지고 있던 재물을 다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는 일이 허다합니다...........................”
“아니?... 그럼... 여기에 머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저 송학산을 안 넘어 가면 어디로 가요?.............................”
장사꾼의 말에 미주가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 물론 송학산을 넘어서 가야지요... 저 송학산을 안전하게 넘어서 가려면... 이곳 주막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를 기다리다가 조 대성(趙大成)이라는 검객(劍客)이 이곳에 오면
그 분의 뒤를 따라서 저 송학산을 무사히 넘어서 갑니다... 산적들도 조대성이라는 그 분 앞에서는 감히 달려들지를 못하지요.........................”
“아니... 그 분이 누구시길래 산적들도 감히 건드리지를 못한다는 말입니까?................................”
이번에는 정순이가 무척이나 궁금한지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장사꾼이 대답을 했다.
“조 대성이라는 분은 사람들이 검신(劍神)이라고 부르는 천하제일의 검객입니다... 그러니... 송학산 그 사나운 산적들도 이 분이 나타나면 모두 다 숨어버립니다...................”
“그러면... 그 분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저 산을 너머 가게 해 주면 그 댓가를 얼마나 받나요?........................”
“댓가는 절대로 받지를 않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정성껏 준비를 한 굴비나 인삼을 몇 뿌리 드리면 아주 좋아 하십니다..........................”
정순이의 물음에 맨 처음 말을 꺼낸 장사꾼이 대답을 했다.
“그래서... 이곳 주막에서 사람들이 모여 그 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군요..............................”
순례가 비로소 이곳 사정을 다 알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그 분이 이곳에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례의 말에 곁에 섰던 남자가 대답을 했다.
“그러면... 아무런 염려 할 것도 없겠네... 그 까짓 산적들 때문이라면 저 산을 못 넘어 갈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정희가 미주를 보면서 자신이 있게 말했다. 이러는 동안 주막집 방문이 열리며 온 천지가 환해지는 것 같은 밝은 빛으로 쌓인 예쁜 선아 아가씨가 부채를 든 채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모두들 지금 막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 같은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보려고 모두들 모여들었다.
“옥자하고 미주 네가 앞장을 서거라!... 그리고... 서진이 너는 뒤에서 짐을 실은 노새들을 지키고... 수빈이 너는 송이와 중간에서 앞뒤의 행렬이 잘 진행을 하도록 도우고... 정순이 너는
순례와 함께 내 옆에 있고... 문숙이 너는 영혜하고 정희와 함께 짐을 실은 노새를 놓치지 말고 잘 끌고 가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하겠나이다................................”
선아 아가씨의 입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가 내려지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주막집에 모여 있던 장사꾼들과 나그네들이 예쁜 선아 아가씨를 쳐다보니
정말로 그녀는 이 땅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천상(天上)의 아름다운 선녀(仙女)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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