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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 아내 - 1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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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러지는 소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빛이 지친 몸을 흔들어 깨운다.
‘……음, 어라?’
무거운 몸을 의식하며 강렬한 햇빛에 적응 안 되는 눈을 억지로 뜨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서 가늘게 뜬 눈동자가 인식한 풍경을 필사적으로 해석한다.
‘공원?’
정나은은 축 처진 몸과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자니 곁에 앉아있는 사람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챈다.
“……어? 어, 언제? 어떻게?!”
정나은은 곁에 앉아있는 김우영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화장실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며 화들짝 놀란다. 정나은의 새된 목소리에 그제야 일어났냐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찬다.
“마지막엔 아주 화려하게 가버리던데? 화장실 안에서 실신할 정도로 기분 좋았나 봐?”
김우영의 조롱에 정나은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있는 힘껏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하는 여자치곤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김우영이 끄응하는 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로 폭력을 쓰면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정나은의 화풀이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걸 보니 김우영 스스로도 너무 했다고 생각하나보다.
“아, 아주 잘나셨어?! 응?!”
“아이고~화풀이 하는 건 좋은데. 이목을 끄는 건 스스로에게도 안 좋을 걸?”
“이목?”
김우영의 얼굴에는 어느새 능글맞은 미소가 떠오르며 그녀의 가슴 언저리를 노골적으로 바라본다. 그제야 정나은은 자신이 어떻게 화장실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 잠깐?! 나 지금 무슨 꼴이지?’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하얀 정장 마이 덕에 거의 보이진 않지만 와이셔츠 아래에 보이는 선명한 색깔에 정나은의 눈빛은 의아함을 머금는다.
‘뭐, 뭐지? 왜 옷 속에서 검고, 붉은 것이 보이는 거야? 이거 속옷이지?’
그래도 김우영이 화장실에서 널브러져 지저분했던 자신의 꼴 그대로 끌고 나온 건 아닌 모양이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던 옷은 충분히 마른 상태였고, 기분 나쁠 정도로 달라붙어있던 스타킹 같은 소모품은 버려버렸는지 어느 샌가 벗겨져 맨 다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질척거릴 정도로 푹 젖었던 자신의 속옷마저도 그가 갈아입힌 모양인데, 대체 이 강렬한 색의 속옷이 무엇이란 말인가?
“밋밋하고 심심한 색깔의 속옷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주 좋은 것도 있더군?”
“그게 무슨?”
“가방 안에 예비 속옷을 준비해놨더군? 하얀색과 그 강렬한 색의 속옷 두 종류가 있기에 내 취향에 맞게 입혀놨지.”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그리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빛도 못 본 채 서랍 속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승부 속옷을 든 채 온갖 상상을 하다 불에 댄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든 속옷을 가방에 쑤셔 넣으며 허둥지둥 집을 나선 게 떠오른다.
‘으음? 이거 스스로도 몰랐단 표정인 걸?’
김우영은 하얗게 탈색되어가는 정나은의 황망한 표정을 바라보며 재미있어 한다. 김우영이 재미있건 말건 정나은은 그에게 빽 소리 지른다.
“가방 줘! 갈아입고 오겠어!”
“끌끌끌 그럴 줄 알고, 미리 다른 속옷은 다 버려놨지.”
김우영에게서 가방을 가로채 안을 뒤지던 정나은은 그의 말에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화장실 안에서 탈진해 황홀감 어린 물기 머금은 눈망울과 지금의 고양이 같은 적의 어린 눈동자가 대비되며 자신을 바라보는 건 언제 봐도 정복욕을 들끓게 한다.
“잘 가리면 안 들킬 거야. 오늘은 그 상태로 돌아다니자고.”
김우영은 통보에 가까운 말을 하며,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걸어간다. 그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정나은은 그의 뒷모습을 한층 치켜 올라간 눈매로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옷맵시를 더욱 가다듬으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보이겠지?’
최대한 정장 마이로 화려한 속옷 색깔을 가려보지만, 오늘따라 하얀색 정장 일색인지라 가슴 언저리에 보이는 이 강렬한 속옷 색깔은 너무나 눈에 띈다. 오늘 아침에 부끄러운 상상을 한 벌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남편 외의 남자에게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자신의 대한 벌일까?
이 감정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정나은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정장 앞섬을 최대한 여미는 것뿐이다. 보통 여자라면 부끄러워 할 그 상황에도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의 뒤를 뒤따라 걸었다.
“……꿀꺽.”
정나은은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에 절로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 자꾸 움츠려드려는 자신의 몸에 억지로 힘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자신의 뺨에 살짝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끼며 찌릿하는 아랫배의 감각을 무시한 채 오후 내내 김우영과 함께 길거리를 배회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도시의 전경. 도시에는 고층 빌딩들에 석양이 가려져 더욱 빨리 밤이 찾아온다.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빌딩에서 빠져나오는 모습과 퇴근시간을 앞둔 직장인들이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 못할 그런 시각.
오히려 빌딩 안으로 들어서려는 두 명의 인영이 있다. 외근에서 돌아왔다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시각. 이제 한 부서의 부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중년 남성과 일 똑 부러지게 잘 할 것 같은 온통 흰색 일색의 정장을 입은 여직원이 빌딩 앞에서 최대한 이목을 피하며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곧이어 그 실랑이는 끝이 나고 빌딩 안으로 들어서는 중년 남성의 뒤를 따라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여직원.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이 빌딩 내에 속해있는 영업부였다.
퇴근시간이 다가왔기에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는 영업부가 속한 층에는 오가는 사람도 많지만, 정시에 퇴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직장인들은 꿋꿋하게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중년 남성과 여직원은 복도에 선 채 한참을 주위를 경계하더니, 곧이어 인적이 끊기는 그 순간 중년 남성은 여직원의 손을 잡고 놀랍게도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져버린다.
두 사람이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진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곧이어 화장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이상하게도 중년 남성 혼자뿐이었다. 그 남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곳은 놀랍게도 그 층에 있는 영업부였다.
“다들 퇴근 준비해?”
영업부에 들어서며 인사를 한 그는 바로 김우영이었다. 김우영은 퇴근 준비를 하는 부하 직원들을 훑어보면서 한 사람을 스쳐지나갈 때에는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실망하는 기색이 가득한 부하직원들에게 퇴근하라고 종용한다.
‘그래야 내가 움직이기 편하지.’
김우영의 말에 하나, 둘 눈치를 보면서도 퇴근을 하는 직원들을 보는 척하며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부하직원 안정수의 모습을 살핀다.
‘흐음? 남아있을 생각인가?’
안정수는 전혀 퇴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묘하다. 김우영은 그런 안정수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단은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나도 시간 좀 죽여야 하는데 잘됐군. 그래야 알맞게 달아오르지 않겠어?’
김우영은 남자 화장실에서 서서히 달아오를 꽃이 꿀을 머금기를 천천히 기다린다. 동시에 김우영과 안정수 사이에 시선조차 오가지 않지만 어쩐지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걸 두 사람 모두 몸으로써 느끼고 있었다.
두 남자가 묘한 신경전을 펼치건 말건 정나은은 또 다시 찾아온 긴장감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예상대로 김우영과 함께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 하얀 정장이 눈에 띄는 그 여직원은 정나은이었다. 두 번째로 느끼는 몸의 부자유.
오전에도 느꼈던 부자유지만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공원의 화장실과는 달리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이 드나드는 기척에 정나은은 미칠 것만 같다. 손목에서 철컥거리는 수갑의 감촉, 한 치 앞도 안 보이기에 더욱 예민해지는 수많은 감각은 끊임없이 정나은을 자극하고 있다.
‘으으……한 가지 위안이라면 다리는 자유롭다는 건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는 어른의 장난감은 오전과 똑같지만,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이유는 몰라도 다리를 풀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좁은 화장실 칸에서 다리만이 자유로워봤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다리가 자유로움으로써 쓸데없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버둥거릴 수 있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는 것은 매력적이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서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걸 알아도 자꾸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욕구에 휩싸인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기척에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그녀로써는 다리를 모아 가랑이 사이에서 진동하는 장난감이 날뛰지 못하게 막는 등 끊임없이 다리를 버둥거린다.
“후우…….”
정나은은 입에 물린 링 모양의 재갈에서 새어나오려는 뜨거운 숨결을 억누르고, 완전히 풀어헤쳐진 와이셔츠와 탐스럽게 부푼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고혹적인 빛깔의 브래지어는 뽀얗고 매끄러운 복부와 대비되며 너무나도 눈에 띈다.
말려 올라간 하얀 정장치마와 잘 발달된 골반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와 세트인 팬티는 브래지어와 같이 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브래지어와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어른의 장난감이 주는 자극 때문에 서서히 흐르는 여인의 달콤한 꿀물 때문에 상당히 축축하게 젖었다는 것이다.
속이 꽉 찬 육덕진 허벅지는 가랑이 사이를 비비며, 끊임없이 마찰음을 내며 움찔거리는 모습이 그녀가 서서히 쾌락이 쌓여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서서히 그녀를 잠식해 들어가며 그녀가 내뿜는 열기는 서늘한 화장실 공기를 미묘한 열기로 바꿔간다.
“하아……후…….”
문밖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는 정나은은 뜨거워진 몸을 조금이라도 식히기 위해 조금씩 달콤한 숨결을 토해낸다. 송골송골 솟기 시작한 땀방울은 그녀의 뽀얗던 피부를 번들거리게 하고, 한층 강해진 그녀의 살내음과 끊임없이 움찔거리는 가랑이 사이에서 풍겨오는 야릇한 체취가 좁은 화장실 칸을 채워갈 무렵 변화가 일어났다.
똑똑!
“??!!”
정나은은 자신의 귀에 스며든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온 몸이 얼어붙었다. 분명한 노크소리.
‘여, 옆 칸인가? 옆 칸이지?! 아, 아닌가?! 뭐, 뭐뭐! 뭐야!’
두터운 안대로 가로막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걸 알고 있어도 정나은의 눈은 더 할 나위 없이 커져 안대를 뚫을 기세로 어둠을 노려보며, 검은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다.
‘기, 김우영인가?! 아, 아닌데?! 그 사람이라면 그냥 들어올 텐데?! 장난? 아, 아냐 그럼?’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경직된 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만약 김우영이라면 그냥 들어왔을 것이다. 장난이라면? 없는 척해야하나? 아니면 대답을?
만약……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두터운 안대에 반 이상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정나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다. 파르르 떨리는 붉은 입술과 입가에서 침이 칠칠맞게 주르륵 흐르는 것도 신경도 쓰지 않고 정나은은 서서히 떨리려는 몸을 진정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한다.
똑똑!
그런 정나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다시 들려온 노크소리가 정나은을 재촉한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사람이 있다고도 못한다. 하물며 남자 화장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웬 말인가? 노크하려해도 묶여 있으니 사람이 있다는 신호도 못 보낸다. 정나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신도 모르게 유일하게 의사 표현이 가능한 다리를 버둥거린다.
‘응? 다리?’
정나은은 당황해 버둥거리던 다리를 허공에 딱 멈춘다. 정나은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펄떡이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다리를 문 쪽으로 뻗는다.
좁디좁은 화장실 칸.
자신의 다리가 화장실 문에 닿을 때까지의 그 수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 지 정나은은 점점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결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발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톡하는 작은 울림과 하이힐 너머로 전해지는 딱딱한 문의 감촉에 정나은은 잠시 모든 움직임을 멈추곤 숨을 고른다.
“스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숨을 멈추고 온 몸에 힘을 꽉 줘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 모든 감각을 발에 집중해 살짝 움직인다.
톡톡! 결코 손으로 노크하는 것이 아닌 소리가 났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문 밖에서 전해지던 기척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발끝에서 전해지는 감각도 필사적으로 끌어 모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의 노크 소리가 안 들려오자 정나은은 조심스럽게 문에서 발을 뗀다. 행여라도 소리가 날까 온 몸에 힘을 주고 조심스레 다리를 회수한 정나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살짝 풀리며, 긴장에 짓눌렸던 쾌감이 단번에 온 몸을 휘젓는 감각에 정나은의 몸은 요동친다.
“……끄으읏!”
도저히 억누르지 못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요동치려는 자신의 허리를 짓누르느라 몸을 둥그렇게 말고 버틴다. 둥그렇게 만 몸과 튕겨져 나갈 것처럼 이따금 경련하는 다리가 들썩들썩 거리며 움찔거릴 때마다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는 야릇한 체취를 풍기며 그녀의 망사재질의 팬티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하악! 하악! 하악!’
지금 이 순간에도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척들과 사람들의 대화소리에 정나은은 하얗게 변해가는 이성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견디고, 또 견딘다.
한 번 터져버린 쾌감은 도저히 억누를 기미가 안 보이고, 정나은을 미치게 한다. 예민해져 버린 몸에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어른의 장난감은 자비 없이 그녀를 계속 유린하고, 이따금 찾아오는 절정마다 정나은의 의식은 계속해서 깎여나가 하얗게 변해버린 이성을 유지 못하고, 살짝 정신을 놓았다.
정나은은 무언가 기묘한 감각에 서서히 의식이 부상한다. 힘겹게 뜬 눈동자가 본 것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어둡네…….’
정나은은 멍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묘하게 달아올라 있는 몸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린다.
‘자, 잠깐?! 여, 여기 화장실이었던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던 가랑이 사이에서 올라오던 진동도 느껴지지 않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당황스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려는 걸 자신이 있는 장소를 떠올리곤 놀라 도로 집어넣는다. 여전히 묶여있는 손목이나 가려진 시야. 하지만 절대 느껴지지 않아야 할 제 3의 감각.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정나은이 있는 이 화장실 칸 안에 들어와 자신의 몸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혓바닥을 길게 끄집어내 자신이 정신을 놓은 사이 신나게 만지고 있던 것이다.
“……에, 에에?”
정나은의 입에선 황당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두터운 손가락이 자신의 침으로 범벅된 질척한 혓바닥을 섬세하면서도 구석구석 집요하게 만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몸서리친다. 자신조차 만진 적 없는 혓바닥의 구석구석을 타인의 손가락이 자극하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그 감각에 묘한 쾌락이 솟는다.
그렇게 묘한 쾌락에 몸을 맡긴 채 또 다시 달아오르려는 몸을 의식하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 눈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 어라? 그, 그리고 보니 누구……?’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유린하는 그 감각에 당연히 김우영이겠거니 했지만 자신이 정신을 얼마나 놓고 있었는지 자신조차 모른다. 자신이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억누르지 못한 목소리나 기묘한 진동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들어온 거라면?
정나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리고 그걸 의식하자 점점 떨리기 자신의 몸이 떨리는 걸 느낀다. 자신의 혓바닥을 유린하던 그는 정나은의 몸이 잘게 떠는 걸 느꼈는지 그녀의 혓바닥을 놓곤 떨어진다.
화장실 칸 안에는 어쩐지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두려움에 떨던 정나은은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해 눈앞에 기척에 집중한다. 자신의 곁에 서 있던 그 기척은 자신의 하반신 쪽으로 이동하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려 몸을 둥그렇게 만다.
“…….”
갑작스레 그의 것으로 느껴지는 손이 자신의 골반을 붙잡는다. 크게 움찔거리는 정나은을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마지막 방어선인 푹 젖은 팬티를 벗기려는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꽉 모은다. 그러자 그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한 쪽 다리를 억지로 비집어 들 게 하더니 기어코 자신의 팬티를 훌렁 벗겨버린다.
“아!”
푹 젖었던 팬티가 벗겨지며 질척하게 젖은 자신의 맨 살이 서늘한 화장실 공기에 노출되자 그 괴리감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버렸다. 그 서늘한 감각에 정나은은 잘게 떨자, 탄력적인 엉덩이에 파문이 생긴다. 그걸 감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조용한 그의 기척에 정나은은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를 들으며 결심했다.
‘누, 누구냐고 물어야 돼. 다, 당연히 그 인간이겠지만. 응. 그럴 거야.’
정나은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을 최대한 발음하기 좋게 우물거리며, 준비를 끝낸 그녀의 입은 물음을 토해낸다.
“저허……뉴구우우우웃?!”
정나은의 입에서 어수룩한 발음으로 물음을 토해내려는 그 순간 기습적으로 자신의 하반신을 꿰뚫는 감각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퍽 하는 찰지면서도 질척한 소리가 상당히 크게 화장실 안을 울린다. 정나은은 자신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진 소리와 자신이 토해낸 신음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화장실 안의 기척을 살핀다.
‘이, 이 인간 드, 들켜도 상관없다는 거야?!’
경악하는 정나은에게 그 답을 몸으로써 알려주듯 자신의 배 위에서 허리를 연신 내려찍으며 결코 작지 않은 둔탁한 소음을 만들어 낸다.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배 위에 그를 자신의 몸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다리로 밀어내기 위해 버둥거려보지만 이미 배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건 무리다. 할 수 없이 정나은이 어수룩한 발음으로 항의하려는 그 순간 자신의 엉덩이 사이를 단번에 꿰뚫는 감각에 정나은의 입에선 항의가 아닌 신음이 터져 나왔다.
“햐아아앙?!”
엉덩이를 꿰뚫은 것이 자신의 몸속에서 진동하기 시작하자 정나은은 자신의 엉덩이를 꿰뚫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오늘 오전, 오후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어른의 장난감이다. 살아생전 처음 경험하는 상황과 강렬한 자극의 향연에 정나은의 이성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후욱! 후욱!”
“햐으!……아으읏!”
뜨거운 남성의 숨결이 자신의 귓가를 간질이고, 남성의 거체가 자신을 강하게 짓누를 때마다 터트릴 듯이 울려 퍼지는 찰진 타격음과 자신의 몸 안에서 울리는 진동소리가 정나은의 몸을 휘젓고 다닌다. 아랫배에서 샘솟는 뜨거운 쾌락은 자신의 몸을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서서히 피어오르는 남성의 체취와 야릇한 공기는 화장실 안을 서서히 채운다.
‘하아! 하아! 대, 대체 누구야! 왜 말을 안 하는 거지?!’
단번에 밀려든 쾌락에 허우적거리면서도 정나은의 머릿속 한 편에선 이 남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미 화장실 안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위는 그가 허리를 놀리기 시작할 때부터 사라져 버렸다.
정나은이 이성을 유지하려고 할수록 예민해진 몸이 전해주는 쾌락을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니 정나은의 입장으로썬 미칠 노릇이다. 쾌락에 몸을 맡기자니 자신을 찍어 누르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신경 쓰이고, 이성을 유지하자니 한층 강렬하게 쾌락이 느껴지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악! 하악! 하악!”
하지만 그녀는 조금이라도 끈질기게 이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자연스레 한층 강렬하게 달아오른 몸 때문에 거친 숨소리가 더 이상 억눌리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토해져 나온다. 때마침 답답하게 가슴을 옥죄던 브래지어를 위로 재끼더니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쥔다.
“흐응!”
안 그래도 예민한 감각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정나은은 허리가 들썩이려는 걸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남자 덕에 자의반 타의반 억누른다.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그 부드러움을 탐하던 손길은 탐스럽게 부푼 능선 위에 솟은 작은 꼭지를 있는 힘껏 비튼다.
“하아악?!”
정나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달콤함이 절절이 묻어나는 신음을 토해내며 자신의 다리를 미친 듯이 버둥댄다. 이따금 자신의 다리가 남성을 퍽퍽 때리는 소리가 나지만 정나은은 자신의 몸을 휘감은 절정에 온 몸이 들썩거리느라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다. 남성은 정나은이 절정에 허우적거리는 걸 기다려주지 않고, 다시금 허리를 내려찍기 시작한다.
“흐으음!”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정나은의 뒤를 따르려는 걸까? 한층 욕정이 묻어나는 깊은 남성의 목소리가 정나은의 귓가에 스며든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거친 관계에 정나은의 의식이 드문드문 끊기려는 무렵 갑작스레 모든 움직임이 딱하고 멈춘다.
‘……?’
정나은은 끊어지려는 의식을 붙잡고, 감각을 총 동원해 갑작스런 변화에 정보를 긁어모은다. 그러자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에 끊어져가던 정나은의 의식을 단번에 정신 차리게 한다.
‘누, 누누, 누가 들어왔어!’
동시에 아직도 절정이 주는 쾌락의 파도 때문에 진정이 안 되는 자신의 몸이 들썩이는 걸 억지로 힘을 줘 버틴다. 그런 정나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던 남성이 드디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런~이대로 끝까지 가려했는데 아쉽군.”
잊을 수 없는 능글거리는 목소리에 정나은은 속에서 열불이 터져 꽥 하고 항의 어린 목소리를 낼 뻔한 걸 억지로 집어넣는다. 역시나 김우영 그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김우영이 잠시 일어서는 게 느껴진다. 정나은은 이 틈에 한숨을 돌리며 절정으로 경련하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흐음~누구지?’
잠시 정나은에게서 떨어진 김우영은 화장실 문 너머를 살펴본다. 놀랍게도 문 너머에는 자신이 한참 신나게 탐하고 있는 정나은의 남편 안정수가 있었다. 김우영은 혹여라도 들킬 새라 얼른 고개를 숙인다.
‘이것 참 딱 좋을 때 왔군.’
김우영은 평소보다 이상하리만치 흥분해 자신도 금세 절정을 맞이할 것 같은 그 순간 들려온 발걸음 소리에 억지로 끊긴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김우영은 자신의 눈앞에서 달아오른 몸을 주체 못하고 헐떡이는 여인을 보자 이성보단 본능이 더 강하게 샘솟는다.
‘……일단은.’
김우영은 일단 다시 정나은과 배를 맞댄다. 정나은은 설마 이 상황에서 또 다시 자신이 꿰뚫릴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 떨었지만 필사적으로 소리를 억누르는 모습이다. 김우영은 절정까지 조금이 남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이 쾌락을 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응? 그리고 보니 이 진동은?’
그렇게 두 사람이 포개진 채 조용히 숨죽이고 있자 김우영도 정나은의 몸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김우영은 정나은의 엉덩이 사이를 꿰뚫은 어른의 장난감을 발견하자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어린 얼굴로 바뀌며 장난감에 손을 댄다.
‘이러면 되겠지?’
김우영은 그 장난감의 강도를 단번에 최대로 올려버린다. 그러자 한층 강해진 조임과 허리를 들썩이는 정나은의 반응이 재미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 때문인지 정나은의 입에선 긴 혓바닥이 애처롭게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고 있자니 김우영은 갈증을 느끼며 그녀와 입을 맞춘다.
“으으음…….”
다물어지지 않는 그녀의 입과 쾌락에 발버둥 치는 그녀의 혓바닥을 자신의 입으로 덮고 유린한다. 동시에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그녀를 자극하자 절정에 다다랐던 김우영의 쾌락은 다시금 쌓인다. 서로를 탐하는 질척한 키스 소리와 두 사람이 이어진 하반신에선 끈적한 마찰음과 진동이 들려온다.
딱 하나의 강한 자극이 부족한 김우영은 그 상태로 손을 아래로 내린다. 지이잉 하는 강렬한 진동이 김우영의 손아귀에서 느껴진다. 김우영은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셋을 샌다.
‘1,2……3!’
“??!!”
김우영이 단번에 정나은의 엉덩이를 꿰뚫고 있던 어른의 장난감을 빼버리자 정나은의 몸은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 격렬하게 들썩거린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자신을 튕겨버릴 것처럼 요동치는 것을 억지로 짓누른다. 그러자 그녀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그 쾌락을 주체할 방법이 없는지 그녀의 다리가 허공을 휘젓는다. 하지만 그 버둥거림도 소음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허공에서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육덕진 다리가 덜덜 떨리며 내려오더니 그녀의 의지로 김우영의 몸을 강하게 휘감는다.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은 그 순간 김우영은 절정에 이르며, 자신의 욕망을 있는 힘껏 터트린다. 서로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고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이어져 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는 서로의 입이 서로를 틀어막고 억눌러준다.
정나은은 터질 듯이 뛰는 심장소리와 자신의 몸 안을 날뛰는 쾌락이라는 괴물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풀어놓는다. 찌릿하는 아랫배의 기묘한 자극과 자신의 몸을 꿰뚫은 것이 맥동할 때마다 자신의 몸에 뜨거운 것이 쌓이는 게 느껴진다.
두 사람의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밀착한 채 서로의 뜨거운 몸을 얼마나 비비고 있었을까?
정나은의 육덕진 다리가 김우영을 휘감고 있는 것을 풀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김우영이 떨어지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 소리가 들린다. 정나은은 기진맥진해 사지가 풀린 채 그저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을 뿐이다.
철컥하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와 김우영의 목소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정나은은 희미해져 가던 의식의 끈을 붙잡는다.
‘……이 목소리는?’
정나은은 파들파들 떨리는 자신의 몸을 내버려두고 마지막 의식을 쥐어짜내 귀에 집중한다. 그러자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파고든다.
사랑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
정나은은 너무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떠보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완전히 풀려 경련하는 주체 안 되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려고 해보지만 움직여지질 않는다. 철컥하는 수갑의 차가운 소리가 정나은의 귓가를 파고들자 그녀는 얼어붙는다.
작디작은 소리. 작디작은 숨소리. 자신의 몸속에서 김우영의 하얗고 끈적한 욕망이 토해져 나오는 울컥거리는 소리조차 정나은에겐 너무나도 큰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곧이어 김우영이 먼저 나간다는 말과 함께 발소리가 멀어진다. 화장실에 남겨진 하나의 기척. 그 기척이 이쪽으로 다가옴을 느끼며 정나은은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
그 기척이 얇디얇은 화장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정나은은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모든 감각을 총동원한다. 쾌락에 푹 퍼져버린 자신의 몸. 그 몸에서 김우영의 욕망을 울컥울컥 토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막을 도리가 없다.
야릇하게 피어나는 자신의 살내음 속 비릿한 밤꽃 향기가 피어오르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는다. 자신의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숨 쉬는 것조차 틀어막고 버틴다.
그 짧은 시간이 그렇게 길수가 없다. 그 작은 발버둥조차 못하는 자신이 싫다.
문 앞을 지키던 기척이 멀어지는 걸 느낀 그 순간 정나은은 뜨겁고 안도 섞인 한숨을 토해낼 그 작은 여유조차 없이,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퇴근 시간이 지난 회사의 복도는 을씨년스럽다. 야근을 위해 회사에 남아있어야 할 직원들도 저녁을 먹으러 나간 적막하고 그 짧은 시간. 한참 에너지 절약을 외치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퇴근 시간이 지나 드문드문 불이 들어와 어두운 복도 구석에서 한손에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망사로 됐지만 귀여운 붉은 프릴이 잔뜩 달린 팬티를 든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봐도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그 강렬하고 섹시미가 느껴지는 팬티는 누가 입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아직 열기를 간직하고 있고, 그녀의 체취와 꿀이 잔뜩 배어있어 야릇한 향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그걸 탐하던 남자는 서서히 남자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김우영이다. 그의 머릿속엔 방금 화장실을 나선 한 남자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우영은 손아귀에 쥔 팬티를 내려다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그리곤 이 팬티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남자 화장실 칸 중 하나를 연다.
“끌끌끌. 가관이구만.”
문을 열자 확하고 피어오르는 야릇하고 뜨거운 공기가 벌어진 문틈 사이로 빠져나간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건 검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 뽀얗고 육덕진 다리다. 힘없이 축 늘어진 다리와 그 다리사이에서 울컥, 울컥 비릿한 밤꽃 향기의 하얗고 질척한 액체가 토해져 나오며 화장실 바닥을 적시고 있고, 매끈한 복부에는 두 사람이 흘린 땀이 화장실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며 빛나고 있다.
헐떡이고 있어야 할 젖가슴은 실신했는지, 완만한 능선을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에서 칠칠맞게 흘러내리고 있는 그녀의 침이 강을 이루며 가냘픈 목을 타고 내려와 탐스런 두 골자기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흘러내리고 있다. 링 모양의 재갈 때문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과 살짝 상기된 양 뺨. 반 이상 덮여 있는 두터운 안대를 위로 풀어버린다.
“……큭.”
김우영의 작은 웃음소리. 실신했는지, 잠시 쉬고 있는 것인지 모를 굳게 닫힌 그녀의 눈동자. 물기를 머금은 그녀의 긴 속눈썹이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두터운 안대에 가려 단편적이게만 보이던 그녀의 얼굴.
안대를 걷어낸 그곳에 보인 건 안도하고 편안하게 잠든 여인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마지막에 편안하게 한 걸까? 남편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것? 아니면 터무니없는 쾌락이 주는 한 때의 감정?
김우영은 그녀가 느끼고 있을 기분을 모른다. 그녀 스스로도 모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손목을 구속한 채 철컥거리며 결국엔 부서지지 않은 장난감 수갑이 주는 의미를…….
“만족스러웠는지 모르겠어? 우리 암고양이 양?”
들려오지 않을 물음이지만, 그녀는 이미 온 몸으로 그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아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정리를 시작한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내기의 기간의 둘째 주는 그녀를 철저히 농락하고, 유린하는 것으로 순조롭게 넘어가는 것 같았다.
둘째 주 주말 밤.
편안하게 각자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세 사람은 어째서인지 안정수와 정나은의 집에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둘 사이에 앉아 태연한 척하지만 초조함이 배어나오는 정나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이어 태연하게 이야기하며 술을 기울이는 김우영.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자고 이 자리를 만든 안정수.
안정수와 정나은의 두 부부의 보금자리에선 기묘한 공기가 흐르는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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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으셨나요?
3시간동안 급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쓴 글이라 한 번 읽어보지도 못하고 후다닥 올리는군요 ㅜㅡ
가급적 이번 주말 중 한 편 더 올리기 위해 좀 무리해봤습니다.(아직 한글자도 못 썼지만요.)
주말 안으로 한 편 더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음, 어라?’
무거운 몸을 의식하며 강렬한 햇빛에 적응 안 되는 눈을 억지로 뜨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서 가늘게 뜬 눈동자가 인식한 풍경을 필사적으로 해석한다.
‘공원?’
정나은은 축 처진 몸과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자니 곁에 앉아있는 사람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챈다.
“……어? 어, 언제? 어떻게?!”
정나은은 곁에 앉아있는 김우영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화장실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며 화들짝 놀란다. 정나은의 새된 목소리에 그제야 일어났냐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찬다.
“마지막엔 아주 화려하게 가버리던데? 화장실 안에서 실신할 정도로 기분 좋았나 봐?”
김우영의 조롱에 정나은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있는 힘껏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하는 여자치곤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김우영이 끄응하는 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로 폭력을 쓰면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정나은의 화풀이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걸 보니 김우영 스스로도 너무 했다고 생각하나보다.
“아, 아주 잘나셨어?! 응?!”
“아이고~화풀이 하는 건 좋은데. 이목을 끄는 건 스스로에게도 안 좋을 걸?”
“이목?”
김우영의 얼굴에는 어느새 능글맞은 미소가 떠오르며 그녀의 가슴 언저리를 노골적으로 바라본다. 그제야 정나은은 자신이 어떻게 화장실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 잠깐?! 나 지금 무슨 꼴이지?’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하얀 정장 마이 덕에 거의 보이진 않지만 와이셔츠 아래에 보이는 선명한 색깔에 정나은의 눈빛은 의아함을 머금는다.
‘뭐, 뭐지? 왜 옷 속에서 검고, 붉은 것이 보이는 거야? 이거 속옷이지?’
그래도 김우영이 화장실에서 널브러져 지저분했던 자신의 꼴 그대로 끌고 나온 건 아닌 모양이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던 옷은 충분히 마른 상태였고, 기분 나쁠 정도로 달라붙어있던 스타킹 같은 소모품은 버려버렸는지 어느 샌가 벗겨져 맨 다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질척거릴 정도로 푹 젖었던 자신의 속옷마저도 그가 갈아입힌 모양인데, 대체 이 강렬한 색의 속옷이 무엇이란 말인가?
“밋밋하고 심심한 색깔의 속옷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주 좋은 것도 있더군?”
“그게 무슨?”
“가방 안에 예비 속옷을 준비해놨더군? 하얀색과 그 강렬한 색의 속옷 두 종류가 있기에 내 취향에 맞게 입혀놨지.”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그리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빛도 못 본 채 서랍 속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승부 속옷을 든 채 온갖 상상을 하다 불에 댄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든 속옷을 가방에 쑤셔 넣으며 허둥지둥 집을 나선 게 떠오른다.
‘으음? 이거 스스로도 몰랐단 표정인 걸?’
김우영은 하얗게 탈색되어가는 정나은의 황망한 표정을 바라보며 재미있어 한다. 김우영이 재미있건 말건 정나은은 그에게 빽 소리 지른다.
“가방 줘! 갈아입고 오겠어!”
“끌끌끌 그럴 줄 알고, 미리 다른 속옷은 다 버려놨지.”
김우영에게서 가방을 가로채 안을 뒤지던 정나은은 그의 말에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화장실 안에서 탈진해 황홀감 어린 물기 머금은 눈망울과 지금의 고양이 같은 적의 어린 눈동자가 대비되며 자신을 바라보는 건 언제 봐도 정복욕을 들끓게 한다.
“잘 가리면 안 들킬 거야. 오늘은 그 상태로 돌아다니자고.”
김우영은 통보에 가까운 말을 하며,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걸어간다. 그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정나은은 그의 뒷모습을 한층 치켜 올라간 눈매로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옷맵시를 더욱 가다듬으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보이겠지?’
최대한 정장 마이로 화려한 속옷 색깔을 가려보지만, 오늘따라 하얀색 정장 일색인지라 가슴 언저리에 보이는 이 강렬한 속옷 색깔은 너무나 눈에 띈다. 오늘 아침에 부끄러운 상상을 한 벌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남편 외의 남자에게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자신의 대한 벌일까?
이 감정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정나은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정장 앞섬을 최대한 여미는 것뿐이다. 보통 여자라면 부끄러워 할 그 상황에도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의 뒤를 뒤따라 걸었다.
“……꿀꺽.”
정나은은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에 절로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 자꾸 움츠려드려는 자신의 몸에 억지로 힘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자신의 뺨에 살짝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끼며 찌릿하는 아랫배의 감각을 무시한 채 오후 내내 김우영과 함께 길거리를 배회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도시의 전경. 도시에는 고층 빌딩들에 석양이 가려져 더욱 빨리 밤이 찾아온다.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빌딩에서 빠져나오는 모습과 퇴근시간을 앞둔 직장인들이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 못할 그런 시각.
오히려 빌딩 안으로 들어서려는 두 명의 인영이 있다. 외근에서 돌아왔다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시각. 이제 한 부서의 부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중년 남성과 일 똑 부러지게 잘 할 것 같은 온통 흰색 일색의 정장을 입은 여직원이 빌딩 앞에서 최대한 이목을 피하며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곧이어 그 실랑이는 끝이 나고 빌딩 안으로 들어서는 중년 남성의 뒤를 따라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여직원.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이 빌딩 내에 속해있는 영업부였다.
퇴근시간이 다가왔기에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는 영업부가 속한 층에는 오가는 사람도 많지만, 정시에 퇴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직장인들은 꿋꿋하게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중년 남성과 여직원은 복도에 선 채 한참을 주위를 경계하더니, 곧이어 인적이 끊기는 그 순간 중년 남성은 여직원의 손을 잡고 놀랍게도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져버린다.
두 사람이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진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곧이어 화장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이상하게도 중년 남성 혼자뿐이었다. 그 남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곳은 놀랍게도 그 층에 있는 영업부였다.
“다들 퇴근 준비해?”
영업부에 들어서며 인사를 한 그는 바로 김우영이었다. 김우영은 퇴근 준비를 하는 부하 직원들을 훑어보면서 한 사람을 스쳐지나갈 때에는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실망하는 기색이 가득한 부하직원들에게 퇴근하라고 종용한다.
‘그래야 내가 움직이기 편하지.’
김우영의 말에 하나, 둘 눈치를 보면서도 퇴근을 하는 직원들을 보는 척하며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부하직원 안정수의 모습을 살핀다.
‘흐음? 남아있을 생각인가?’
안정수는 전혀 퇴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묘하다. 김우영은 그런 안정수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단은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나도 시간 좀 죽여야 하는데 잘됐군. 그래야 알맞게 달아오르지 않겠어?’
김우영은 남자 화장실에서 서서히 달아오를 꽃이 꿀을 머금기를 천천히 기다린다. 동시에 김우영과 안정수 사이에 시선조차 오가지 않지만 어쩐지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걸 두 사람 모두 몸으로써 느끼고 있었다.
두 남자가 묘한 신경전을 펼치건 말건 정나은은 또 다시 찾아온 긴장감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예상대로 김우영과 함께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 하얀 정장이 눈에 띄는 그 여직원은 정나은이었다. 두 번째로 느끼는 몸의 부자유.
오전에도 느꼈던 부자유지만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공원의 화장실과는 달리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이 드나드는 기척에 정나은은 미칠 것만 같다. 손목에서 철컥거리는 수갑의 감촉, 한 치 앞도 안 보이기에 더욱 예민해지는 수많은 감각은 끊임없이 정나은을 자극하고 있다.
‘으으……한 가지 위안이라면 다리는 자유롭다는 건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는 어른의 장난감은 오전과 똑같지만,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이유는 몰라도 다리를 풀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좁은 화장실 칸에서 다리만이 자유로워봤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다리가 자유로움으로써 쓸데없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버둥거릴 수 있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는 것은 매력적이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서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걸 알아도 자꾸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욕구에 휩싸인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기척에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그녀로써는 다리를 모아 가랑이 사이에서 진동하는 장난감이 날뛰지 못하게 막는 등 끊임없이 다리를 버둥거린다.
“후우…….”
정나은은 입에 물린 링 모양의 재갈에서 새어나오려는 뜨거운 숨결을 억누르고, 완전히 풀어헤쳐진 와이셔츠와 탐스럽게 부푼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고혹적인 빛깔의 브래지어는 뽀얗고 매끄러운 복부와 대비되며 너무나도 눈에 띈다.
말려 올라간 하얀 정장치마와 잘 발달된 골반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와 세트인 팬티는 브래지어와 같이 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브래지어와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어른의 장난감이 주는 자극 때문에 서서히 흐르는 여인의 달콤한 꿀물 때문에 상당히 축축하게 젖었다는 것이다.
속이 꽉 찬 육덕진 허벅지는 가랑이 사이를 비비며, 끊임없이 마찰음을 내며 움찔거리는 모습이 그녀가 서서히 쾌락이 쌓여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서서히 그녀를 잠식해 들어가며 그녀가 내뿜는 열기는 서늘한 화장실 공기를 미묘한 열기로 바꿔간다.
“하아……후…….”
문밖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는 정나은은 뜨거워진 몸을 조금이라도 식히기 위해 조금씩 달콤한 숨결을 토해낸다. 송골송골 솟기 시작한 땀방울은 그녀의 뽀얗던 피부를 번들거리게 하고, 한층 강해진 그녀의 살내음과 끊임없이 움찔거리는 가랑이 사이에서 풍겨오는 야릇한 체취가 좁은 화장실 칸을 채워갈 무렵 변화가 일어났다.
똑똑!
“??!!”
정나은은 자신의 귀에 스며든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온 몸이 얼어붙었다. 분명한 노크소리.
‘여, 옆 칸인가? 옆 칸이지?! 아, 아닌가?! 뭐, 뭐뭐! 뭐야!’
두터운 안대로 가로막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걸 알고 있어도 정나은의 눈은 더 할 나위 없이 커져 안대를 뚫을 기세로 어둠을 노려보며, 검은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다.
‘기, 김우영인가?! 아, 아닌데?! 그 사람이라면 그냥 들어올 텐데?! 장난? 아, 아냐 그럼?’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경직된 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만약 김우영이라면 그냥 들어왔을 것이다. 장난이라면? 없는 척해야하나? 아니면 대답을?
만약……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두터운 안대에 반 이상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정나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다. 파르르 떨리는 붉은 입술과 입가에서 침이 칠칠맞게 주르륵 흐르는 것도 신경도 쓰지 않고 정나은은 서서히 떨리려는 몸을 진정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한다.
똑똑!
그런 정나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다시 들려온 노크소리가 정나은을 재촉한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사람이 있다고도 못한다. 하물며 남자 화장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웬 말인가? 노크하려해도 묶여 있으니 사람이 있다는 신호도 못 보낸다. 정나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신도 모르게 유일하게 의사 표현이 가능한 다리를 버둥거린다.
‘응? 다리?’
정나은은 당황해 버둥거리던 다리를 허공에 딱 멈춘다. 정나은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펄떡이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다리를 문 쪽으로 뻗는다.
좁디좁은 화장실 칸.
자신의 다리가 화장실 문에 닿을 때까지의 그 수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 지 정나은은 점점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결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발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톡하는 작은 울림과 하이힐 너머로 전해지는 딱딱한 문의 감촉에 정나은은 잠시 모든 움직임을 멈추곤 숨을 고른다.
“스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숨을 멈추고 온 몸에 힘을 꽉 줘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 모든 감각을 발에 집중해 살짝 움직인다.
톡톡! 결코 손으로 노크하는 것이 아닌 소리가 났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문 밖에서 전해지던 기척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발끝에서 전해지는 감각도 필사적으로 끌어 모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의 노크 소리가 안 들려오자 정나은은 조심스럽게 문에서 발을 뗀다. 행여라도 소리가 날까 온 몸에 힘을 주고 조심스레 다리를 회수한 정나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살짝 풀리며, 긴장에 짓눌렸던 쾌감이 단번에 온 몸을 휘젓는 감각에 정나은의 몸은 요동친다.
“……끄으읏!”
도저히 억누르지 못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요동치려는 자신의 허리를 짓누르느라 몸을 둥그렇게 말고 버틴다. 둥그렇게 만 몸과 튕겨져 나갈 것처럼 이따금 경련하는 다리가 들썩들썩 거리며 움찔거릴 때마다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는 야릇한 체취를 풍기며 그녀의 망사재질의 팬티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하악! 하악! 하악!’
지금 이 순간에도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척들과 사람들의 대화소리에 정나은은 하얗게 변해가는 이성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견디고, 또 견딘다.
한 번 터져버린 쾌감은 도저히 억누를 기미가 안 보이고, 정나은을 미치게 한다. 예민해져 버린 몸에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어른의 장난감은 자비 없이 그녀를 계속 유린하고, 이따금 찾아오는 절정마다 정나은의 의식은 계속해서 깎여나가 하얗게 변해버린 이성을 유지 못하고, 살짝 정신을 놓았다.
정나은은 무언가 기묘한 감각에 서서히 의식이 부상한다. 힘겹게 뜬 눈동자가 본 것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어둡네…….’
정나은은 멍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묘하게 달아올라 있는 몸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린다.
‘자, 잠깐?! 여, 여기 화장실이었던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던 가랑이 사이에서 올라오던 진동도 느껴지지 않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당황스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려는 걸 자신이 있는 장소를 떠올리곤 놀라 도로 집어넣는다. 여전히 묶여있는 손목이나 가려진 시야. 하지만 절대 느껴지지 않아야 할 제 3의 감각.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정나은이 있는 이 화장실 칸 안에 들어와 자신의 몸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혓바닥을 길게 끄집어내 자신이 정신을 놓은 사이 신나게 만지고 있던 것이다.
“……에, 에에?”
정나은의 입에선 황당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두터운 손가락이 자신의 침으로 범벅된 질척한 혓바닥을 섬세하면서도 구석구석 집요하게 만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몸서리친다. 자신조차 만진 적 없는 혓바닥의 구석구석을 타인의 손가락이 자극하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그 감각에 묘한 쾌락이 솟는다.
그렇게 묘한 쾌락에 몸을 맡긴 채 또 다시 달아오르려는 몸을 의식하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 눈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 어라? 그, 그리고 보니 누구……?’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유린하는 그 감각에 당연히 김우영이겠거니 했지만 자신이 정신을 얼마나 놓고 있었는지 자신조차 모른다. 자신이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억누르지 못한 목소리나 기묘한 진동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들어온 거라면?
정나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리고 그걸 의식하자 점점 떨리기 자신의 몸이 떨리는 걸 느낀다. 자신의 혓바닥을 유린하던 그는 정나은의 몸이 잘게 떠는 걸 느꼈는지 그녀의 혓바닥을 놓곤 떨어진다.
화장실 칸 안에는 어쩐지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두려움에 떨던 정나은은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해 눈앞에 기척에 집중한다. 자신의 곁에 서 있던 그 기척은 자신의 하반신 쪽으로 이동하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려 몸을 둥그렇게 만다.
“…….”
갑작스레 그의 것으로 느껴지는 손이 자신의 골반을 붙잡는다. 크게 움찔거리는 정나은을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마지막 방어선인 푹 젖은 팬티를 벗기려는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꽉 모은다. 그러자 그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한 쪽 다리를 억지로 비집어 들 게 하더니 기어코 자신의 팬티를 훌렁 벗겨버린다.
“아!”
푹 젖었던 팬티가 벗겨지며 질척하게 젖은 자신의 맨 살이 서늘한 화장실 공기에 노출되자 그 괴리감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버렸다. 그 서늘한 감각에 정나은은 잘게 떨자, 탄력적인 엉덩이에 파문이 생긴다. 그걸 감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조용한 그의 기척에 정나은은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를 들으며 결심했다.
‘누, 누구냐고 물어야 돼. 다, 당연히 그 인간이겠지만. 응. 그럴 거야.’
정나은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을 최대한 발음하기 좋게 우물거리며, 준비를 끝낸 그녀의 입은 물음을 토해낸다.
“저허……뉴구우우우웃?!”
정나은의 입에서 어수룩한 발음으로 물음을 토해내려는 그 순간 기습적으로 자신의 하반신을 꿰뚫는 감각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퍽 하는 찰지면서도 질척한 소리가 상당히 크게 화장실 안을 울린다. 정나은은 자신의 하반신에서 울려 퍼진 소리와 자신이 토해낸 신음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화장실 안의 기척을 살핀다.
‘이, 이 인간 드, 들켜도 상관없다는 거야?!’
경악하는 정나은에게 그 답을 몸으로써 알려주듯 자신의 배 위에서 허리를 연신 내려찍으며 결코 작지 않은 둔탁한 소음을 만들어 낸다.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배 위에 그를 자신의 몸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다리로 밀어내기 위해 버둥거려보지만 이미 배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건 무리다. 할 수 없이 정나은이 어수룩한 발음으로 항의하려는 그 순간 자신의 엉덩이 사이를 단번에 꿰뚫는 감각에 정나은의 입에선 항의가 아닌 신음이 터져 나왔다.
“햐아아앙?!”
엉덩이를 꿰뚫은 것이 자신의 몸속에서 진동하기 시작하자 정나은은 자신의 엉덩이를 꿰뚫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오늘 오전, 오후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어른의 장난감이다. 살아생전 처음 경험하는 상황과 강렬한 자극의 향연에 정나은의 이성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후욱! 후욱!”
“햐으!……아으읏!”
뜨거운 남성의 숨결이 자신의 귓가를 간질이고, 남성의 거체가 자신을 강하게 짓누를 때마다 터트릴 듯이 울려 퍼지는 찰진 타격음과 자신의 몸 안에서 울리는 진동소리가 정나은의 몸을 휘젓고 다닌다. 아랫배에서 샘솟는 뜨거운 쾌락은 자신의 몸을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서서히 피어오르는 남성의 체취와 야릇한 공기는 화장실 안을 서서히 채운다.
‘하아! 하아! 대, 대체 누구야! 왜 말을 안 하는 거지?!’
단번에 밀려든 쾌락에 허우적거리면서도 정나은의 머릿속 한 편에선 이 남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미 화장실 안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위는 그가 허리를 놀리기 시작할 때부터 사라져 버렸다.
정나은이 이성을 유지하려고 할수록 예민해진 몸이 전해주는 쾌락을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니 정나은의 입장으로썬 미칠 노릇이다. 쾌락에 몸을 맡기자니 자신을 찍어 누르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신경 쓰이고, 이성을 유지하자니 한층 강렬하게 쾌락이 느껴지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악! 하악! 하악!”
하지만 그녀는 조금이라도 끈질기게 이성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자연스레 한층 강렬하게 달아오른 몸 때문에 거친 숨소리가 더 이상 억눌리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토해져 나온다. 때마침 답답하게 가슴을 옥죄던 브래지어를 위로 재끼더니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쥔다.
“흐응!”
안 그래도 예민한 감각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정나은은 허리가 들썩이려는 걸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남자 덕에 자의반 타의반 억누른다.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그 부드러움을 탐하던 손길은 탐스럽게 부푼 능선 위에 솟은 작은 꼭지를 있는 힘껏 비튼다.
“하아악?!”
정나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달콤함이 절절이 묻어나는 신음을 토해내며 자신의 다리를 미친 듯이 버둥댄다. 이따금 자신의 다리가 남성을 퍽퍽 때리는 소리가 나지만 정나은은 자신의 몸을 휘감은 절정에 온 몸이 들썩거리느라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다. 남성은 정나은이 절정에 허우적거리는 걸 기다려주지 않고, 다시금 허리를 내려찍기 시작한다.
“흐으음!”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정나은의 뒤를 따르려는 걸까? 한층 욕정이 묻어나는 깊은 남성의 목소리가 정나은의 귓가에 스며든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거친 관계에 정나은의 의식이 드문드문 끊기려는 무렵 갑작스레 모든 움직임이 딱하고 멈춘다.
‘……?’
정나은은 끊어지려는 의식을 붙잡고, 감각을 총 동원해 갑작스런 변화에 정보를 긁어모은다. 그러자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에 끊어져가던 정나은의 의식을 단번에 정신 차리게 한다.
‘누, 누누, 누가 들어왔어!’
동시에 아직도 절정이 주는 쾌락의 파도 때문에 진정이 안 되는 자신의 몸이 들썩이는 걸 억지로 힘을 줘 버틴다. 그런 정나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던 남성이 드디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런~이대로 끝까지 가려했는데 아쉽군.”
잊을 수 없는 능글거리는 목소리에 정나은은 속에서 열불이 터져 꽥 하고 항의 어린 목소리를 낼 뻔한 걸 억지로 집어넣는다. 역시나 김우영 그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김우영이 잠시 일어서는 게 느껴진다. 정나은은 이 틈에 한숨을 돌리며 절정으로 경련하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흐음~누구지?’
잠시 정나은에게서 떨어진 김우영은 화장실 문 너머를 살펴본다. 놀랍게도 문 너머에는 자신이 한참 신나게 탐하고 있는 정나은의 남편 안정수가 있었다. 김우영은 혹여라도 들킬 새라 얼른 고개를 숙인다.
‘이것 참 딱 좋을 때 왔군.’
김우영은 평소보다 이상하리만치 흥분해 자신도 금세 절정을 맞이할 것 같은 그 순간 들려온 발걸음 소리에 억지로 끊긴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김우영은 자신의 눈앞에서 달아오른 몸을 주체 못하고 헐떡이는 여인을 보자 이성보단 본능이 더 강하게 샘솟는다.
‘……일단은.’
김우영은 일단 다시 정나은과 배를 맞댄다. 정나은은 설마 이 상황에서 또 다시 자신이 꿰뚫릴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 떨었지만 필사적으로 소리를 억누르는 모습이다. 김우영은 절정까지 조금이 남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이 쾌락을 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응? 그리고 보니 이 진동은?’
그렇게 두 사람이 포개진 채 조용히 숨죽이고 있자 김우영도 정나은의 몸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김우영은 정나은의 엉덩이 사이를 꿰뚫은 어른의 장난감을 발견하자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어린 얼굴로 바뀌며 장난감에 손을 댄다.
‘이러면 되겠지?’
김우영은 그 장난감의 강도를 단번에 최대로 올려버린다. 그러자 한층 강해진 조임과 허리를 들썩이는 정나은의 반응이 재미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 때문인지 정나은의 입에선 긴 혓바닥이 애처롭게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고 있자니 김우영은 갈증을 느끼며 그녀와 입을 맞춘다.
“으으음…….”
다물어지지 않는 그녀의 입과 쾌락에 발버둥 치는 그녀의 혓바닥을 자신의 입으로 덮고 유린한다. 동시에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그녀를 자극하자 절정에 다다랐던 김우영의 쾌락은 다시금 쌓인다. 서로를 탐하는 질척한 키스 소리와 두 사람이 이어진 하반신에선 끈적한 마찰음과 진동이 들려온다.
딱 하나의 강한 자극이 부족한 김우영은 그 상태로 손을 아래로 내린다. 지이잉 하는 강렬한 진동이 김우영의 손아귀에서 느껴진다. 김우영은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셋을 샌다.
‘1,2……3!’
“??!!”
김우영이 단번에 정나은의 엉덩이를 꿰뚫고 있던 어른의 장난감을 빼버리자 정나은의 몸은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 격렬하게 들썩거린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자신을 튕겨버릴 것처럼 요동치는 것을 억지로 짓누른다. 그러자 그녀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그 쾌락을 주체할 방법이 없는지 그녀의 다리가 허공을 휘젓는다. 하지만 그 버둥거림도 소음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허공에서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육덕진 다리가 덜덜 떨리며 내려오더니 그녀의 의지로 김우영의 몸을 강하게 휘감는다.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은 그 순간 김우영은 절정에 이르며, 자신의 욕망을 있는 힘껏 터트린다. 서로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고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이어져 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는 서로의 입이 서로를 틀어막고 억눌러준다.
정나은은 터질 듯이 뛰는 심장소리와 자신의 몸 안을 날뛰는 쾌락이라는 괴물을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풀어놓는다. 찌릿하는 아랫배의 기묘한 자극과 자신의 몸을 꿰뚫은 것이 맥동할 때마다 자신의 몸에 뜨거운 것이 쌓이는 게 느껴진다.
두 사람의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밀착한 채 서로의 뜨거운 몸을 얼마나 비비고 있었을까?
정나은의 육덕진 다리가 김우영을 휘감고 있는 것을 풀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김우영이 떨어지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 소리가 들린다. 정나은은 기진맥진해 사지가 풀린 채 그저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을 뿐이다.
철컥하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와 김우영의 목소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정나은은 희미해져 가던 의식의 끈을 붙잡는다.
‘……이 목소리는?’
정나은은 파들파들 떨리는 자신의 몸을 내버려두고 마지막 의식을 쥐어짜내 귀에 집중한다. 그러자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파고든다.
사랑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
정나은은 너무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떠보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완전히 풀려 경련하는 주체 안 되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려고 해보지만 움직여지질 않는다. 철컥하는 수갑의 차가운 소리가 정나은의 귓가를 파고들자 그녀는 얼어붙는다.
작디작은 소리. 작디작은 숨소리. 자신의 몸속에서 김우영의 하얗고 끈적한 욕망이 토해져 나오는 울컥거리는 소리조차 정나은에겐 너무나도 큰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달리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
곧이어 김우영이 먼저 나간다는 말과 함께 발소리가 멀어진다. 화장실에 남겨진 하나의 기척. 그 기척이 이쪽으로 다가옴을 느끼며 정나은은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
그 기척이 얇디얇은 화장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정나은은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모든 감각을 총동원한다. 쾌락에 푹 퍼져버린 자신의 몸. 그 몸에서 김우영의 욕망을 울컥울컥 토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막을 도리가 없다.
야릇하게 피어나는 자신의 살내음 속 비릿한 밤꽃 향기가 피어오르려는 걸 필사적으로 막는다. 자신의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숨 쉬는 것조차 틀어막고 버틴다.
그 짧은 시간이 그렇게 길수가 없다. 그 작은 발버둥조차 못하는 자신이 싫다.
문 앞을 지키던 기척이 멀어지는 걸 느낀 그 순간 정나은은 뜨겁고 안도 섞인 한숨을 토해낼 그 작은 여유조차 없이,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다.
퇴근 시간이 지난 회사의 복도는 을씨년스럽다. 야근을 위해 회사에 남아있어야 할 직원들도 저녁을 먹으러 나간 적막하고 그 짧은 시간. 한참 에너지 절약을 외치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퇴근 시간이 지나 드문드문 불이 들어와 어두운 복도 구석에서 한손에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망사로 됐지만 귀여운 붉은 프릴이 잔뜩 달린 팬티를 든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봐도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그 강렬하고 섹시미가 느껴지는 팬티는 누가 입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아직 열기를 간직하고 있고, 그녀의 체취와 꿀이 잔뜩 배어있어 야릇한 향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그걸 탐하던 남자는 서서히 남자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는 김우영이다. 그의 머릿속엔 방금 화장실을 나선 한 남자를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우영은 손아귀에 쥔 팬티를 내려다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그리곤 이 팬티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남자 화장실 칸 중 하나를 연다.
“끌끌끌. 가관이구만.”
문을 열자 확하고 피어오르는 야릇하고 뜨거운 공기가 벌어진 문틈 사이로 빠져나간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건 검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 뽀얗고 육덕진 다리다. 힘없이 축 늘어진 다리와 그 다리사이에서 울컥, 울컥 비릿한 밤꽃 향기의 하얗고 질척한 액체가 토해져 나오며 화장실 바닥을 적시고 있고, 매끈한 복부에는 두 사람이 흘린 땀이 화장실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며 빛나고 있다.
헐떡이고 있어야 할 젖가슴은 실신했는지, 완만한 능선을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에서 칠칠맞게 흘러내리고 있는 그녀의 침이 강을 이루며 가냘픈 목을 타고 내려와 탐스런 두 골자기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흘러내리고 있다. 링 모양의 재갈 때문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과 살짝 상기된 양 뺨. 반 이상 덮여 있는 두터운 안대를 위로 풀어버린다.
“……큭.”
김우영의 작은 웃음소리. 실신했는지, 잠시 쉬고 있는 것인지 모를 굳게 닫힌 그녀의 눈동자. 물기를 머금은 그녀의 긴 속눈썹이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두터운 안대에 가려 단편적이게만 보이던 그녀의 얼굴.
안대를 걷어낸 그곳에 보인 건 안도하고 편안하게 잠든 여인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마지막에 편안하게 한 걸까? 남편에게 들키지 않았다는 것? 아니면 터무니없는 쾌락이 주는 한 때의 감정?
김우영은 그녀가 느끼고 있을 기분을 모른다. 그녀 스스로도 모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손목을 구속한 채 철컥거리며 결국엔 부서지지 않은 장난감 수갑이 주는 의미를…….
“만족스러웠는지 모르겠어? 우리 암고양이 양?”
들려오지 않을 물음이지만, 그녀는 이미 온 몸으로 그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아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정리를 시작한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내기의 기간의 둘째 주는 그녀를 철저히 농락하고, 유린하는 것으로 순조롭게 넘어가는 것 같았다.
둘째 주 주말 밤.
편안하게 각자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야 할 세 사람은 어째서인지 안정수와 정나은의 집에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둘 사이에 앉아 태연한 척하지만 초조함이 배어나오는 정나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이어 태연하게 이야기하며 술을 기울이는 김우영.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자고 이 자리를 만든 안정수.
안정수와 정나은의 두 부부의 보금자리에선 기묘한 공기가 흐르는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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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으셨나요?
3시간동안 급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쓴 글이라 한 번 읽어보지도 못하고 후다닥 올리는군요 ㅜㅡ
가급적 이번 주말 중 한 편 더 올리기 위해 좀 무리해봤습니다.(아직 한글자도 못 썼지만요.)
주말 안으로 한 편 더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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