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먹히는 나의여친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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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번입니다. AV에 헌팅당한 여자친구 번역을 끝내고 쉴겸해서 지금은 사라진 타사이트에서 제가 처음 번역했던
이 작품을 올려봅니다. 총 16부작으로했지만 2부씩 묶어 8부작으로 끝낼 것 같습니다. 하루나 이틀간격으로 올릴겁니다.
일본작품이지만 이름이나 지명은 한국식으로 바꿔서 했습니다. 그게 더 흥분? 될 것 같아서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작품은 수정전의 작품으로 오타, 내용 등에서 차이점이 있으므로 제가 여기서 올리는 걸로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럼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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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들떠있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를 어두운 청춘시대로 살아온 나는 대학 입학 전에 마음먹고 있었다.
앞으로의 대학 생활은 즐겁고 충실하게 보낼거라고.
일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먼 대학을 선택한 것은, 과거의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과거를 벗고 환생하고 싶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스스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밝게 행동하고 빨리 대학의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순식간에 나에게는 몇 명의 친구들이 생겼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 늦게까지 장난 칠 수 있는 친구.
친구는 이런식으로 간단하고 쉽게 사귈수 있는데 왜 중고등학교에서는 똑같이 할 수 없었던 걸까.
나는 중고등학교에서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말을 거는 여자애도 없었고 그저 교실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나에게 사회관계능력이 부족했던것일까.
나에게 말을 걸어 오는 놈은 나를 업신 여기는, 흔히 어떤 학교에나 있는 불량학생들 뿐이었다.
어쩌면 일부러 내가 사람들을 배척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걸 깨달았을때는 이미 나는 반에서 고립되어있는 존재에 불과했다.
이런 나를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성격이 드러운 녀석들은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빵셔틀부터 시작해서 발길질까지...
그것이 대학에 들어와서는 모두가,
"진수야 오늘 시간 비냐? "
"지금부터 술 먹으러 갈거야. 진수 너도 와라" 라고 말을 걸어준다.
모두가 나를 친구로 대해준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는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무려 나에게 여자친구가 생긴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여자와 연애를 하다니.
그녀의 이름은 박아영이었다.
사슴같은 눈망울, 오똑한 코, 앵두같은 입술, 키 165cm의 날씬한 몸매의 인근 대학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동갑내기 학생이다.
처음 봤을때 여신이 강림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나는 아영이랑 친구가 되고자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다.
아영이는 항상 웃는 얼굴로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영이와 시간을 같이 보낼수록 나는 아영이에게 끌렸고 정신을 차려 보니 아영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영이에게 고백했다.
지금까지 여자와 사귄 적이 없었던 나는 아무래도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나중에 모두 위로 해줘"
라고 미리 말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영이의 대답은 OK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이것은 꿈인가??
아영이 같은 예쁜 여자가 내 여자친구!?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었다. 친구들도 모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복해주었다.
"김진수, 이새끼, 여친 생긴거 축하한다. 기념으로 한턱 쏴."
그때부터 나는 매일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아영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물론 친구들과의 시간도 모두 즐거웠다. 아영이와 데이트하고, 같이 아르바이트하고 친구들과 놀고, 반복되는 생활. 하지만 전혀 질리지 않는다.
아, 즐겁다 행복하다. 이것이 행복이구나. 평생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나는 완전히 들떠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생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고 했던가.
나는 내가 유급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자업자득이었다. 오로지 놀기에만 바빠서 학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았다.
너무 들떠있었던 걸까.
위험을 감지했을때는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신경이 느슨했다고 할까.
친구들은 내가 유급한것을 두고 깔깔거리며 웃거나 극소수이지만 나처럼 유급한 놈도 있었고, 나를 위로해주는 녀석도 있었다.
그러한 주위의 분위기 때문인지 나는 침체되거나 하지는 않았다.(조금 우울했지만.)
하지만 아영이는 달랐다. 내가 유급당한 일을 말할 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 정말? 왜 그런거야?? "
이때 아영이의 표정은 화가 나있는 건지, 기가막혀있던건지, 하여튼 내가 지금까지 본적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영이를 보고 내가 유급해 버린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무거워지는 두 사람 사이의 공기.
"미안..."
"나에게 사과는 안해도 돼. 부모님은 이 사실 알아? "
"아니...아직."
"부모님이 학비 대주는 거지? 빨리 말해봐."
"그래. 맞아"
"부모님한테도 제대로 말해."
아영이 앞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는 나.
그 후 나는 집에 전화하였고 당연하지만 부모님은 이 소식을 매우 언짢아했다.
며칠뒤에 집에가서 남은 대학 생활을 제대로 성실하게 보내겠다고 부모님에게 약속하고 어떻게든 용서받았다.
다시 돌아왔을때 아영이가 나에게 사과를 했다.
"진수야, 너가 유급한건 내 책임이기도해... 미안."
"뭐라는거야, 넌 책임없어. 이건 내가 그냥..."
당연하지만 이건 내가 잘못한거지 아영이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기뻤다.
주위의 친구들은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남의 일이니까 웃을 수 있지만 아영이는 진심으로 나의 일을 걱정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건으로 아영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아영이를 더 소중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하지만 나의 유급이 결정된 이후 나와 아영이 사이에는 미묘한 공기가 계속 흘렀다. 왜냐하면 아영이가 데이트를 거절하는 횟수가 늘었다.
한번은 데이트를 할 때 아영이가 물었다.
"나랑 놀고 괜찮아? "
아영이는 나의 삶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 둘 사이가 조금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아영이는 학업에 전념하라며 친구들이랑 덜 놀고 아르바이트도 줄이라고 했다.
나는 나대로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있었고 나름 줄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영이의 기준에는 못 미쳤었나보다.
결국 말다툼을 했다.
"김진수, 너 또 유급하면 어떡해."
"괜찮아, 괜찮아. 그런걸 쉽게 또 할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미 1년 유급되었잖아. 뭐가 괜찮다는 거야."
"아, 짜증나게. 나도 알아. 나도 나름대로 조절하고 있다고. 이제 더 이상 그 얘기하지마."
"누군 하고싶어서 이 얘기 꺼내는 줄 알아. 너 때문에 그러는거야, 이 바보야."
이 말을 끝으로 아영이가 눈물을 펑펑 쏟자 나는 사과를 하며 어떻게든 수습했다.
내가 나쁘다.
이런 싸움을 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에서 " 헤어지자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영이가 없는 인생은 더 이상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영이를 좋아했고 그것은 아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도 두 사람이 협력해 잘 헤쳐나가자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우리들의 싸움은 그날 한 번뿐, 다른 날들은 예전처럼 잘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둘이 사귄지 1년이 되는 날이 다가 왔다.
사실 오래전부터 1주년 기념일을 맞아 제주도로 2박3일 여행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푸른 바다와 아영이가 수영복 입은 모습, 그리고 로맨틱한 밤.
나는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영이도 마찬가지 였고.
하지만 그것은 유급 전에 계획했던 것이었다.
유급이 결정되고 아영이의 입에서 여행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유급이어도, 1주년은 기념해야지. "
그래서 아영이에게 은근슬쩍 말을 꺼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제 사귄지 1년되네. 여행 슬슬 예약해야지. 비행기나 호텔 같은거."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아영이의 얼굴을 그리 좋아보이지않았다.
"여행...갈려고? 지금 상황이... "
나는 아영이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들여가며 한참을 설교했다. 우리가 왜 여행을 가야하는지에 대해서.
결국 아영이를 설득했고 여행은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아영이도 본심은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것 같다.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우리는 여행 갈 준비를 했다.
여행 갈 옷도 사고, 해수욕장에서 놀 때를 대비한 수영복도 사고.
수영복을 살때 아영이는 처음에 스커트가 부착된 비키니를 골랐지만 나의 권유로 섹시라고나 할까. 조금 야한 것을 선택했다.
"이걸 입으라고? "
"괜찮다니까, 이거 입으면 섹시하고 예뻐보여"
"그런가? "
아영이는 조금 망설이는 듯 했지만 결국 내가 골라준 수영복을 선택했다.
그래도 둘만 가는 여행, 여행가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모르는 사람뿐이니 조금 개방적이어도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내가 골라준 수영복을 선택한것 같다.
수영복의 원단은 아영이의 체형에 비해 작았고 흰색이었다. 조금 야해보여서 저속해보일수 있었지만 아영이의 몸매가 굉장히 좋고 가슴도 커서 충분히 맵시있게 입을 수 있어보였다.
나는 수영복을 입고 있는 아영이의 모습이 빨리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 당일이었다.
준비는 모두 완벽했다.
"드디어 이 날이 오는구나! "
공항으로 가는 동안 아영이는 음식문제로 예민해있었다.
"아영아, 이 여행만큼은 칼로리 신경쓰지말고 원하는 것 맘대로 먹자."
"그럴까? 많이 먹어도 살 많이 안찌겠지? "
"나는 너가 이번 여행은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즐겼으면 좋겠어."
"그래, 알았어."
아영이의 얼굴은 이내 밝아졌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아영이는 계획일정을 보고 있었고, 나는 발을 까딱까딱 위아래로 흔들며 시계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어?? 김진수? 너 명운고등학교 김진수 맞지? "
커다란 목소리가 로비에 울렸다.
김진수는 내 이름이지만 불리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몰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내가 알고 있던 남자가 서 있었다.
"오! 역시 맞네, 김진수. 오랜만이네."
이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똥씹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남자를 보고 3초 정도 생각하고 나서 그 녀석의 이름을 떠 올렸다.
최찬영.
고등학교때 반 친구. 아니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친구라고는 부를 수 없던 녀석.
나를 괴롭혔던 불량학생중의 한명.
굉장히 싫은 놈. 어째서 이 녀석이 이런 곳에.
"우연이구나. 이야~건강하게 잘 지내보이네. 뭐야? 여행 가는거야? "
"아니, 뭐..응"
어째서 이 녀석 나에게 친근하게 구는거야? 우리들은 그런 사이 아니잖아.
"헤에~응? 어? 김진수. 옆에 예쁜 여자 누구야?? 혹시 여자친구? "
찬영이가 아영이의 존재를 알고 물어왔다.
"응, 뭐.. 그렇지."
"어! 진짜야?! 이야~ 능력 좋네. 엄청 예쁘게 생겼네"
상당히 놀란 모습으로 아영이를 빤히 보는 녀석.
왜! 나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으면 안되냐? 그러나 아무튼, 아영이를 예쁘다고 말하는 것은 싫다고 생각들지는 않는다.
아영이는 나의 자랑이니까.
아영이는 최찬영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아마 나랑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래서 오늘 이분하고 너랑 둘이서 여행가는거냐? 우와, 부럽네, 자식."
그렇겠지. 부럽겠지.
"좋겠다. 우리들은 다 남자뿐인데."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뒤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
투박한 체격의 남자와 날씬하면서 키 큰 남자.
최찬영, 그 녀석도 키가 크니까 평균신장의 나로서는 굉장히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 녀석의 말로는 자기도 친구들이랑 여행간댄다.
남자들 세명이서 여행을?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도 대학생활하면서 남자들끼리 여행도 몇 번 갔고 그것도 나름 즐거웠다.
물론 아영이와 단 둘이 가는 여행은 재미의 종류가 다르지만.
아무튼 이제 나와 아영이 곁에서 좀 떨어지라고. 우린 따로 가고 싶다고.
아까부터 아영이만 슬쩍슬쩍 쳐다보는 최찬영.
그 자식과 녀석의 친구들을 다른데로 떼놓고 싶지만 녀석들은 요지부동이다.
그래라, 예쁜 내 여자친구, 실컷 보아라. 몇 시간 후에 나와 아영이는 제주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테니.
나는 최찬영, 그 녀석의 얼굴을 보면 고교 시절의 나쁜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불편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빨리 떠나라" 라고 중얼거렸다.
그때 녀석이 물었다.
"김진수, 어디로 가는거야? "
나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어 짧게 대답했다.
"제주도"
"어?제주도? 우리도인데. 다음 비행기야? 우리 그거타는데."
거짓말이지?? 같은 여행지, 같은 비행기라니...
"뭐야, 그 표정은? 너도 같은 비행기구나? 근데 좀 껄끄러워하는 것 같다? "
"하하, 아니야."
"남자 3명이서 제주도에 가다니 불쌍한 놈들이구나라는 얼굴 같은데? "
"아니, 그런거 아닌데..."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녀석은 능글능글 미소를 지으며 내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제주도에 남자만 있는것은 아니잖아? "
나는 알고 있다.
최찬영의 고교시절을.
녀석은 변함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녀석은 여자랑 수없이 자봤고 온갖 야한 얘기를 입밖으로 꺼냈다.
어제는 누구와 잤고, 내일은 누구와 잘테고. 누구는 예민하고, 신음 소리는 누가 크고.
신입생이 들어오는 시기에는 자신을 포함한 몇몇 남자애들에게,
"3개월안에 아다 몇명 따먹는지 승부하자"라고 대화한 것을 들은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녀석하고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가치관이 너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최찬영은 그런 종류의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반에서, 아니 학교에서 인기인이었다.
특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키가 크고 잘생겼고 무엇보다 녀석의 말빨이 좋았다.
체육대회에서도 문화제에서도 항상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반 애들한테 진저리가 있던 나는 점점 고립되어갔다.
최찬영과 나는 대조적인 고교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아...
나는 대학생이 되어 다시 태어난거니까. 게다가 지금의 나에게는 아영이가 있다.
그리고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었다.
보안 검사를 마치고 우리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면서 더 좋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녀석들의 자리랑 우리들의 자리가 옆이었던 것이다. 설마 여기까지 우연이 겹쳐 버리면은...
아무튼 옆이라고 해도 정확하게는 창가에는 아영이와 내가있고, 통로를 사이에두고 녀석들의 자리가 있었다.
녀석들이 때때로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아영이와 녀석들을 가로 막는 형국이었기에 녀석들이 아영이에게는 말을 별로 붙이지 못했다.
녀석들과 만난건 의외였지만 제주도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흩어지니 비행기에서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잠시후 비행기는 무사히 공항을 이륙했다.
"진수야, 이거 봐봐"
창가의 자리에 앉은 아영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해왔다.
아영이가 가리키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상공에서의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사실 나는 비행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영이와 창에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가 점점 좋아졌다.
확실히 예쁘다. 밖의 경치를 보고 감동하는 아영이가 순수하게 보였다.
저쪽 녀석들도 이런 아영이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나에게는 이런 여자친구가 있다. 그러니 부러워하라고.
아영이와 최찬영무리들 사이에는 내가 앉아 벽을 만들고 있었기에 아까처럼 아영이를 빤히 보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고 수십 분후 갑자기 내 몸에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갑자기 복부가 땡겨지며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윽"
"무슨 일이야? "
"자, 잠깐 배가..."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아영이.
"하하, 괜찮아, 괜찮아. 화장실 좀 다녀올게."
옛날부터 체질적으로 허약했던 나였다. 이런 복부 통증은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일어났었기 때문에 익숙하다.
하지만 하필 여행할때 아프다니. 화장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자리를 비우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20분정도 화장실에서 복부의 통증과 씨름하고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통증이 조금 누그러지자 나는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비행기가 섬에 도착 할 때까지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자리로 돌아가자,
보기 싫은 광경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영씨는 비행기 타는거 몇 번째?? "
"저는 처음이에요. 그래서 이번 여행 기대되는데요."
최찬영이 아영이와 말을 하고 있다.
게다가 녀석은 내가 앉아 있던 아영이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느새 아영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찬영씨도 처음이에요? "
"아뇨, 전 한 5, 6번 타봤죠."
"좋겠다. 제주도도 많이 와봤어요? "
"그럼요. 괜찮으면 좋은 곳 안내해 드릴까요? "
두 사람은 상당히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영이는 그녀석을 향해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다.
말을 건네면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로 대하는것이 아영이의 매력이었다.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나를 보며 짓는 아영이의 그 미소를 좋아했다.
"맛집 같은 곳 위치 아세요? 달콤한 디저트 가게라던지."
"디저트 가게요? 하하, 글쎄요."
"아, 그래. 남자는 별로 그런 것 먹지 않지요?"
"그렇죠. 아, 하지만 그러고 보니 맛있는 팬케이크 가게라면 알고 있죠."
"정말요? 저 진짜 팬케이크 좋아해요! "
"저는 그런거 싫어하는데 이 가게는 특히 맛있더라고요."
"아~나도 먹어보고 싶다."
"그러면 우리들 렌터카 빌릴 예정이니까, 데려다드릴까요? 진수랑 같이 오세요."
"네, 좋아요. 진수오면 물어보고요."
나는 아영이와 찬영이쪽으로 다가 갔다.
"아영아, 그 미소, 저 녀석에게 짓지마."
나는 분명히 아영이가 그녀석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것을 질투하고 있었다.
"어? 진수야. 괜찮아? "
"야. 괜찮냐? "
자리에 돌아온 나에게 두 사람이 같이 물어왔다.
"이제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
"위장약이라도 내가 받아 올까?"
"아니야, 괜찮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최찬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즉시 그 녀석이 나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아영씨랑 제주도 얘기 좀 하고 있었어."
"응, 진수야. 찬영씨가 맛있는 팬케이크 가게 알고 있대."
"우리들이 렌터카 빌릴거니까 진수 너랑 아영씨랑 태워서 데려다줄게."
"나는 아영이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려 온거라고. 너희랑 놀기 위해 온 것이 아냐."
"우리들도 우리들만의 예정이 있어서..."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은근히 거절을 표했다.
"그래도 전혀 시간이 없는건 아니잖아. 비어있는 시간이 있으면 가르쳐 줘. 마중 나갈게."
"아니야. 너희들도 너희 일정이 있는데 뭘."
나는 분명히 싫어하는 티를 내고 있다.
"그래. 알았다. 그러면 만약 가고 싶어지면 연락해라. 데려갈테니."
최찬영은 나의 싫은 내색을 감지했는지 신경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그 녀석의 표정은 분명히 불만이었다.
옆에 있는 아영이도 조금 아쉬워하고 있다.
"진수야, 혹시 팬케이크 싫어해? "
"아니, 별로 그런건 아닌데."
우리들은 그렇게 빡빡한 스케줄이 잡힌 것도 아니었다.
사실 스케줄이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아영이는 왜 거절한 거야?라는 궁금한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영이가 내 귓가로 말했다.
"미안, 우리 두사람의 기념일인걸 깜빡했어."
"아니야. 뭐, 그런걸 갖고 사과하고 그래."
아영이와 나는 다시 제주도에 가면 할 것들을 얘기했고 얼마 뒤 비행기는 무사히 도착했다.
최찬영은 공항에 도착하고서 우리에게(사실 우리라기보다는 아영이에게) 연락처를 건네왔다.
"한가해지면 언제든지 연락해, 뭔가 곤란한 일이 있거나. 우리들은 이곳이 어느 정도 익숙하니까."
"아, 고마워요."
아영이가 감사표현을 했다.
"아, 그러고보니 두 사람 어디에 묵는거야? 혹시나 가게 되면 위치는 알아야되니까."
어쩔 수 없이 녀석들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을 부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위치는 그곳이고 예약한 숙소는 별장 타입의 호텔!이야."
나는 호텔이라는 말에 특히 강조를 했다.
"아~알아 거기. 그럼 우리들이 묵는 곳하고 꽤 가깝네."
"찬영씨네도 그쪽에서 묵으세요? "
"네. 펜션이긴 하지만."
"아, 저 알아요. 인터넷에서 봤어요. 호텔하고 펜션하고 어디서 묵을까 하다가 호텔을 고르긴했지만."
"하하. 그래요. 아무튼 오고 싶으면 놀러오세요. 아영씨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하하."
"안됬지만 너희들하고는 여기서 작별이다. 이제 끝이라고. "
최찬영이 끝까지 아영이에게 끈질기게 말을 걸어왔지만 우리들은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나와 아영이는 짐을 들고 우선 예약해 놓은 호텔로 향했다.
우리들이 묵을 호텔은 사진에서 본 것보다 조금 낡아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최고의 입지였다.
"꺄, 진수야. 드디어 왔어."
방에 있는 침대에 뛰어들어 소란을 피우는 아영이.
이렇게 기쁜듯한 아영이는 오랜만에 보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아영이를 보는것만으로도 여기 온 보람을 느꼈다.
"바다 진짜 푸르다. 이런 예쁜 바다를 보는건 난생 처음이야."
"그러네. 예쁘다."
이 날은 벌써 해가 기울기 시작했지만 아직 예약되어있는 저녘까지는 시간이 있었기에 나와 아영이는 모래사장을 걷기로 했다.
"진수야. 이거 봐. 모래가 부드러워."
물가의 아이처럼 들뜬 아영이는 굉장히 귀여웠다.
주위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내일은 나랑 아영이랑 수영복입고 이 아름다운 바다를 마음껏 만끽해야지.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하얀 모래 사장, 그 속에서 빛나는 아영이의 미소와 아영이의 수영복 입은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잠시 후 석양의 빛이 바다에 내려올때 아영이에게 물었다.
"이제 레스토랑에 갈까"
"응, 어떤 요리일까, 기다려진다."
우리들은 첫날부터 제주도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제주도 향토 음식을 예약했다.
그런데 그 식당에 도착했을 때부터 또 한번 내 몸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비행기에서 일어난 복통은 단순한 복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와아, 맛있겠다! 이런 거 처음이야."
"맛있다! 진수야, 이거 먹어봐. 엄청 맛있어."
제주도 향토음식이 나오고 그 맛에 아영이는 감동하며 즐거워했다.
"내일은 바다에서 많이 놀아야 되서 에너지를 많이 축적해야돼.진수 너도 빨리 먹어."
나는 내 자신의 신체의 이변을 눈치 챘으면서도 즐거운 저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조용히 참아내고 있었다.
혹시나 아영이의 미소를 보면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진수야, 왜 그래?. 별로 안먹는 것 같애. 입에 맞지 않아?"
"아니, 맛있어. 많이 먹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은 악화되어갔다. 복통은 아까보다 괜찮았지만 서서히 머리가 어질어질해왔다.
"저녘식사 후에도 아영이와 드라이브하는 일정이 있는데..
정신 차려야돼."
하지만 나의 인내는 디저트를 기다리는 동안 한계에 도달했다.
물을 마시려고 잔을 가져가려는 순간 갑자기 현기증이 와서 잔이 내 손에서 미끄러졌다.
"진수야 왜 그래. 괜찮아? "
"어...그래."
"왠지 얼굴도 빨갛고..."
아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이마에 손을 댄다.
"열나네. 이마가 뜨거워."
"그래? 여기 앉아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걱정마."
그러나 테이블에 놓여져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나. 머리가 휘청휘청하여 손끝의 감각도 둔해지고 있었다.
"괜찮지 않잖아...이렇게 열이 나는데."
결국 우리들은 디저트를 먹지 않고 저녘을 중단했다. 나는 아영이의 손을 빌리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에 겨우 도착했을 무렵에는 내 몸은 더욱 악화되어 체온도 급상승했고 얼굴은 새빨개지고 두통도 심해지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거친 호흡을 하는 나의 머리에 레스토랑에서 받아 온 얼음을 넣은 비닐을 올려두는 아영이.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
"..병원?"
"약도 없고, 원인도 모르니까, 제대로 의사에게 진찰받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아영이에게 폐를 끼치기는 싫어 일단 병원에게 가기로 했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 보고 올게."
"...응"
날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아영이.
나는 천장을 바라며 몸의 나른함과 악화 되어가는 강렬한 두통과 싸우고 있었다.
머리가 깨져 버릴 정도로 아프다...죽겠다...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어서 병원에 가서 치료해줬으면...이런 생각들이 강해져간다.
하아, 정말 힘들어진다. 아영아.빨리 돌아와줘
나는 아영이가 의사나 호텔직원을 데려오리라 기대했다.
그런 나의 희망과는 다르게 귀에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진수, 몸 안좋다매. 괜찮냐? 조금만 기다려.병원에 데려다줄테니까."
아영이 뒤에 붙어서 들어오는 3명의 남자들.
"이 녀석들이 여기는 어떻게.."
아영이가 나의 속마음을 눈치채고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영이의 말에 따르면 호텔직원이 병원은 알고 있으나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전부 퇴근했다고 했다.
그렇다고 119를 부를 정도로 심각한것 같지는 않았고.
그때 마침 아영이는 렌터카를 가진 녀석들을 생각한것이다.
사실 택시를 부를수도 있었지만 이쪽에 여러번 와보고 안면있는 녀석들이 신뢰감이 느껴져서 연락했다고 했다.
나는 어느새 몸상태가 더 악화되어 혼자서도 걷기 힘들 정도가 되자 근육질의 체격이 투박한 남자가 등에 업고 차까지 옮겨주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박우진이라고 했다.
덧붙여서 또 한명의 키크고 날씬한 사람은 오지훈이라 했고. 나를 포함한 5명은 차를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죄송해요. 찬영씨네도 여행와서 즐기고 있는 중이었을텐데..."
아영이는 차가 출발하자마자 최찬영무리에게 사과를했다.
"하하.그런거에 신경쓰지마세요."
"맞아요. 어차피 우리들 할거없어서 빈둥대던 참이었죠. 마침 딱 아영씨가 전화한거고요."
"그러면 다행이고요"
아영이가 최찬영과 박우진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진수씨는 어쩌다 아픈거래요? 뭐를 잘못 먹으셨나."
오지훈이 운전을 하며 아영이에게 물었다.
"글쎄요. 저도 같은 음식을 먹어서..저는 괜찮고 진수만 이러는건 말이 안돼요. 음식때문은 아닌것같아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영이
"큰 병원으로 가고 있으니까 크게 걱정말아요.진찰도 잘 해줄거에요."
"그렇겠죠? "
나는 녀석들과 아영이의 대화를 들으며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모처럼 여행을 왔건만 아프다니. 나 자신이 한심하다.
아영이도 분명히 마음속으로는 실망하고 있을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나는 진찰을 받을수 있었고 진찰결과는 위염과 감기였다.
비행기에서 배가 아팠던것은 전조에 불과한거였다.의사는 약을먹고 2, 3일 푹 쉬라고 했다.
나는 여행기간동안 침대에 얌전히 있어야하는것인가.
하지만 진찰을 받고 약을 받으니 조금 편해진것같다.하여튼 병원에 데려다준 그녀석들에게 조금은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진수야. 진찰결과는? "
아영이가 걱정스럽게 물어오자 나는 아영이에게 진찰결과를 설명해주었고
"다행이다."
이내 안심한 표정이 되는 아영이었다.
이후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영이는 나에게 말을 건네지않았다.
다만 때때로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나는 느껴졌다. 아영이의 진실된 감정이.
아영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얼굴에 드러낸다. 아영이는 나를 걱정해주지만 한편으론 매우 실망하고 있다.
"모처럼 아영이랑 여행왔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버리냐고. 왜."
아영이는 속으로 실망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나에게 말하지않는다.
"미안해, 아영아"
숙소로 돌아와서 나는 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직도 두통은 있었다. 녀석들은 나를 위해 음료와 소화하기쉬운 음식들을 사다놓았다.
"아까는 고마웠다. 이제 가. 어서. "
나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녀석들은 떠날 생각을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도와준 사람에게 용무끝났다고 바로 가라고 하는것도 예의는 아니고.녀석들은 내가 자고 있는 방 옆방에서 지들끼리 담소를 나누고있다.
아영이도,
"진수야, 무슨일 있으면 불러. 나 옆방에 가 있을게. 아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라고 말하고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아영이가 그녀석들과 있는것이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아영이가, 내 옆에 있어도 즐겁지 않을 것이다.
"아영씨는 대학 어디다녀요? 진수랑 같은 학교? "
"아뇨. 진수랑은 대학은 달라요. 저는 k대학이라."
"헤에, 공부잘하셨나보네요. 어떻게 진수녀석이랑 만났어요? "
"아르바이트에서요."
"아,그렇구나. 진수, 그 녀석 운 좋네요. 아영씨같이 귀엽고 예쁜 분이랑 아르바이트에서 만나서 사귀고."
나는 몸이 안좋아 일찍 자야했지만 아영이가 녀석들과 무슨대화를 하는지 궁금해서 잠자는 것을 미루기로 했다.
녀석들의 큰소리와 가끔 들리는 아영이의 웃음.
왠지 옆 방은 상당히 고조되고 쾌활했다.
최찬영.박우진.오지훈.
이 세사람은 분명 여자들과 많이 놀아봐서 여자를 즐겁게 하는법을 알겠지.
낯을 가리는 여자도 이 세명과 대화하면 금세 자연스레 이 세명의 분위기에 동화될것이다.
아영이의 즐거워하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것이 그 증거다. 1시간 정도 되었을까.
아영이는 내가 누워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진수야. 자고 있어? "
"으음...아직."
"미안. 시끄러워서 잘 수없었지? "
"아냐. 괜찮아. 약때문인지 잠이 잘 안와서그래."
"그래. 몸은 괜찮고? "
나는 괜찮다고 말했고 손으로 아영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아영이는 뭔가 할 말이 더 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영아. 왜? 뭐 할 말있어? "
"으응..찬영씨네가 밤 드라이브가는데 같이가지않겠냐고해서."
"드라이브? 어디까지? "
"야경 예쁜데 볼 수 있는곳 있다고해서..."
아영이가 거기에 가고싶어하는건 표정으로 바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단 둘이 온 여행. 그런데 나는 아프다. 내 간병때문에 아영이가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묶어둘 이유가 없었다.
"다녀와.나는 상관말고."
"정말 괜찮아? "
"나는 자고있을게, 갔다와."
"정말로 가도돼? "
"어, 갔다와. 신경쓰지말고."
"으음..알았어. 다녀올게."
아영이도 환자인 남자친구를 두고 나가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나보다.
"이걸로 된거야. 아영이라도 즐겁다면. 컨디션관리를 잘못한 내가 잘못이지."
"아영아, 대신 너무 늦지는 마."
"응. 예쁜 야경사진 많이 찍어올게."
아영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나갔다.
아영이를 보냈지만 나 혼자 남게되자 불안하기 시작했다.
아영이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까. 유급도 당하고 여행와서도 이 모양.
나에게 호감이 떨어졌을까
나는 아영이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 아영이가 다른 남자에게로..계속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해진다.
아영이는 바람을 피울 여자가 아니다.
그 점을 걱정한것은 여태 한번도 없었고 아영이가 다른남자에게 마음을 주는것은 상상조차 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없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영이와 녀석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말 야경만 보러 간 것일까. 이런 생각을 시작하니 걱정이 늘어갔다.
그 때 내 휴대폰이 울렸다. 아영이였다.
「야경 굉장히 예쁘다. 우와 (^o^), 내일 진수 컨디션 괜찮아지면 둘이서 또 오고 싶다. (*o*)」
그리고 그 문자에는 아경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의 단순한 걱정이었구나.아영이의 문자를 읽고 조금 전까지의 불안이 사라지고 마음이 놓였다.
아영이는 여전히 나를 생각해주고 있구나, 아영이의 마음속엔 내가 있구나라고 안심했기 때문일까.
나는 아영이에게 야경 예쁘다라고 답장을 보내고는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무렵, 창밖을 보니 아직 밤이었다. 시계를보니 새벽 3시.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영이는 없었다.
아영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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