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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1 - 1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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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운전 : 1
< 교도소 화단 한켠에 야생초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 아무렴 어때.
- 날더러 뭐 하냐고 묻거든 저녁에 시간이 좀 되서 투잡 뛴다고 하지 뭐...
시계를 보니 열한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이시간 정도면 보통 연락이 올때가 됬는데....
책 한권 펴 놓고서 한 글짜 한글짜 깨물어 가면서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호주머니 속의 셀폰에 진동이 느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야생초 편지"
지난 6월에 한국으로 들어가버린,
유난히 키가 커서 왕년에 농구선수 아니었냐고 물으면,
농구는 아무나 하나요? 하며 베시시 웃어넘기던,
그 유학생 엄마가
마치 처녀때 찍은 사진 같은 그 하늘 하늘한 얼굴의 사진을
이 책에 책갈피처럼 끼워서 살짝 차에 놓아두고 갔다.
그날 그 녀는 그 책하고 그 사진을
내 가슴속에 묻어둔채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해서
- 잘 도착했어요. 고맙고 행복했어요.
-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요.
- 책 읽으면서 내 사진도 꼭 봐주세요.
그렇게 짤막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주 천천히
하루에 두어줄,
어쩔땐 그냥 몇 글짜만....
꼭꼭 씹어먹어 가면서 책을 읽어보고 있다.
사진은 그냥 거기 책갈피로 두고서....
- 여기 SPC 노래방요~
- 리치몬드 가신대요.
- 근데, 손님이 좀 많이 취하셨어요.
취한게 대수냐? 리치몬드면 200불은 받는데!
- 차는 어디 있죠?
- 바로 가게로 오세요.
- 차는 이모가 빼서 가게 앞으로 댈거예요.
- 오셔서 손님 좀 부축해 줘야 할것 같애요.
60이 넘어 보이는 손님은 꽤나 취해서
제 몸을 가누질 못하고 있었다.
하는수 없이 거의 업다시피 해서 가게를 나왔다.
마침 가게 이모라고 불리우는 여자가 차를 가게 앞에 바짝 주차했다.
- 조심히 다녀 오세요.
- 여기 주소 있구요. 그리고 수고비도 있어요.
가게 이모가 돈이 담긴 봉투를 내민다.
- 250불이예요.
- 50불은 또 뭐지?
- 손님이 차가 비싼 차라고 조심히 몰라고 신신당부하던걸요?
차라는게 굴러가라고 있는거지 뭐 달리 차 인가?
그러고 보니 차가 예사 차가 아니다.
- 이거 50불 더받아서는 안되겠는데?
- 어디 이런차 언제 한번 몰아 보기나 하겠어?
- 내가 돈주고 몰아봐야 하는것 같은데?
- 아무튼 조심히 잘 다녀 오세요.
가게 이모는 슬쩍 내 팔 안쪽을 쓰다듬으면서 베시시 웃는다.
웃는 모습이 꼭 그여자를 닮았다.
헤픈듯...... 아니...뭔가 조금 싸늘 하면서도....
눈빛은 정말 진지하게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 듯 하면서...
그 여자 웃는 모습이랑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 가게 이모가 내 팔 안쪽을 늘 습관처럼 만지작 거리는것을
나도 모르는 새 그냥 넘어가곤 한다.
집 주소를 보니 외곽지역인것 같다.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거리는 더 되도 시간상으로는 이렇게 가는게 빠르다.
손님은 완전히 코를 골고 잠에 빠져 들었다.
- 이런... 내려서 집에 밀어 넣기도 어렵겠네....
- 그래도 이 백 하고도 오십 불인데...
- 맨날 50불짜리가 고작인데 250불이면 대박이지!
도착한 집은
겉으로 언듯 보아서도
5천 스퀘어도 훨씬 더 되어 보인다.
벨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린다.
- 사장님께서 많이 취하셔서 좀 부축해야 될것 같습니다.
문을 열어준 젊은 여자는 뒤따라 나선다.
손님은 이미 축 늘어져서 꼼짝을 안한다.
흔들어 보지만 별 반응이 없다.
하는수 없이 일단 다리를 잡아 끌어 낸다.
얼추 몸뚱아리 절반이 자동차 밖으로 나오자
그냥 쌀가마니 둘어매듯 들쳐 매는수 밖에 없다.
술취한 사람은 술 무게까지 달고 다닌대나?
절반은 끄집어 내고 또 절반은 아예 들쳐 매고 겨우 일어 섰다.
그녀는 쌔끈 쌔끈 소리를 내면서 내 뒤에서 손님을 떠 받쳐 밀어 준다.
차에서 집까지 거리가 그리도 멀게 느껴 진다.
체중이 장난이 아니다.
뒤뚱 뒤뚱 겨우 겨우...
집안에 들어와서
소파에 내던지다시피 내려 놓으니
등에서 진땀이 쫘악 솟아난다.
- 어머..정말 애 쓰셨어요.
- 아뇨.. 별말씀을..
그제서야 가까이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그냥...첫눈에..
그 작은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손님을 들쳐 매면서
내 팔굼치에 와 닿은 그녀의 작은 가슴은
조그만 포도송이 꼭지마저도 겨우 매달려 있을것 같은
그런 작은 가슴이 내 팔굼치에 스쳤다.
그녀도 그걸 알아챘는지 순간 움칠하면서도
내 등에서 마악 밀려 떨어지려는 걸 부축하려면
그냥 그래도 있는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 팔굼치는 그 작은 젖가슴에
잠시나마 행복에 요동이라도 쳤을것 같다.
- 시원한 음료수라도 드릴까요?
- 아뇨..그냥 물 한잔만 주세요.
- 아.. 차갑게 해 놓은 녹차가 있어요.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냉장고 쪽으로 간다.
거실 안쪽으로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들어 온다.
피아노를 마주한 창에는 하늘색 커튼이 특이하다.
마치 한지를 접어서 만든듯한 모습이다.
- 피아노를 치시나 보죠?
- 아...네!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잘라 말하듯 짤막했다.
말투가 마치 차가운 녹차처럼 그렇게 차갑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괜한걸 물어본걸까?
- 잘 마셨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대문을 나서면서 셀폰을 꺼내 들었다.
- 배달완료. 연결 대기중!
- 어쩌죠? 거기가 좀 외진 곳이라 연결이 잘 안될것 같은데...
- 뭐~ 담배하나 피우면서 여기서 좀 기다리지 뭐~
- 알았어요. 빨랑 잡아서 연결할께요.
담배를 하나 꺼내 피워 물었다.
그리고 그냥 그 집 앞에 주저 앉았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담배 한대를 천천히 다 피웠으니
족히 한 오분은 지났을게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온다.
목덜미에 땅방울이 맺혔다가 흘러 내린다.
- 뭔가 연락이라도 올텐데.....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그 집 거실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고개는 한길가 쪽으로 향해서 살짝 곁눈으로 그 집을 보았다.
그녀는 창 옆에 있었다.
나를 그런 모습으로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언뜻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더니 문을 열고 나온다.
- 택시를 불러 드려요?
- 아뇨 괜찮습니다. 곧 데리러 올겁니다.
- 네... 밖이 후덥지근 할텐데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시죠.
- 네?
- 집안이 시원하니까요...
- 아~ 네. 네 감사합니다.
그녀의 뒷 자태가 참 아름다웠다.
그녀를 뒤따라서 집으로 들어 서면서
참 뒷모습이 예쁜 여자로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피아노가 거실 안쪽으로 자리잡고 있구나.
거실 소파에서는 그녀의 피아노 치는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어 있었다.
- 밤이 늦었는데.. 사장님을 어디로 모셔드릴까요?
- 아.. 그냥 거기 소파에 두세요.
- 그냥 그대로 주무시는게 더 나을거예요.
분위기가 서먹했다.
참나...
- 뭘 좀 드릴까요?
- 예! 아까 마시던 녹차 시원한거 남았으면 좀 더...
- 네, 그러죠.
그녀는 다시 총총 걸음으로 냉장고 쪽으로 간다.
참 뒷모습이 예쁘다.
잘록한 허리 하며..
조금 빈약한 듯한 히프 곡선은 아담하게 드러나고
그리고 미끈한 다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뒷모습.
그런데 왠지 가냘퍼 보이는 모습 때문에
저여자 애나 제대로 낳을려나?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아서라.
남 마누라 애 낳는것 까지 걱정 땡겨서 하냐?
- 코냑을 조금 넣었어요.
- 찬 녹차와 잘 어울린대요.
- 그래요?
한동안 말없이 홀짝 홀짝 차를 마셨다.
코냑을 넣어선지 향이 아주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따끈한 정종을 마시는 느낌마저 들었다.
- 잠이 안올때는 종종 그렇게 해서 마시곤 했죠.
그녀는 무슨 말을 할 듯 하다가 말았다.
뭔가 말하려는 듯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 두분이서만 여기서 사세요?
- 네.
- 이렇게 큰 집에 두분만 사시면 너무 허전하시겠네요.
- 그렇긴 해요.
또 한참 시간이 흘렀다.
- 대리운전 오래 하셨어요?
- 아뇨. 두어달 됩니다.
- 낮에는 뭐 하세요?
- 예... 그게! 저..
- 그냥 세일즈 하고 있습니다.
세일즈는 무슨 세일즈?
절반이 백수에 절반은 배달 일이지 뭐~
- 어떤 세일즈 하세요?
- 네.. 여러가지 팔고 다닙니다. 세일즈라는게 다 그렇죠.
사실 여러가지 팔고다니지~
이 몸뚱아리 팔아가면서 살지...안그런가?
- 낮에도 대리 운전 해 주시나요?
- 낮에는 뭐 거의 없죠.
- 사실 낮에 제가 좀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 제가 운전이 좀 서툴러서 종종 대리운전이 필요하거든요.
- 아! 그러십니까? 뭐 시간만 된다면 해드리지요.
- 대신 미리 연락을 주십시요.
- 그러죠.
- 연락처좀 주세요.
셀폰 번호를 불러 주었다.
번호를 받아 적은 그녀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또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셀폰이 흔들렸다.
- 뭐해요?
- 어? 이게 누구예요?
- 연결이 안된다고 연락이 와서 제가 직접 데리러 왔어요.
가게 이모가 소리친다.
- 빨랑 나와요.
- 거기 안에 있으면 어떻게해요?
- 연결편이 온 모양이죠?
-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요.
순간...
짤막하게나마
그 가슴 작은 여자와의 먼길 데이트를 상상해 보면서...
대문을 나서는데...
- 잠깐만요..
- 저기... 낮에 아무때나 시간이 되세요?
- 네..하루 전에만 미리 연락을 주십시요.
뭐이가 하루 전이야?
바로 전화하면 즉시로 날라가지 뭘!
- 사모님이 미인이셔서 특별히 잘 모시겠습니다. 허허.
그녀는 눈을 사알짝 흘긴다.
이쁘다.
아!
흘기는 그 눈이 정말 이쁘다~
코냑을 탄 녹차를 마신 탓인지 졸음이 밀려 왔다.
- 그동안 그 집안에서 뭐 한거예요?
가게 이모는 마치 지가 내 애인이라도 되는양 다그친다.
오늘따라 괜히 목소리를 높이고 난리다.
- 덥다고 시원한 녹차 한잔 주길래 마셨지.
- 차만 마셨어요?
- 그럼 차만 마셨지 뭘 더해?
- 참나...무슨 생각 하는 거야?
가게 이모는 악셀을 붕~ 밟는다.
거 참 이상하게 과민 반응이네...
깜박 졸았나보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언듯 깼다.
- 다 왔어요. 내려요.
- 모셔온 값 안내요?
- 얼마 드릴깝쇼?
- 맥주 한병 사요.
- 한병으로 되겠습니까요?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가게 이모는 차 문을 닫으면서 피식 웃는다.
- 그럼 오늘 나랑 연해 한번 할래요?
캐나다 어느 산골 마을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입니다.
그냥 생각 부스러기들을 모아서 옮겨 보았습니다.
나에게 "야생초 편지"라는 책을 주고 한국으로 돌아간 그 유학생 엄마
이혼 하고 언니네 노래방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며 사는 가게 이모
그리고 리치몬드에 사는 그 가슴 작은 여자.
제 주변에는 이들과의 이야기를 들여줄 만한
원색적이면서도 슬픈 소설 줄거리가 스토리로 좀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조금씩 풀어 보겠습니다.
꾸벅!
< 교도소 화단 한켠에 야생초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 아무렴 어때.
- 날더러 뭐 하냐고 묻거든 저녁에 시간이 좀 되서 투잡 뛴다고 하지 뭐...
시계를 보니 열한시가 다 되어가고 있다.
이시간 정도면 보통 연락이 올때가 됬는데....
책 한권 펴 놓고서 한 글짜 한글짜 깨물어 가면서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호주머니 속의 셀폰에 진동이 느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야생초 편지"
지난 6월에 한국으로 들어가버린,
유난히 키가 커서 왕년에 농구선수 아니었냐고 물으면,
농구는 아무나 하나요? 하며 베시시 웃어넘기던,
그 유학생 엄마가
마치 처녀때 찍은 사진 같은 그 하늘 하늘한 얼굴의 사진을
이 책에 책갈피처럼 끼워서 살짝 차에 놓아두고 갔다.
그날 그 녀는 그 책하고 그 사진을
내 가슴속에 묻어둔채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해서
- 잘 도착했어요. 고맙고 행복했어요.
-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요.
- 책 읽으면서 내 사진도 꼭 봐주세요.
그렇게 짤막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주 천천히
하루에 두어줄,
어쩔땐 그냥 몇 글짜만....
꼭꼭 씹어먹어 가면서 책을 읽어보고 있다.
사진은 그냥 거기 책갈피로 두고서....
- 여기 SPC 노래방요~
- 리치몬드 가신대요.
- 근데, 손님이 좀 많이 취하셨어요.
취한게 대수냐? 리치몬드면 200불은 받는데!
- 차는 어디 있죠?
- 바로 가게로 오세요.
- 차는 이모가 빼서 가게 앞으로 댈거예요.
- 오셔서 손님 좀 부축해 줘야 할것 같애요.
60이 넘어 보이는 손님은 꽤나 취해서
제 몸을 가누질 못하고 있었다.
하는수 없이 거의 업다시피 해서 가게를 나왔다.
마침 가게 이모라고 불리우는 여자가 차를 가게 앞에 바짝 주차했다.
- 조심히 다녀 오세요.
- 여기 주소 있구요. 그리고 수고비도 있어요.
가게 이모가 돈이 담긴 봉투를 내민다.
- 250불이예요.
- 50불은 또 뭐지?
- 손님이 차가 비싼 차라고 조심히 몰라고 신신당부하던걸요?
차라는게 굴러가라고 있는거지 뭐 달리 차 인가?
그러고 보니 차가 예사 차가 아니다.
- 이거 50불 더받아서는 안되겠는데?
- 어디 이런차 언제 한번 몰아 보기나 하겠어?
- 내가 돈주고 몰아봐야 하는것 같은데?
- 아무튼 조심히 잘 다녀 오세요.
가게 이모는 슬쩍 내 팔 안쪽을 쓰다듬으면서 베시시 웃는다.
웃는 모습이 꼭 그여자를 닮았다.
헤픈듯...... 아니...뭔가 조금 싸늘 하면서도....
눈빛은 정말 진지하게 뭔가 할 이야기가 있는 듯 하면서...
그 여자 웃는 모습이랑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 가게 이모가 내 팔 안쪽을 늘 습관처럼 만지작 거리는것을
나도 모르는 새 그냥 넘어가곤 한다.
집 주소를 보니 외곽지역인것 같다.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다.
거리는 더 되도 시간상으로는 이렇게 가는게 빠르다.
손님은 완전히 코를 골고 잠에 빠져 들었다.
- 이런... 내려서 집에 밀어 넣기도 어렵겠네....
- 그래도 이 백 하고도 오십 불인데...
- 맨날 50불짜리가 고작인데 250불이면 대박이지!
도착한 집은
겉으로 언듯 보아서도
5천 스퀘어도 훨씬 더 되어 보인다.
벨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린다.
- 사장님께서 많이 취하셔서 좀 부축해야 될것 같습니다.
문을 열어준 젊은 여자는 뒤따라 나선다.
손님은 이미 축 늘어져서 꼼짝을 안한다.
흔들어 보지만 별 반응이 없다.
하는수 없이 일단 다리를 잡아 끌어 낸다.
얼추 몸뚱아리 절반이 자동차 밖으로 나오자
그냥 쌀가마니 둘어매듯 들쳐 매는수 밖에 없다.
술취한 사람은 술 무게까지 달고 다닌대나?
절반은 끄집어 내고 또 절반은 아예 들쳐 매고 겨우 일어 섰다.
그녀는 쌔끈 쌔끈 소리를 내면서 내 뒤에서 손님을 떠 받쳐 밀어 준다.
차에서 집까지 거리가 그리도 멀게 느껴 진다.
체중이 장난이 아니다.
뒤뚱 뒤뚱 겨우 겨우...
집안에 들어와서
소파에 내던지다시피 내려 놓으니
등에서 진땀이 쫘악 솟아난다.
- 어머..정말 애 쓰셨어요.
- 아뇨.. 별말씀을..
그제서야 가까이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그냥...첫눈에..
그 작은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손님을 들쳐 매면서
내 팔굼치에 와 닿은 그녀의 작은 가슴은
조그만 포도송이 꼭지마저도 겨우 매달려 있을것 같은
그런 작은 가슴이 내 팔굼치에 스쳤다.
그녀도 그걸 알아챘는지 순간 움칠하면서도
내 등에서 마악 밀려 떨어지려는 걸 부축하려면
그냥 그래도 있는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 팔굼치는 그 작은 젖가슴에
잠시나마 행복에 요동이라도 쳤을것 같다.
- 시원한 음료수라도 드릴까요?
- 아뇨..그냥 물 한잔만 주세요.
- 아.. 차갑게 해 놓은 녹차가 있어요.
그녀는 종종 걸음으로 냉장고 쪽으로 간다.
거실 안쪽으로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들어 온다.
피아노를 마주한 창에는 하늘색 커튼이 특이하다.
마치 한지를 접어서 만든듯한 모습이다.
- 피아노를 치시나 보죠?
- 아...네!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잘라 말하듯 짤막했다.
말투가 마치 차가운 녹차처럼 그렇게 차갑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괜한걸 물어본걸까?
- 잘 마셨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대문을 나서면서 셀폰을 꺼내 들었다.
- 배달완료. 연결 대기중!
- 어쩌죠? 거기가 좀 외진 곳이라 연결이 잘 안될것 같은데...
- 뭐~ 담배하나 피우면서 여기서 좀 기다리지 뭐~
- 알았어요. 빨랑 잡아서 연결할께요.
담배를 하나 꺼내 피워 물었다.
그리고 그냥 그 집 앞에 주저 앉았다.
몇분이나 지났을까?
담배 한대를 천천히 다 피웠으니
족히 한 오분은 지났을게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온다.
목덜미에 땅방울이 맺혔다가 흘러 내린다.
- 뭔가 연락이라도 올텐데.....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그 집 거실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고개는 한길가 쪽으로 향해서 살짝 곁눈으로 그 집을 보았다.
그녀는 창 옆에 있었다.
나를 그런 모습으로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언뜻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더니 문을 열고 나온다.
- 택시를 불러 드려요?
- 아뇨 괜찮습니다. 곧 데리러 올겁니다.
- 네... 밖이 후덥지근 할텐데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시죠.
- 네?
- 집안이 시원하니까요...
- 아~ 네. 네 감사합니다.
그녀의 뒷 자태가 참 아름다웠다.
그녀를 뒤따라서 집으로 들어 서면서
참 뒷모습이 예쁜 여자로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피아노가 거실 안쪽으로 자리잡고 있구나.
거실 소파에서는 그녀의 피아노 치는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어 있었다.
- 밤이 늦었는데.. 사장님을 어디로 모셔드릴까요?
- 아.. 그냥 거기 소파에 두세요.
- 그냥 그대로 주무시는게 더 나을거예요.
분위기가 서먹했다.
참나...
- 뭘 좀 드릴까요?
- 예! 아까 마시던 녹차 시원한거 남았으면 좀 더...
- 네, 그러죠.
그녀는 다시 총총 걸음으로 냉장고 쪽으로 간다.
참 뒷모습이 예쁘다.
잘록한 허리 하며..
조금 빈약한 듯한 히프 곡선은 아담하게 드러나고
그리고 미끈한 다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뒷모습.
그런데 왠지 가냘퍼 보이는 모습 때문에
저여자 애나 제대로 낳을려나?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아서라.
남 마누라 애 낳는것 까지 걱정 땡겨서 하냐?
- 코냑을 조금 넣었어요.
- 찬 녹차와 잘 어울린대요.
- 그래요?
한동안 말없이 홀짝 홀짝 차를 마셨다.
코냑을 넣어선지 향이 아주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따끈한 정종을 마시는 느낌마저 들었다.
- 잠이 안올때는 종종 그렇게 해서 마시곤 했죠.
그녀는 무슨 말을 할 듯 하다가 말았다.
뭔가 말하려는 듯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 두분이서만 여기서 사세요?
- 네.
- 이렇게 큰 집에 두분만 사시면 너무 허전하시겠네요.
- 그렇긴 해요.
또 한참 시간이 흘렀다.
- 대리운전 오래 하셨어요?
- 아뇨. 두어달 됩니다.
- 낮에는 뭐 하세요?
- 예... 그게! 저..
- 그냥 세일즈 하고 있습니다.
세일즈는 무슨 세일즈?
절반이 백수에 절반은 배달 일이지 뭐~
- 어떤 세일즈 하세요?
- 네.. 여러가지 팔고 다닙니다. 세일즈라는게 다 그렇죠.
사실 여러가지 팔고다니지~
이 몸뚱아리 팔아가면서 살지...안그런가?
- 낮에도 대리 운전 해 주시나요?
- 낮에는 뭐 거의 없죠.
- 사실 낮에 제가 좀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 제가 운전이 좀 서툴러서 종종 대리운전이 필요하거든요.
- 아! 그러십니까? 뭐 시간만 된다면 해드리지요.
- 대신 미리 연락을 주십시요.
- 그러죠.
- 연락처좀 주세요.
셀폰 번호를 불러 주었다.
번호를 받아 적은 그녀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또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셀폰이 흔들렸다.
- 뭐해요?
- 어? 이게 누구예요?
- 연결이 안된다고 연락이 와서 제가 직접 데리러 왔어요.
가게 이모가 소리친다.
- 빨랑 나와요.
- 거기 안에 있으면 어떻게해요?
- 연결편이 온 모양이죠?
-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필요하시면 연락 주십시요.
순간...
짤막하게나마
그 가슴 작은 여자와의 먼길 데이트를 상상해 보면서...
대문을 나서는데...
- 잠깐만요..
- 저기... 낮에 아무때나 시간이 되세요?
- 네..하루 전에만 미리 연락을 주십시요.
뭐이가 하루 전이야?
바로 전화하면 즉시로 날라가지 뭘!
- 사모님이 미인이셔서 특별히 잘 모시겠습니다. 허허.
그녀는 눈을 사알짝 흘긴다.
이쁘다.
아!
흘기는 그 눈이 정말 이쁘다~
코냑을 탄 녹차를 마신 탓인지 졸음이 밀려 왔다.
- 그동안 그 집안에서 뭐 한거예요?
가게 이모는 마치 지가 내 애인이라도 되는양 다그친다.
오늘따라 괜히 목소리를 높이고 난리다.
- 덥다고 시원한 녹차 한잔 주길래 마셨지.
- 차만 마셨어요?
- 그럼 차만 마셨지 뭘 더해?
- 참나...무슨 생각 하는 거야?
가게 이모는 악셀을 붕~ 밟는다.
거 참 이상하게 과민 반응이네...
깜박 졸았나보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언듯 깼다.
- 다 왔어요. 내려요.
- 모셔온 값 안내요?
- 얼마 드릴깝쇼?
- 맥주 한병 사요.
- 한병으로 되겠습니까요?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가게 이모는 차 문을 닫으면서 피식 웃는다.
- 그럼 오늘 나랑 연해 한번 할래요?
캐나다 어느 산골 마을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입니다.
그냥 생각 부스러기들을 모아서 옮겨 보았습니다.
나에게 "야생초 편지"라는 책을 주고 한국으로 돌아간 그 유학생 엄마
이혼 하고 언니네 노래방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며 사는 가게 이모
그리고 리치몬드에 사는 그 가슴 작은 여자.
제 주변에는 이들과의 이야기를 들여줄 만한
원색적이면서도 슬픈 소설 줄거리가 스토리로 좀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조금씩 풀어 보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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