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밤 -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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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한 새색시처럼 닫혀있던 민혜의 보지구멍을 창녀의 그것처럼 활짝 양손으로 벌린 늑대는 거침없이 혓바닥을 놀려댔다.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처녀의 보지 냄새가 시큰하게 코를
찔렀다.
"하악... 어떡해 언니... 나... 나... 너무 싫어................"
이제까지 소중하게 지켜왔던 자신의 중요 부위가 사랑하지도 않는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무력하게 농락당하는게 죽을 만큼 싫은 민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언니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언니가 오기전에 이 남자와의 관계를 끝내고만 싶은 민혜였다.
"후후... 아주 꿀 맛이네... 크크큭....................."
침대에서 시간을 더 끄는게 부담스러워진 늑대는, 민혜의 보지에서 입을 떼고는 칼을 꺼내 들었다. 그녀를 안전지대인 비닐 위로 데리고 가기 전 작업이었다.
"처녀라서 내가 특별히 봐줄게.................."
늑대의 칼이 민혜의 새하얀 목덜미를 향했다.
"시키는대로만 하면 다치지는 않을거야... 알았지?................."
언제나 그렇듯 날카로운 칼날이 목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고개를 가로 젓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민혜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하고.............."
민혜의 입에서 테이프가 떼어졌다.
"푸하.................."
그제서야 크게 한 번 숨을 쉬어보는 그녀였다. 민혜의 손목을 묶었던 밧줄을 끊은 늑대는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손 뒤로.................."
기계적인 늑대의 명령에 기계적으로 민혜는 따랐다. 잠시 후 손이 뒤로 묶인채 거실로 향하는 민혜는 바닥에 깔린 비닐을 보며 그 곳이 자신이 처절하게 능욕당할 곳 임을 직감했다.
몇 시나 됐을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비닐 중앙으로 가는 동안에도 지혜는 오직 언니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그녀는 그저 최대한 빨리 이 모든
일들을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어디... 처녀 입보지는 어떤지 한 번 볼까?.................."
새로운 경험에 흥분이 되는지 늑대는 아주 천박한 말을 뱉어내면서 바지 지퍼를 내렸다. 무릎이 꿇려진 민혜의 눈앞에 실제로는 처음보는 남자의 흉물이 떡하니 드러났다. 처음 맡는
알싸하면서도 독한 그 향기에 민혜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크크크크...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그런 민혜의 반응이 귀여운지 킥킥대며 늑대가 그녀의 머리를 왼손으로 쥐어잡았다.
"학................."
머리채가 당겨지며 민혜의 턱이 들렸다.
"어떻게 하는지 알지?............"
오른손으로 민혜의 목에 칼을 들이대었다.
"아..............."
따라하라는 듯 늑대는 입을 벌렸다.
"아... 아.................."
민혜의 조그만 입술이 벌어졌다.
"옳지... 옳지... 좀 만 더 크게..............."
민혜가 입술을 충분히 크게 벌리자 그 깨끗한 입속으로 늑대가 자지를 집어넣었다.
"푸후?................"
입안에 자지를 처음 넣어보는 민혜는 어찌할 줄 모르고 이빨을 세웠다.
"안돼... 안돼... 이빨세우지 말고... 입술을 살짝 오므리면서.................."
민혜의 머리채를 잡은 왼손에 힘이 가해졌다.
"커어억... 푸?................."
민혜는 늑대가 시키는대로 입술을 오므렸다.
"크크크크... 훨씬 낫네................."
조금 만족했는지 늑대는 천천히 민혜의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단단하게 달아오른 늑대의 자지가 비릿한 짠맛을 내며 민혜의 입안을 쑤셔댔다.
"어때?... 맛있지?... 응?.................."
축축하면서도 따뜻하게 자지를 물어대며 감싸주는 민혜의 입보지에 늑대는 조금씩 기분이 올랐다. 누가 뭐래도 여자의 첫상대가 된다는 건, 분명 남자를 극도로 흥분시키는 상황이었다.
"푸?... 커헉................."
익숙하지 않은 호흡에 아주 괴로워하면서도 민혜는 암컷의 본능대로 오럴섹스를 해 나갔다. 적극적인 허리놀림을 통해서 조금씩 나아지는 민혜의 오물거림을 느끼며 늑대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늑대의 정장 재킷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민혜는 힐끔 그 곳을 쳐다봤다. 지갑 재킷 안주머니위로 늑대의 지갑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다시한번 힐끔 확인한 지갑에는
명함인지 뭔지 모를 종이 한장이 아주 약간이지만 순간적으로 빼낼수는 있을 정도로 나와있었다. 양손으로 민혜의 머리를 잡은 늑대는 지갑에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진 그녀의 목 젖
근처까지 자신의 자지를 밀어넣었다.
"커허헙......................"
갑작스런 깊은 공격에 민혜는 치욕스럽게도 콧물을 살짝 흘려 늑대의 자지털을 적셨다.
"괜찮아... 괜찮아... 이대로 혀를 굴리는 거야...................."
민혜의 머리를 꽉 잡은채 늑대는 빙글빙글 허리와 자지를 돌려댔다. 민혜의 순수한 혓바닥이 늑대의 자지에 비벼지는 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왔다. 제대로 된 키스마저 해본적이 없는
그 맑고 깨끗한 입술과 혀가 역겹고 냄새나는 자지에 유린당하고 더럽혀지고 있다는 사실에 민혜는 처참했다. 하지만 그 처참함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푸하아...................."
늑대가 머리를 놓아주자 그제서야 민혜는 고개를 떨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침과 콧물이 뒤섞여 비닐 위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굴욕적이기만 했다.
"엎드려... 개통식해야지... 후후후................"
알몸인 상태로 자지에 콘돔을 씌우며 늑대가 명령했다. 여자로서의 자존감따위는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표현에 당장이라도 죽고 싶을만큼 수치스러웠지만 민혜는 이를 악물며 엎드렸다.
처분을 기다리며 높이 들어올린 그녀의 뽀얀 엉덩이는 언니를 위한 동생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후후... 이렇게 보니까... 생각보다 예쁜데?..................."
여체의 굴곡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암컷의 자세에 매료된 늑대였다.
"카악... 퉤................."
민혜가 들으라는 듯이 거칠게 손가락에 침을 뱉은 늑대는 그것을 그대로 곧 범해질 그녀의 보지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악................."
마치 넌 지금 인간이 아니라 그냥 섹스용 도구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는듯한 그 굴욕적인 행위에 민혜의 가슴이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렸다. 조금이라도 더 여흥을 즐기고 싶었는지 늑대는
진하게 드러난 민혜의 엉덩이골에 자지를 쳐댔다.
"어때?... 기대되지?... 막 먹고 싶지?... 응?........................"
살살 약을 올리며 시간을 끄는 늑대의 행위에 살짝 약이올랐다.
"네... 빠... 빨리 먹고 싶어요..................."
민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치욕스런 발언을 내뱉었다.
"크크크크크..................."
잔인한 웃음소리와 함께 늑대의 자지가 마침내 민혜의 보짓살을 쑤셔 들어갔다.
"아하악... !..................."
생살을 불도장으로 지지는듯한 아득한 고통에 민혜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자 늑대가 황급히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쉿!... 조용히 하라니까.................."
처녀를 점령한 늑대의 자랑스런 자지가 위풍당당하게 좆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후웁... 우?................"
늑대의 손에 막혀 신음조차 내뱉지 못하는 민혜는 처녀성을 능욕당하는 가련한 고통을 속으로 삭여야만 했다. 처녀답게 앙탈을 부리면서 꽉꽉 조여무는 민혜의 질벽을 늑대의 자지는
다른 때 보다 힘겹게 공략해나갔고 그래도 조금씩 질척이는 민혜의 보지에서는 보짓물이 섞인 피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후후후... 이게 처녀보지구나?... 크크크... 피냄새가 아주 좋은데?....................."
고통과 수치심에 축 늘어져가는 민혜에게 끊임없이 치욕을 속삭여대며 늑대는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조금씩 거칠어지는 늑대의 좆질에 민혜의 풋사과같은 엉덩이가 탱글거리며
철퍽댔다.
"하아... 하아......................"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리는 자신의 선홍빛 처녀성을 느끼며 민혜는 점점 소리지를 힘도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기를 잃어가는 주인과는 달리, 민혜의 보지만은 처음 맛본 자지를
뼈속깊이 각인시키겠다는 듯 더욱더 찰지게 오물거리며 늑대의 자지를 만족시켜주고 있었다. 조금씩 더 음탕해지는 민혜의 보짓살에 맞춰 그녀의 엉덩이가 리드미컬하게 흔들렸다.
"크크큭... 너도 좋아... 죽겠지?................."
그런 민혜의 뒷태를 내려다보면서 늑대는 갑자기 허리 춤을 멈췄다. 그 누가 가르쳐준 적도 딱히 늑대가 뭐라 말하지도 않았지만 민혜는 암컷의 감각으로 자신이 어떡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민혜는 엉덩이를 놀려대며 스스로 요분질을 쳐대기 시작했다. 자신의 처녀를 강제로 빼앗은 이 더러운 인간의 자지를 스스로 먹어가며 만족시켜주고 있는 자신의 신세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그저 늑대의 욕망을 해결시켜주기 위한 육변기에 불과했다. 질척이며 요분질치는 민혜의 보지맛을
만끽하며 늑대는 다시금 그녀의 엉덩이를 꽉 잡아쥐었다. 수컷의 위엄을 보이듯 자지로 찔러대었다.
"후우... 아주 그냥 명기네... 명기야.................."
민혜의 엉덩이를 타고노는 늑대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늑대의 자지 움직임에 맞춰 보짓살이 들락날락하며 애액을 토해내는 민혜는 어서 이 악몽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지막 흥을 돋우어 올리려는 듯, 늑대는 민혜의 애처롭게 흔들대는 엉덩이를 찰지게 때려대며 좆질에 스퍼트를 올렸다.
"후우... 씨발년... 이제 넌 내거야... 후우................."
늑대는 과격하게 민혜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며 바닥에 떨궈진 그녀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하악........................"
아주 힘겹게 팔로 몸을 지탱하는 민혜의 가슴이 처량하게 출렁댔다. 거친 좆질에 일그러지는 민혜의 엉덩이살 그 바로 밑에 자리잡은 여린 보짓살 깊숙히 늑대의 흉폭한 자지가 마지막
침공을 이뤄냈다.
"아하아악...!....................."
꼬리뼈를 지나 척추까지 전해져오는 짜릿한 고통에 민혜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처녀를 점령했다는 자랑스러움에 늑대의 자지는 여느때보다도 더 길고 끈적하게 정액을 토해냈다.
"후우... 크크큭... 정말 재밌단 말이야... 후후후......................"
그 어떤 놀이보다도 재밌는 섹스의 여운이 진하게 남는지 늑대는 민혜의 엉덩이를 꽉 잡고는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아.................."
반쯤 정신을 잃었다가 서서히 회복하려는 민혜의 입에서는 연신 얕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제서야 민혜의 처녀였던 보지에서 자지를 꺼낸 늑대는 기념이라는 듯 그녀에게서 벗겼던
귀여운 헬로키티 팬티로 그녀의 피묻은 보지를 닦아냈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인 늑대였다.
"킥킥... 이제 다 끝났으니... 깨끗하게 씻어야지?..................."
능글거리며 명령했다. 힘없이 축 늘어진 몸을 일으켜 세운 민혜는 몇 걸음 걷는가 싶더니 그대로 털썩 주저 앉았다.
"크크크큭... 왜?... 다리에 힘이 풀려?... 크크크큭...................."
그 정도로 여자를 까무러치게 만든 자신의 정력이 내심 자랑스러운지 팬티를 찾아 입으며 늑대가 웃어댔다. 하지만 그 순간 민혜는 늑대의 정장 재킷 안주머니에 삐져나온 지갑에서
뭔지 모를 명함크기의 종이를 꺼내고 있었다. 아까부터 노리고 있던 그것을 손에 넣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시 일어나면서 민혜는 그 종이를 든 손으로 꾸깃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생각대로 늑대는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욕실로 향한 민혜는 수건을 꺼내려는 듯 자연스레 선반을 열어 마지막 수건 아래 깔아 넣었다. 물론 그녀는 그 종이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보름날이 깊어지고 있었다.
"아... 이 가격에 이정도 아파트 요즘 구하기 힘들어요... 이번 달 안으로 결정보시고 계약하시죠................"
사람좋아 보이는 복덩방 아저씨의 말이 귓가에 자꾸 맴돌았다. 이제 나도 아니 우리도 우리 집이 생기는 것이다. 민혜한테 어떻게 알려주지? 어떻게 해야 민혜가 더 기뻐하고 놀랄지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세린이었다. 그런 세린의 즐거운 상상을 깨치고 전화벨이 울렸다. 가게 마담언니였다. 속으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세린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대답하기가 무섭게 마담언니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아니... 오늘은 좀 피곤하다니까요... 아... 걱정마세요... 어디 도망 안가니까... 저... 집 다 왔어요... 내일 가게에서 이야기해요..............."
세린은 급하게 스마트폰을 바지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열쇠를 꺼냈다.
"민혜야... 언니왔다........................."
인사를 하며 현관문을 들어선 그녀는 오렌지색 센서등 불빛에 의지하며 거실등 스위치를 찾아 올렸다.
"벌써... 자는 거야?... 언니가 치킨 사왔..............."
세린의 손에 들려있던 봉투가 그대로 낙하했다.
"민혜야!...................."
그녀는 그대로 거실 중앙으로 내달렸다.
"민혜야!... 민혜야!......................"
알몸의 동생을 끌어안자 한껏 벌어진 목의 상처에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갑자기 피냄새가 확 올라왔다.
"아악!...................."
본능적으로 동생에게서 떨어진 세린은 온몸이 부들 부들 떨려왔다.
"겨... 경찰... 겨... 경찰..................."
아주 잠깐 멍했었던 그녀는 이내 정신을 고쳐잡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액정에 찍히는 붉은 지문이 조금씩 맺히는 세린의 눈물 방울에 아스라졌다. 대체 이게 무슨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지독한 악몽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근데... 여기는 지난 두번의 사건현장과는 좀 많이 떨어져 있지 않나요?................."
천천히 골목길을 운전하는 도철이 물었다.
"첫번째랑 두번째는 뭐... 가까웠냐.................."
강형사는 도철이 답답하다는 듯 대답했다. 분명 놈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같은 장소 혹은 비슷한 장소보다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날 확률이 더 높아 보였다. 10년 정도 짠밥을 날로
먹은게 아니라는 자신감이 강형사에게는 있었다.
"어제... 오늘 보름달이 환한게 뭔가 좀 꺼림칙하네요..................."
잠시 조용했던 도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건도 말 탄다... 입 조심 해라...................."
창밖으로 주변을 살피며 강형사가 조용히 꾸짖었다. 30분째 돌고 있지만 워낙에 조용한 동네라 그런지 별다른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어제도 한시간을 그냥 공쳤는데 오늘이라고 딱히
뭐가 나오겠냐 싶기도 했다.
"야... 차 돌려라... 00동이나 한 번 더 가보자......................."
"네... 선배님....................."
도철이 차를 돌리는 그 순간이였다.
"아악!......................"
희미하게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강형사와 도철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너도 들었지?................"
"서... 선배님도 들으셨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에서 뛰쳐내린 두 사람은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 넌... 저쪽으로 돌아 들어가...................."
양갈래 길에서 강형사는 도철을 한쪽으로 보냈다. 너 이새끼 딱 걸렸다. 강형사는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다.
"흐흐흑.... 어떡해... 어떡해................."
뭐라 말했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정신없이 신고를 마친 세린은 조금씩 정신을 차려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양손과 옷이 피범벅이 된채 그녀는 민혜를 끌어안았다.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동생이 느껴지자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구니?... 응?... 누구야... 민혜야... 흑흑흑...................."
민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안쓰러운 그 볼을 쓰다듬으며 세린은 조금씩 마음을 진정시켜갔다. 동생을 원래대로 눕힌 세린은 일단 손부터 씻기로 했다. 세수라도 하면 좀 더 정신이
맑아질까 싶기도 한 그녀였다. 차갑게 쏟아지는 수돗물에 동생의 흔적들이 쓸려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벌겋게 회오리치며 빨려들어가는 그 모습이 어지러웠다.
"어푸푸푸............................."
보란듯이 세차게 세수를 한 그녀는 세면대에 비친 자기 얼굴을 잠시 바라본 후 선반을 열어 수건을 하나 집었다. 바로 그 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강형사가 뛰쳐 들어왔다.
"아악!......................."
깜짝 놀란 세린은 수건뭉치를 엎어뜨리며 털썩 욕실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괜찮으세요?..................."
욕실로 들어온 강형사가 세린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려 했다.
"악!... 누... 누구세요.........................."
여전히 겁에 질린 세린은 강형사에게서 떨어졌다.
"아... 경찰입니다... 근처... 순찰 돌다가 비명소리가 나서....................."
강형사는 잽싸게 자신의 경찰신분증으로 보여주었다.
"아... 네........................."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되는 듯 세린은 일어서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거실에 계신 분이................."
"제... 제... 동생이에요................"
강형사는 세린의 대답을 수첩에 적어내려갔다.
"경찰에 신고는 하셨나요?.................."
"네... 방금..................."
"저... 혹시......................"
강형사가 무언가 더 물으려했다.
"허억... 허억.... 선배님...................."
숨을 헉헉대며 도철이 들어왔다.
"아... 잠시만요..................."
강형사는 거실에서 도철과 마주했다.
"오면서 어디 수상한 사람 없었어?....................."
"허억... 어... 없어요... 허억..........................."
강형사와 도철이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세린은 바닥에 떨어진 수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잔뜩 구겨진 명함 크기의 종이를 하나 발견했다. 조심 조심
펴본 그것은 쿠폰이었다. 열 번 찍으면 한 번 무료인 그 쿠폰엔 도장이 네 개 찍혀 있었다. 그냥 흰 종이에 업소의 위치나 전화번호도 적혀있지 않은 간단하다 못해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쿠폰에 세린은 마음이 끌렸다. 자매로서의 감 같은게 있는건지 분명 뭔가 민혜가 남긴 메시지일 거란 느낌을 세린은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대로 세린은 조심스레 그 쿠폰을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어쩐지... 어제 보름달이 유난히 밝다 했다................"
욕실에서의 상황은 전혀 모른채 강형사는 몸을 굽혀 거실 바닥을 살펴보았다. 피 냄새가 끈적거렸다.
"이새끼 멀리 못 갔어... 야... 도철아... 일단 서에 지원 요청부터 해라........................."
"네... 선배님......................."
남자의 말에 도철은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중지 끝에서 끈적거리는 피를 엄지로 비벼대며 강형사는 눈도 못감은 민혜의 시신 이마와 양손바닥에 새겨진 십자 모양의 칼자국을
확인했다. 틀림없는 놈의 솜씨였다. 정확하게 목에 한 방 머리와 몸통을 구분이라도 해주겠다는 듯 민혜의 목은 가로로 아주 깊게 패여서 벌어져 있었다. 그 틈새로 살짝 드러난 살점이
참혹하면서도 서글퍼 보였다. 이런 장면을 목격한 언니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은 마음에 강형사는 욕실 쪽을 한 번 쳐다봤다. 다행히 버틸만 한지 천천히 나오는 세린이 보였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동생의 참혹한 모습을 굳이 자꾸 보여줄 이유도 없었고 괜히 잘못해서 사건현장이 훼손될 우려도 있었기에 강형사는 손동작으로 세린을 제지했다.
"아... 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세린을 도철이 가만히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번에는 정액이라도 한 점 나와야 할텐데 알몸으로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민혜의 아랫도리에 강형사의 시선이
꽂혔다.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꼭 잡는다. 바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이제부터는 우리 힘으로 안되다니까..................."
버스 CCTV 속의 그 정장 입은 남자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낼까 고민하는 진욱을 바라보며 준수가 중얼거렸다. 사실 그랬다. 정확히 알아보기도 쉽지않은 CCTV화면 모습만으로 사람을
찾아낸다는 건 일반인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그냥... 경찰한테 이야기 하세요... 아... 누가 잡든 잡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한시라도 빨리 5천만원을 받고 싶은 마음인 준수가 진욱을 설득을 해 보았다.
"반드시 내 손으로 잡을 겁니다... 내 손으로 잡아서 내가 벌할 겁니다.................."
진욱은 완고했다. 어차피 법정에 세워봐야 사형도 유명무실해진 나라에서 평생 교도소에서 잘 먹고 잘 살게 뻔했다. 결코 그럴 순 없었다. 그 놈이 수진에게 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그건
벌이 아니라 차라리 축복에 가까웠다. 반드시 내 손으로 잡아 갈기갈기 찢어 발기리라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하는 진욱이었다.
"하아... 아니... 그럼 뭐... 어떻게 하시려고요... 뭐... 그 사진들고 탐문이라도 다니시게요?..................."
그냥 툭 내던진 준수의 말에 진욱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요... 수진이가 당하던 날도 아마 00마트 사거리에서 부터 쫓아왔을거예요... 수진이가 그날 거기서 친구랑 약속이 있었는데 깨졌거든요... 그럼 00마트 주변에서
이사람을 본 사람이 분명 있을거란 이야기니까...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거기 근처 가게부터 돌아다니며 물어보는거죠..............."
무식한건지 용감한건지 아니면 무식해서 용감한건지 진욱의 말에 준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사진만 보고 그 남자를 알아볼 사람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 그렇게 막무가내로
물어보며 돌아다니는 건 누가 봐도 시간낭비에 체력낭비였다.
"그렇게 조사하고 다닌다는 걸 경찰이나 그놈이 금방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 몰래 추적하겠다는 거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거잖아요..............."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준수가 던졌다.
"...................."
진욱은 금세 말문이 막혔다. 건달 일 할 때 권투를 할 때는 자신의 그런 무대포 정신이 미덕이었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못했다. 그가 가진거라곤 덩치와 체력 그리고 주먹 뿐이었고
앞으로는 어찌될지 몰라도 지금 당장 수진의 복수를 위해서는 그것들이 그다지 쓸모있지는 않아보였다.
"그래도 일단... 마트 근처에서 잠복이라도 할 겁니다... 두 번을 거기서 시작했으니... 다음은 아니더라도... 다음 다음이나 다음 다음 다음에는 그 곳에서 또 시작하겠죠..........."
진욱의 눈빛은 단단해 보였다. 평생을 거기서 노숙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냥 쉽게 경찰한테 이 놈이 수상합니다. 한마디 하면 될 일을 진욱은
어렵게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자신이 돈을 받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준수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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