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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두 노예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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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은 곤히 잠든 주인의 가슴을 두 손으로 꼭 껴앉고 상체를 밀착 시켰다. 그녀를 제외한 주인과 하늘, 그리고 연하는 아직 이른 시간인 탓에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후…"



그녀는 요즘 너무 괴로웠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근래에 들어 거의 하루 건너 하루꼴로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녀는 주인과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사는 꿈도 있었고 때로는 주인에게 버림받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있었다.



"주인님…"



주인은 그녀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과 많이 닮았다. 가장 힘들었을 때 그녀를 구원하듯 나타난 그 사람과…



그녀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고아원의 원장은 그리 좋지가 못한 사람이였다. 구호물품이나 모금 등을 가로채서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데 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아직 새파랗게 어린 여자 아이들을 무참하게 짓누른 것이다.



미색이 아름다운 연진은 당연히 예외일 수 없었고 지금도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았다.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척하면서 손은 어깨로 내려왔다. 그리고 어깨에서 가슴으로 향했다. 많이 컸나 보자면서 주물러대거나 은근슬쩍 허벅지살을 매만지거나 더 깊숙히 들어가 그녀의 소중한 곳을 만져댈 때도 있었다.



그나마 원장이 발기부전과 조루라는 남자에겐 뼈아픈 병을 앓고 있었기에 그녀는 처녀를 간직할 수 있었다. 그것만 해도 그녀에겐 큰 상처였지만… 결국 열 일곱 나이에 고아원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갈 곳이 없어서 방황하던 차에 그를 만났다. 옆집 할아버지 같은 허허로운 웃음 속에 내제되어 있는 카리스마!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나이가 사십을 훌쩍 넘었지만 몸매가 굉장히 탄탄했다. 마치 이소룡을 보는 듯 인상 자체도 강렬했다. 아마 그녀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았으면 두려워 할 정도로.



알고보니 그는 지하 조직의 대부였다. 어느 지역에서 꽤 알아주는 큰 형님. 대충 그런 사람이였다. 허나 그녀에겐 상관 없었다. 자식 하나없는 그녀를 그는 친딸처럼 돌봐주었기 때문에 그가 뭘 하건 그녀에겐 상관 없었다. 그녀에게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려 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친자식처럼 그녀가 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무엇이든 사줬다. 그의 입장에선 처음엔 자신과 같이 고아로 힘든 삶을 연명하는 어린 아이를 조금 도와주려다가 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 때 그녀는 정말 행복했지만 그것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조직내에 반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는 조직 내에서 굉장히 인지도가 높고 세력도 상대방보다 강했으며 결정적으로 그 자신이 주먹을 굉장히 잘 써서 쉽게 반란이 진압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였다. 그에게 반기를 든 조직의 이인자가 연진을 인질로 잡았던 것이다. 그의 휘하에 있는 동생들이 저딴 계집 때문에 이럴 순 없다고 했지만 그는 끝내 그녀를 위해서 묵묵히 물러났다.



그렇게만 끝이 났어도 좋으련만,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준다면 그 이인자가 그녀가 보는 앞에서 그를 죽여버렸다. 그녀는 그나마 고아원에 맡겨지면서 주민등록이라도 되었지만 그는 주민등록도 되지않은 사람이였기에 살인해도 거기있던 당사자들이 입만 다물면 아무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조직을 장악한 이인자는 그녀를 섬이나 창녀촌같은 곳으로 팔려다가 우연히 SM월드를 알게되었고 그래서 이곳으로 팔아 넘겼다. 슬픔을 채 달래기도 전에 지독한 노예 교육을 받다가 한병수의 눈에 띄어 그의 노예로 지냈다. 그리고 이젠 새 주인이 된 정훈. 그의 노예가, 그의 여자가 된 것이다.



그 사람과 정훈은 전혀 닮지 않았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주인과 그의 모습과 겹쳐졌다.



"난 주인님께 왜 자꾸 뭔가를 더 바라게 될까. 그리고 그 때 그 사람의 수양딸 노릇을 했었을 때처럼 행복함이 금방 끝나버릴 것 같아……. 아니, 그 때보다 슬프고 아플 것 같은 이 불안감. 도대체 뭐지? 왜 이러는 거지…"



그녀는 끝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시각.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은 또 하나 있었다. 이연하. 그녀였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라고 생각한 것도 하루이틀이지 도대체가 두 년들이 철호라는 남자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이것들을 그냥 다 죽여버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주인은 저 연진이란 계집을 웬만하면 죽이지 말라고 했다. 자신의 계집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연진에 대한 악감정과 질투를 느껴야 했다. 자기가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주인에겐 어쩌랴. 혹시 주인이 저년을 들이고 나서 자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으면 어쩌나…



"후… 안되겠어. 지금 일을 해치워야지."



지금은 아직 이른 새벽이였다. 게다가 셋 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아니, 연진은 깨어 있었지만 눈을 감고 있었기에 연하는 그녀가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되도록이면 철호와 자신만 있는 공간에서 철호를 죽이려 했지만 도대체 기회가 오질 않으니 지금 죽이고 도주할 생각을 했다.



그녀는 살며시 일어났다. 그리고 과도를 숨겨놓은 욕실로 향했다. 저벅저벅… 그녀의 걸음 소리가 고요한 새벽에 울렸다. 두 눈을 감고 회상에 잠겼던 연진은 갑자기 연하가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가자 의아함을 느꼈지만 화장실가거나 물 마시로 가는 것이겠지,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연하는 두 개의 방과 화장실 가운데 위치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손을 방바닥에 대고 더듬더듬하더니 불룩히 나온 것을 찾아내고는 방바닥 장판을 뒤집어 깠다. 그녀의 손에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느껴졌다. 장판 밑에 숨기려고 그녀가 미리 손잡이를 부수듯 떼어낸 과도(과일깎는 칼)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칼날 반대 부분을 잡았다. 저벅저벅…



긴장한 듯 후우, 하고 숨을 내뱉은 그녀는 돌연 살기를 띤 채 정훈과 그의 노예들이 잠이 든 방으로 향했다. 그를 죽이기 위해!









삐이이익…



문이 열리는데 연하는 들어오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연진은 살풋 눈을 떠보니 문 밖에서 연하가 자신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한참인가 응시하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두워서 사물이 잘 분간이 되지 않지만 베란다를 통해 달빛이 반사되는 정훈의 방. 뭔가 서슬퍼렇게 번쩍였던 걸 보았다. 그리고 피부가 따가운 것 같은 불쾌감이 들었다. 이 세상 어떤 생물이건 다른 생물을 죽이려 마음먹는 순간 자연적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살기(殺氣)!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연하가 주인을 죽이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나 다를까!





연하는 자고 있는 주인의 목덜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살인이란 행위가 부담 되는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칼을 휘두른 연하는 연진이 자신에게 몸을 날리는 걸 보지 못했다.



샥!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연하를 덥친 연진의 머리가 연하의 아랫배에 작렬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연하는 자신의 아랫배를 감싸쥐었고 고통에 의해 그녀가 놓은 과도는 연하의 허리쪽 살을 살짝 베어버렸다.



"꺄아악!"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에 정훈과 하늘이 어렴풋이 깨어났다. 하늘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무심코 벽을 더듬더듬거려서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 그 순간 그녀는 연진처럼 비명을 질러야 했다.



"꺅!"



연하는 자신의 아랫배를 감싸쥐고 앉아서 신음하고 있었고 연진은 오른쪽 허리가 깊게 베인데다가 상처 부위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작은 크기의 과도였고 손잡이까지 빼버려서 휘두르기 불편 했기에 이 정도지 잘못하면 큰일날 뻔 한 연진이였다.



연하는 아랫배에 묵직한 타격감을 느끼며 끙끙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야가 밝아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고통을 무시하며 재빨리 연진의 피가 한가득 묻은 과도를 다시 집어들었다.



"꺄아악!"



그 모습에 하늘은 놀라서 다시 한번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정훈의 왼쪽 가슴, 즉 심장이 있는 부위를 노리고 힘껏 찔렀다.



샥!



날카로운 금속이 허공을 자른다. 그 소름끼치는 소리에 하늘은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정훈은 얼떨결에 몸을 뒤틀어서 과도를 피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진 못했기에 오른쪽 팔목에 깊은 상처를 얻어야 했다.



"크윽!"



팔목이 뜨겁다 싶은 순간 그의 상처를 비집고 혈액들이 쏟아져 나왔다. 팔목에서 손목으로 손목에서 손바닥으로 손바닥에서 손가락 끝으로 이동한 혈액들은 뚝뚝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지독한 고통속에서 정훈은 자신의 혈액이 따듯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퍽! 철퍼덕!



연하의 공격이 불발로 끝난 사이 부상을 당해 눈빛까지 흐리멍텅 했던 연진이 정신력을 짜내어 두 주먹을 꽉 쥐고 연하의 오른쪽 종아리를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연하의 근육은 큰 아픔을 느껴야 했고 반사적으로 연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하늘이 뒤늦게 연하를 덥쳐서 그녀를 깔고 앉아버렸다. 꼼짝달싹 못하게 된 연하는 분하다는 듯 땅바닥을 한번 쾅! 쳤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연진은 마침내 스르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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