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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두 노예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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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은 검은색 에쿠스에 몸을 싣는 호강을 누리면서도 표정을 굳혔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의아심, 두려움 따위의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법 했다.



그는 이 때까지 단 한번도 남에게 원수 진 일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였으며, 정도 많고 성격도 좋았다. 작년에 유명 대학에 당당히 합격하여 대학생 생활을 하며 모자랄 것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강의를 다 듣고 집으로 귀가 한 뒤 라면을 끓여 먹는,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들이닥쳤을 때부터가 문제였다.



사내들은 다짜고짜 그에게 총을 들이대더니 같이 좀 가줘야겠다고 했다.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나는 그 총을 가짜라고 볼 수 없었던 정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텐이 검게 된 이 에쿠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내들에게 그는 질문조차 던지지 못했다. 몇 번 시도 해보았지만 가면 알게 될 거라고 말할 뿐 이였으니 아이에 포기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군데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서민일 뿐인 자신을 납치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고 누군가와 시비를 붙은 적도 없었다.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이라도 만날라치면 절대 외면치 못하는 온화하고 따듯한 그가 누구에게 원수질 일이 있겠는가.



탁.



"다 왔습니다."



사내들은 그를 납치하면서도 시종일관 존대말을 썼다. 몇 시간에 걸쳐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고개를 내민 그에게 보이는 건 산. 그리 크지않는 산 아래에 그가 타고온 자동차가 멈춘 것이다.



"산?"



그의 의아한 중얼거림에 사내들 중 선그라스를 낀 사내가 손가락으로 무언가 가르켰다.



"어? 뭐야. 저 산은 꼭대기에 빌라가 있네?"



그랬다.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산 위에는 5층 규모의 빌라 형식의 건물이 있었다. 선그라스를 착용한 사내는 그의 어깨를 뚝뚝 치더니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이 사람들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말을 극도로 아끼는 듯 했다. 반항해서 좋을 것 없으며 그럴 능력도 없는 정훈은 순순히 그들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향긋한 풀내음이 도처에서 났지만 그런 걸 의식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후우, 후우…"



거친 숨소리가 날 정도로 걷고 나서야 그는 빌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헉헉거리며 고개를 든 그에게 건물의 입구 위에 적힌 현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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